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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셀마

정보

영화 이름 : 셀마
장르 : 드라마
감독 : 에바 두버네이
작가 : 폴 웨브
주연 : 데이빗 오예로워, 카르멘 에조고, 톰 윌킬슨, 테사 톰슨, 지오바니 리비시, 팀 로스, 쿠바 구딩쥬니
개봉일 : 2015-07-23

리뷰

마틴 루터 킹, 그는 흑인해방운동에 이름을 남겼다. 미국의 흑인 차별에 반기를 들고, 비폭력·평화 시위로 흑인들의 목소리를 한데 모아 실제적인 변화를 이끌었다. 미국은 노예였던 흑인을 주축으로 농경사회를 지탱했고, 남북전쟁 이후 흑인은 해방되어 자기만의 몫을 향해 나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고 헌법은 개정되었지만, 성문화된 법령은 일상에서 실현되지 못했고, 제도는 차별을 용인했으며, 백인은 제도를 악의적으로 해석하며 차별은 지속됐다.
주류층이자 기득권인 백인들은 흑인의 외침을 묵인했고, 폭력으로 응수했다. 사회에 변화를 제기하는 집단은 뭇매를 맞기 마련이지만, 매번 죽어가는 흑인의 죽음을 지켜보며 그들은 ‘가만히 있으라’는 단호한 시선에 똑바로 응시하기 시작했다. 일상의 당연함에 문제를 제기하다 보니 결국 투표할 수 있는 권리에 다다른다. 법은 흑인을 투표할 수 있는 피선거권자로 인식했지만, 투표소에 근무하는 백인은 끊임없이 ‘반려’하면서, 그들을 비시민으로 인식했다.
흑인들이 투표하지 못한다는 것은 의원, 대통령 등 정치권에 흑인이 진출할 수 없다는 뜻이고, 흑인은 법정의 배심원으로 선정되지 못한다. 흑인을 위한 정치는 불가하고, 당사자성을 지닌 흑인은 배심원에서 흑인의 범죄를 판단할 수 없다. 성원권을 얻지 못한 흑인은 국민의 권한에서 멀어지며 책무만 요구되는 상황에 놓인다. 그곳에 마틴 루터 킹의 행진이 시작된다. 영화 <셀마>는 셀마에서 몽고메리로 행진하는 그들의 모습을 재현한다. 주저스러운 마음과 고독함을 지닌 마틴 루터 킹과 그에 못지 않은 책무를 끌어안았던 그의 아내 코레타 스콧 킹 그리고 흑인해방의 길을 함께 걷고 있는 공동체의 분열과 신뢰 관계를 보며 그들이 이뤄낸 업적 이면에 존재했던 기묘한 감정과 단단했으나 흔들릴 수밖에 없었던 고민의 깊이를 마주했다.
급진적인 행진을 요구받았던 마틴 루터 킹은 그들의 존재 이유와 목적을 잃지 않았다. 그는 끊임없이 존슨 대통령과 협상했고 투표권을 인정받기 위해 존슨 대통령을 압박했다. 마틴 루터 킹은 행진을 이끈 운동가이자, 정치적 협상 테이블을 창조한 협상가이기도 하다. <셀마>는 변혁의 시발점이 된 ‘셀마’라는 공간을 복기하며 그곳에서 투쟁한 사람들을 불러온다.
크레딧이 올라가며 실제 인물이 등장하는 장면은 그 시대를 살아간 이들의 존재를 다시 확인하는 순간이다. 혁명의 공간의 셀마, 변혁의 인물인 마틴 루터 킹. <셀마>는 공간과 인물을 되살리며, 흑인해방의 순간을 영화적으로 재해석한다. 수없이 죽어간 이들이 있었고, 그들의 뜻을 잇는 이들이 있었고, 소리치며 행진했던 이들이 있었다. 행진의 모습을 보며 울컥한 나의 마음은 여전히 우리 시대에 차별받는 자들이 존재한다는 감각과 그들의 연대감이 주는 경외감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