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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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름 : 프로스트 vs 닉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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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드라마, 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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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론 하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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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피터 모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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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 : 프랭크 란젤라, 마이클 쉰, 샘 록웰, 케빈 베이컨, 매튜 맥페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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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일 : 2009년 3월 5일
리뷰
1972년 6월 닉슨 대통령 재임 시절, 워터게이트 빌딩의 민주당 본부에 침입하여 도청 장치를 설치하다 발각된, 워터게이트 사건이 있었다. 정치적 비리와 스캔들이 발생하면, ‘게이트’라는 수식어가 붙여지는 계기가 되었으며, 닉슨 대통령은 이 사건으로 유감을 표명하며, 대통령에서 자진사퇴했다. 미국의 정치적 스캔들은 전 세계로 전파되었고, 방송은 그의 뻔뻔함을 포착했다. 닉슨은 위법행위에 대한 법적 절차를 밟지 않았는데, 정치인으로서 탈락했으나 미국의 시민으로서 법 위에 있음이 드러났다.
이 사건을 유심히 관찰했던 이가 있으니 바로 영국의 국민 MC, 프로스트다. 번뜩이는 재치와 인터뷰의 경험으로 프로스트는 다짐한다. 닉슨을 인터뷰하여 잃어버린 과거의 영향력을 확장하겠노라고. 그는 중계판권 구매부터 자신을 지원해줄 동료들도 모집한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와 전혀 달랐다. 대부분의 미국 방송사는 그의 역량을 신뢰하지 않았으며, 닉슨 측도 마찬가지였다. 거액의 돈으로 4일간의 인터뷰 제안을 받은 닉슨은 자신만만하게 프로스트를 만날 준비를 마쳤고, 겨우 방송사를 구한 프로스트는 재정적 궁핍 가운데 인터뷰는 시작됐다.
3일의 시간이 지나며 닉슨 대통령의 노련한 대답은 인터뷰 현장의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재선 대통령의 역량을 입증하듯 뛰어난 언어로 날카로운 프로스트의 질문에 빗나가는 대답들을 늘어놓으며, 프로스트는 비웃음을 사게 했다. 연예 프로그램을 전문으로 했던 프로스트는 거인을 마주하는 기분이었으리라. 프로스트 진영은 실망했고, 모두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마지막 워터게이트 사건을 다루는 날에 프로스트는 그전에 준비한 무기를 꺼내들었고, 닉슨은 그의 준비에 당황하며 프로스트의 페이스에 말려 들어갔다.
대통령직을 사임한다는 발표에서의 뻔뻔한 얼굴은 온 데 간데 사라지고, 그는 프로스트의 질문 앞에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기에 이른다. 카메라는 무력하고 길을 잃은 아이와 같은 표정을 포착했고, 닉슨은 프로스트와의 결투에 패배하게 된다. 비록 범법이라 해도 국가를 책임지는 대통령이 하는 모든 것은 옳은 것이라 말한 닉슨은 자신의 말에 추락한다. 닉슨은 민주당을 도청하고 감시하여 국가안보를 지키고, 다른 정체세력을 제거하는 것이 미국을 더 나은 국가로 만드는 것이라 믿었다. 그것이 불법이라고 한들 더 나은 국가를 위해 대통령인 자신이 결정한 것은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했을 터다. 흔들리는 세계정세 속에서 미국의 위치를 바로잡고, 국내의 위태로운 경제와 가운데 자신이 한 것이 국가를 위한 것이라 착각한 건 아닐까.
프로스트는 결국 승리했고, 대스타로 도약한다. <프로스트 vs 닉슨>은 프로스트의 기발한 시도와 성공을 다루지만, 그렇다고 프로스트를 비중있게 다루진 않는다. 심리묘사보다는 배경설명에, 프로스트의 얼굴보다s,s 닉슨의 얼굴에 집중하며 닉슨의 자기 몰락을 드러내는 데에 몰두했다. 시사고발 다큐멘터리와 같이 느껴진 <프로스트 vs 닉슨>은 제목의 이름값을 톡톡히 드러내며 결말을 맺는다. 한때 미국을 호령한 거대한 정치인은 영국인 MC에게 도덕적 결함을 들키며, 닉슨은 이 사건을 통해 정계로 복귀하지 못하게 된다. 물론 프로스트는 정의감에 의해 닉슨의 치부를 드러낸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과 성공을 위해 선택했다. 그것이 도리어 영화를 설득력있게 현실 속에 데려놓는다. 프로스트는 영웅이 아니다. 성공을 위해 발버둥 치던, 미국을 위대하게 여기던 한 남성이었을 뿐이다. 영웅적 서사로 몰아가지 않는 내러티브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