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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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름 : 사랑할 수 없는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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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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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오자키 히로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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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요시다 에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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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 : 키시이 유키노, 타카하시 잇세이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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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기간 : 2022년 1월 10일 ~ 2022년 3월 21일
리뷰
우리는 사랑하는 것을 보편적이라 생각한다. 즉,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랑하는 것은 정상이고,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은 평범하지 않다. 결혼은 관습이다. 때가 되면 결혼했고, 결혼 후 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가졌다. 비혼, 비출산이 키워드로 등장하면서 결혼은 당연하지 않게 여겨지지만, 그럼에도 연애는 필수적이다. 연애를 결혼의 사전단계로 인식하는 문화로 부모는 연애를 종용하기도 하고, 연애하지 않으면 좋은 사람을 소개해주거나 혹은 기이한 눈으로 쳐다보며 이상형을 물어본다. 즉 이성 간 로맨스는 모든 존재에게 필수적이었고, 그 신념으로 우리 사회는 지탱되었다.
<사랑할 수 없는 두 사람>은 무성애자를 다룬다. 타인에게 로맨틱한 감정을 느끼지 않는 ‘에이로맨틱’과 타인에게 성적인 끌림을 느끼지 않는 ‘에이색츄얼’ 캐릭터가 나온다. 한국 사회에서 ‘로맨틱 지향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건 지극히 최근이기 때문에 생소한 용어로 비춰진다. 드라마는 낯선 개념을 안고 있는 캐릭터를 통해 일본 사회에서 살아가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연애, 사랑, 결혼, 이혼, 자립, 우정, 꿈 등 우리가 흔히 겪을 수 있는 사건과 낯선 사건을 배치하며 이야기의 호흡을 조율한다.
부모에게 강요받는 가족성에 저항하는 사건, 동성 친구에게 느끼는 끌림으로 친구를 잃어버리는 사건, 연인과 미래의 꿈이 연결되었던 과거의 삶, 이혼 후 홀로서기 등 우리들의 삶은 복잡하고 다채롭다. 이는 개별적 사건이 아니라,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우리는 이를 풀어내고 앞으로 나아가기 주저할 수밖에 없다. 사랑할 수 없는 두 사람이 아니라, 나아갈 수 없는 두 사람이기도 했다.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것. 내가 나의 삶의 온전한 주인이 되어 과거에 매이지 않고 미래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 드라마는 이를 낯선 ‘로맨틱 지향’을 가진 이들의 삶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정상가족을 벗어나고자 했지만, ‘함께 산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 나머지 이를 해체하기 쉽지 않았으리라. 법적으로, 사랑으로 묶여있지 않았기에 ‘함께 사는 것’으로 묶여야만 했던 그들은 끝내 주거의 가족성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 즉, 가족은 함께 미래를 바라보고 살아가는, 소중했던 과거를 간직한, 현재의 고통, 희열을 나누고 싶은 관계일 터이다. 그것은 피로 묶여있고, 법으로 매듭짓고, 사랑으로 관계하고, 같은 공간에 살아가는 것이 아닐 수도 있겠다. 우리는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목도하는 것일지도 혹은 간절히 바라고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