약한 남성을 위로하고, 그들의 분노가 잘못된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는 그의 메시지에는 어느 정도 동의한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남성으로 산다는 것>은 책의 흐름, 편집, 인용하는 방식 등 형편없이 논리를 전개하며, 감정에 호소하는 것밖에 펼치지 못한다. 약한 남성을 주제로 책을 써왔던 저자의 전문성은 트위터에 찔끔찔끔 올렸던 글을 모아왔던 정도 수준으로 비춰진다. “인셀들은 반드시 경제적 빈곤층이 아니며 정치적 소수자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다는 것이다. 인셀을 논할 때는 그들의 독특한 고독감, 상처 입은 존엄, 박탈감에 주목해야 한다”(116-117p). 약한 남성은 남성주의가 견고하게 작동하는 사회에서 파생한다. 그들은 남성이기 때문에 소수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남성-특정 취약성’으로 묶인 이들을 일컫는다. 자본, 외모, 역량 등 강인한 남성이라는 정상성에서 탈락한 남성은 ‘정체성’으로 인정하기 어렵다. ‘특정 취약성’이 발생하는 이유는 남성이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특정 취약성이 발생한 이유를 되짚고, 고립·은둔, 정신질환, 한부모, 미혼모, 자립준비 등 다양한 정체성을 찬찬히 풀어나가는 시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