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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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름 :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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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드라마, 의학, 성장, 일상, 휴먼, 코미디,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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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신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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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이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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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 : 조정석, 유연석, 정경호, 김대명, 전미도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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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기간 : 2020년 3월 12일 ~ 2020년 5월 28일
리뷰
드라마를 자주 보진 않는 편인데, 2024년 첫 드라마를 뗐다. 남들이 그토록 재밌다고 이야기하는 바람에 ‘어후 뭐, 그렇게까지..’하는 마음으로 봤는데, 예상치 못한 재미에 5일이 순식간에 지나갔던 기이한 경험을 했다. 의사들의 노고 앞에 따뜻한 마음이 다가왔다. 물론 드라마는 드라마일뿐이라, 카메라 필터를 사용한 것처럼 이해해야 할 테지만,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의도적으로 악인을 제거하여 갈등구조와 관계를 대립시키지 않았다.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는 의사의 일상과 그들의 꿈을 살펴보게 된다. 물론, 아쉬움이 없진 않다. 밴드를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 마지막 회차에 터트려주는 엔딩이었으면 어땠을까 싶었는데, 드라마는 작위성을 과감히 삭제하고 ‘일상’에 중점을 두고 서사를 끌어나간다.
병원의 일상은 너무나 가혹하다. 노동강도는 과도하고, 환자응대부터 수술까지 병원 현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쓰라리다. 실패, 죽음을 눈앞에서 마주할 수밖에 없는 무력함과 반복되는 죽음 앞에 도달하게 되는 평온함. 매일 생사의 문턱을 지켜보는 의사에게 죽음은 일상이 될 수밖에 없다. 환자들 한 명 한 명의 아픔도 존재하지만, 이를 무덤덤하게 지켜보고 일상을 살아내야 하는 의사의 무감각도 존재한다. 드라마는 물론 의사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진행시키지만, 환자 한 명의 얼굴과 시선을 담아내며 병원 안에 놓인 희노애락을 고스란히 표현한다.
일단 재밌다. 병원-밴드-사랑 등 층위를 다양하게 배치하고, 등장인물도 이익준-안정원-김준완-양석형-채송화 등 주연배우를 다섯 명을 등장시켜, ‘자, 이 중에 너가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 한 명쯤은 있겠지’라며, 펼쳐낸다. 캐릭터들은 모두 엘리트고 상류층에 가깝다. 그것을 숨기지 않고, 괜히 계층에 관한 문제와 연결짓지 않는다. 드라마는 겸손한 척 위선을 품지 않는다. 그 점에서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솔직함’, ‘억지스럽지 않음’을 주요한 분위기로 내보인다.
이익준(조정석)처럼 살고 싶다는 마음도 크다. 위트있게 유머스럽게 살고 싶다. 강한 충격 앞에선 부드럽게 대처하고, 단단한 불의의 모습 앞에선 강하게 맞서고 싶다. 매력적인 캐릭터 앞에 (물론 그런 사람이 있겠냐만은) 나의 마음은 뒤흔들린다. 캔터베리 대주교 마이클 램지가 말한 유머란, “인생의 부조리를 웃어 넘기고 자신과 자신의 보잘것없음에 대해 웃어 넘기기”이다. 우리의 일상에 유머가 가득 자라났으면 좋겠다. 부조리함에 정면으로 부딪치지 않고, 때론 뒤틀어서 웃고, 뒤돌아 도망치고, 우회해서 받아들이는 모습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슬기로운 생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