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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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름 : 프리즘오브 PRISMOF 13호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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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프리즘오브 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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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 에프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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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연도 : 2019-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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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 164쪽
리뷰
<프리즘오브 PRISMOF>는 영화 비평 계간지이다. 한 영화를 깊이있게 다양한 관점에서 관찰하고 사유하도록 돕는다. 영화는 ‘무빙 이미지’이자 시각예술이기 때문에 체험적 요소가 크다. 그렇기에 이를 언어로 변환하여 이해하고 설득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번 13호는 실뱅 쇼메 감독의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에 관한 이야기인데,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감독의 창작세계, 문학과의 연결고리, 역동적인 서사 그리고 살아숨쉬는 캐릭터 등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넘친다. 동시에 <프리즘오브> 잡지는 기획부터 편집까지 세련됨을 잃지 않는다. 챕터마다 다른 종이를 사용함과 동시에 꽉찬 줄글과 환기시키는 질문, 여백 등이 겹겹이 나온다. 부드러운 흐름을 통해 영화가 생성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태도가 매우 인상적이다.
영화비평답게 캐릭터, 미장센, 사운드, 감독 등 다양한 분석이 이뤄진다. 실뱅 쇼메 감독의 <일루셔니스트>와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의 공통점은 ‘기억’에 관한 이야기를 진득하게 밀어낸다는 점이다. “체념이 되살리는 걸 포기하고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는 채 머무르는 것이라면 회상은 자신을 돌아보고 현실을 받아들인 후 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는 적극적인 행위다. 그리고 역설적이지만 바로 이러한 회상의 거리가 확보되었을 때 지나간 것들이 다시 되살아날 수 있다.”(97p) 지나간 세월과 시대를 떠올리는 <일루셔니스트>와 지난 상처와 아픔을 떠올리는 <마다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실뱅 쇼메 감독은 지나간 것을 붙잡아 재복원시키는 감독이다.
영화는 식물 등과 같이 시각성 외 사운드도 훌륭하다. <일루셔니스트>는 대사가 없는 무성 영화에 가까우며,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의 폴은 목소리를 잃어버렸다. 소리의 부재는 ‘잃어버린 것’을 떠올리게 한다. <일루셔니스트>는 영화 자체에서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은 폴에게 ‘당신이 잃어버린 것은 무엇입니까’라고 되묻게 만든다. “감독은 동시에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의 음악을 직접 만든 도던적인 작곡가이기도 하다. 그림으로 감정을 직접 이미지화 하고, 움직임으로 생명을 부여한 후, 음악으로 편집을 한다.”(100p) 소리, 청각을 일상에서 살아내는 작곡가인 실뱅 쇼메 감독이 소리를 제거한다는 것은 그만큼 소리의 부재를 통해 다른 감각이 제공되고, 이야기가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일 터이다. “프루스트의 소설에서 음악은 문학적 언어와 동등하다. 음악에 대한 가장 뛰어난 통찰력은 보인 프루스트는 '음악이 영혼을 교류하게 하고, 허무를 극복하게 하고, 형언할 수 없는 확신을 안겨준다'고 말한다. 음악은 사랑에 빠진 이의 심리적 변동을 반사하는 거울이다.”(152p)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은 소리에 관한 영화일 수도 있겠다.
“바깥으로 드러내는 자신의 말소리 자체가 자아를 증명하는 방법입니다.”(44p) 갇혀 있던 세계에서 벗어나 자만의 소리를 되찾은 폴. 그의 최초의 말은 아빠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되뇌이는 말이자, 자신이 잃어버렸던 아빠를 되찾는 일이었다. 황량한 모래 들판 앞에 목소리는 회복된다. 울창하고 푸릇한 식물 품에서 안락한 기운을 되찾은 폴은 자신의 길을 되찾아나간다. 저항하고, 끊어내고, 밀쳐내며 갈 수 있을 것이다.
인상 깊은 구절 top
혼란합니다. 그러다 순간, 폴이 완전한 개구리로 진화합니다. 재즈 리듬을 타고 그에 맞춰서 피아노를 연주해버립니다. 마침내 지휘자와 관혁악이 폴의 리듬을 따라갑니다. 망했을까요? 자기 소리를 낼 줄 아는 사람은 절대 망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하나의 장르를 만들어 버립니다. 42p
실뱅 쇼메는 과거의 영광에 매달리는 대신 멀어져 가는 모습을 되돌아봄으로써 자연스럽게 그것들을 현재형으로 되살린다. 때문에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으로 요약되는 실벵 쇼메의 연출적 경향은 체념이 아니라 복원이라 불러 마땅하다. 체념이 되살리는 걸 포기하고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는 채 머무르는 것이라면 회상은 자신을 돌아보고 현실을 받아들인 후 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는 적극적인 행위다. 그리고 역설적이지만 바로 이러한 회상의 거리가 확보되었을 때 지나간 것들이 다시 되살아날 수 있다. 97p
찰리 채플린이 "영화는 목소리를 얻으면서 움직임을 잃어버렸다"고 탄식했던 건 표현양식과 깊이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미지, 사운드, 목소리 등 서사를 전달할 수 있는 통로가 다양해진다는 건 정보량이 늘어난다는 의미이다. 거꾸로 말해 대사가 없었을 때는 오직 사운드와 이미지, 그리고 움직임에 의지해 감정을 그려내야 했다. 경로가 한정적인 대신 충분한 깊이를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현대영화는 표현방식이 다양해질수록 표면과 장식에 시선을 빼앗기고 있는 셈이다. 98p
성인도 눈앞에서 부모가 죽는 것 보면 쇼크로 쓰러질 텐데, 2살이 그런 일을 겪는다는 게 상상이나 되세요? 폴은 아주 잔혹한 경우 중 하나예요. 그러니까 아이가 이 기억을 어떻게 가지고 살겠어요. 잊어버리는 거죠. 이러한 현상은 사실 우리의 삶에서 자주 일어나는데, 기억을 '해리'시킨다고 합니다. 감당하기 힘든 고통스러운 기억을 해리시켜서 무의식의 저편에 저장하고 의식에는 거의 올라오지 못하게 하는 겁니다. 그런데 해리를 시키려면 굉장한 정신적인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무언가를 평생 꽉 누르고 사는 거니까요. 그러다 보니 일상에서 힘이 부족해요. 현실에서 외부 세상하고 싸우면서 살아갈 에너지가 부족한 거예요. 124p
트라우마의 속성은 '단절'이기 때문에 반드시 연결감을 경험해야 살아날 수 있어요. 예전 정신의학에서는 치료자가 어쨌든 옆에 있으니 기본적으로 그게 전달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환자는, 기억을 꺼내면 일단 과거로 들어가 버리는 거예요. 그러니까 계속해서 반대 자극이 필요해요. 내가 너랑 같이 있어. 여전히 나와 현재에 같이 있고, 잠시 과거를 경험하는 거야. 이런 신호를 직간접적으로 치료자가 계속 줘야 하는 거죠. 126p
인상 깊은 구절
마담 프루스트는 흙이다. 온전히 다 자라지 못한 채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들을 안아주고 그들이 쉬어 갈 수 있는 그늘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흙이다. 행복은 여기 있고 이곳이 천국이라고 말하는 그녀는 자신의 텃밭을 찾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스스로 텃밭이 되어주고, 텃밭이 망가져 버린 아이들에게는 선뜻 양분을 나눠주며 다시 텃밭을 되살릴 수 있게 도와준다. 또 아이의 텃밭을 대신해 말을 걸고 위로를 전해주는 그녀는 가장 아래의 흙이다. 24p
껍데기 같은 일상은 단단해서 깨기 힘듭니다. 그럴 때 도움이 되는 게 '실수'와 '우연'입니다. 영화에서는 그 역할을 시각장애인 조율사가 해냅니다. 조율사가 음반을 흘리는 실수를 통해, 폴의 일상에 틈을 만들지요. 그 틈을 파고든 폴이 자신을 조율할 기회를 만든다고 하면 과한 해석일까요. 39p
혼란합니다. 그러다 순간, 폴이 완전한 개구리로 진화합니다. 재즈 리듬을 타고 그에 맞춰서 피아노를 연주해버립니다. 마침내 지휘자와 관혁악이 폴의 리듬을 따라갑니다. 망했을까요? 자기 소리를 낼 줄 아는 사람은 절대 망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하나의 장르를 만들어 버립니다. 42p
바깥으로 드러내는 자신의 말소리 자체가 자아를 증명하는 방법입니다. 44p
엘리베이터에 걸렸던 '일시 고장'이라는 팻말 역시 마지막에 다시 등장한다. 이는 프루스트의 환한 표정과 어우러지며 애잔한 감정을 유발한다. 엘리베이터 고장은 6층의 폴과 4.5층의 마담 프루스트를 이어준 중요한 사건이었다. 즉 폴의 반복적 일상에 '마담 프루스트와의 만남'이라는 색다른 변화를 주었던 사건이 서사 말미에 다시금, 그것도 마담 프루스트와의 마지막 이별의 순간에 변주되어 등장하는 것이다. 62-63p
실뱅 쇼메는 과거의 영광에 매달리는 대신 멀어져 가는 모습을 되돌아봄으로써 자연스럽게 그것들을 현재형으로 되살린다. 때문에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으로 요약되는 실벵 쇼메의 연출적 경향은 체념이 아니라 복원이라 불러 마땅하다. 체념이 되살리는 걸 포기하고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는 채 머무르는 것이라면 회상은 자신을 돌아보고 현실을 받아들인 후 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는 적극적인 행위다. 그리고 역설적이지만 바로 이러한 회상의 거리가 확보되었을 때 지나간 것들이 다시 되살아날 수 있다. 97p
찰리 채플린이 "영화는 목소리를 얻으면서 움직임을 잃어버렸다"고 탄식했던 건 표현양식과 깊이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미지, 사운드, 목소리 등 서사를 전달할 수 있는 통로가 다양해진다는 건 정보량이 늘어난다는 의미이다. 거꾸로 말해 대사가 없었을 때는 오직 사운드와 이미지, 그리고 움직임에 의지해 감정을 그려내야 했다. 경로가 한정적인 대신 충분한 깊이를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현대영화는 표현방식이 다양해질수록 표면과 장식에 시선을 빼앗기고 있는 셈이다. 98p
다행이도 실뱅 쇼메는 빼어난 애니메이터인 동시에 <벨빌의 세 쌍둥이>와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의 음악을 직접 만든 도전적인 작곡가이기도 하다. 그림으로 감정을 직접 이미지화 하고, 움직임으로 생명을 부여한 후, 음악으로 편집을 한다. 100p
폴은 꿈속에서 아버지와의 만남을 거듭하는 가운데 자신의 상처를 씻는다. 그중에서 슬픈 기억도 있고 행복했던 기억도 있다. 폴은 두 가지 모두를 껴안고 받아들인 후에 부모님을 잃은 고통을 동력 삼아 피아노 연주를 예술로 승화시킨다. 그리고 과감하게 손가락을 부러트림으로써 피아노와 결별한다. 102p
마술, 마법, 환영, 영화, 애니메이션 무엇이라 부르건 행위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가는 것들을 사랑하며 캐릭터에 생명을 부여하는 실뱅 쇼메의 작업이 계속되는 한 마법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103p
성인도 눈앞에서 부모가 죽는 것 보면 쇼크로 쓰러질 텐데, 2살이 그런 일을 겪는다는 게 상상이나 되세요? 폴은 아주 잔혹한 경우 중 하나예요. 그러니까 아이가 이 기억을 어떻게 가지고 살겠어요. 잊어버리는 거죠. 이러한 현상은 사실 우리의 삶에서 자주 일어나는데, 기억을 '해리'시킨다고 합니다. 감당하기 힘든 고통스러운 기억을 해리시켜서 무의식의 저편에 저장하고 의식에는 거의 올라오지 못하게 하는 겁니다. 그런데 해리를 시키려면 굉장한 정신적인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무언가를 평생 꽉 누르고 사는 거니까요. 그러다 보니 일상에서 힘이 부족해요. 현실에서 외부 세상하고 싸우면서 살아갈 에너지가 부족한 거예요. 124p
핵심 기억부터 건드리면 그 사람은 못 견뎌요. 주변머리부터 조금씩 떠올리게 해서 잘했다고 하고 보내고, 또 다음번에 잘했다고 하고 돌려보내고, 이렇게 서서히 꺼내야 해요. 125
트라우마의 속성은 '단절'이기 때문에 반드시 연결감을 경험해야 살아날 수 있어요. 예전 정신의학에서는 치료자가 어쨌든 옆에 있으니 기본적으로 그게 전달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환자는, 기억을 꺼내면 일단 과거로 들어가 버리는 거예요. 그러니까 계속해서 반대 자극이 필요해요. 내가 너랑 같이 있어. 여전히 나와 현재에 같이 있고, 잠시 과거를 경험하는 거야. 이런 신호를 직간접적으로 치료자가 계속 줘야 하는 거죠. 126p
아틸라는 서구인들에게 공포의 대명사로 각인되어 있는 이름이다. 훈족의 왕이었던 그는 '신의 징벌'이라는 표현을 통해 알 수 있듯이, 5게기경 유럽 전역을 공퐁에 몰아넣었던 인물이다. 141p
이처럼 꿈이나 최면 상태는 신체에 입력된 기억이 자유롭게 활동하는 시간이다. 이들을 통해 폴은 어두운 통로를 지나 감각적 세계로 발을 내딛고, 그 순간 유년기로 거슬러가는 시간 여행을 할 수 있게 된다. 논리적 성찰이 결코 도달하지 못하는 감각의 세계는 오히려 진실의 통로를 열어준다. 이모가 댄스 교습소 수강생들에게 18세기 고전주의를 설명하는 장면에 나오듯, 폴에게 피아노는 이성논리, 질서의 세계에 속한다. 151p
프루스트의 소설에서 음악은 문학적 언어와 동등하다. 음악에 대한 가장 뛰어난 통찰력은 보인 프루스트는 '음악이 영혼을 교류하게 하고, 허무를 극복하게 하고, 형언할 수 없는 확신을 안겨준다'고 말한다. 음악은 사랑에 빠진 이의 심리적 변동을 반사하는 거울이다. 15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