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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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름 : 공감의 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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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장대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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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 바다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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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연도 : 2022.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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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 296쪽
리뷰
진화생물학에 관한 책을 쓴 장대익 작가가 ‘공감’에 대한 책을 쓰다니! 궁금함에 얼른 독서 리스트로 저장 후 모임에서 책을 선정할 기회가 주어져 야심차게 제안했다. 진화학자로서 ‘공감’을 풀어주지 않을까 기대감에 또 다른 곳에서 필독서 혹은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 수상을 했다는 자료들을 찾으면서 기쁜 마음으로 책을 읽었고, 때론 몰입하고 때로는 가볍게 밑줄을 치며 읽었다. 사회과학 도서의 재미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사회적 현상을 어떻게 뒤바꿀 수 있는지, 이 현상을 뒷받침하고 지탱하는 연구결과와 근거는 무엇인지 탐색하는 시간이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사소한 구분을 통해서 내집단과 외집단을 구분 짓는다. 내집단에서 안정감을 경험하고 외집단은 경계하며 조심한다. 옥시토신 호르몬에 대한 재밌는 사실은, 이 호르몬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그 방향이 내집단에만 한정되어 있다. 더 나아가 내집단만 선호하는 사고와 행위로 이어질 수 있는 ‘편협한 공감 호르몬’이다. 자아존중감, 정체성 획득·유지를 위해 집단 동일시는 유지된다. 공감의 발현은 내집단에서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내집단 외의 구성원들에게는 차별의 근거가 된다. 공감의 양면성의 시작이다.
동조는 보편적 현상이다. 많은 이들이 타인의 말과 행동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 실험의 일례로, 세 명의 사람이 실험실에 들어가 질문을 받을 때 한 명이 정답과 반대되는 대답을 했을 때 그를 따라하여 오답을 말할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사회적 학습을 통해 유일하게 문명을 축적해온 초사회적 영장류에 있어서 적응적 태도”(107p)라 불리는 동조는 위협적인 태도이지만 이는 우리 문명이 성장한 기반이자 조건이다. 동전의 양면과 같은 현상 앞에서 우리는 이러한 유전적 현상을 거스르고 대항할 수 있을까? 집단 동일시, 동조하지 않고 내집단과 외집단의 경계를 넘나드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
공감의 반경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다. “책을 읽으며 독자가 하는 공감 경험이 실생활에서 다른 사람의 입장을 공감하는 데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209p)기에 독서활동을 통해 뇌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상황에 대한 의미 변화를 유발하는 인지적 재평가를 실시함으로써 감정 조절을 할 수”(197p)있기에 “인지적 재평가를 통해 분노를 조절함으로써 정치적 갈등을 축소할 수 있다.”(197p) “어떤 유형의 존재들이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느냐가 타인에 대한 이해력을 증대하는 중요한 요인”(216p)이기 때문에 주위의 다양한 존재와 관계 맺고 쌓은 경험을 통해 미처 경험하지 못한 이들의 고통과 어려움을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다양한 기술혁신으로 생성된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VR를 통한 낯선 존재, 상황 시뮬레이션을 이어나가야 할 것이다.
결국 만남이다. 공감의 반경을 넓히기 위해 필요한 조건(269p)을 충족시키며 접촉과 교류를 지속해야 한다. “조건이 만족되지 않으면 접촉은 오히려 편견을 증폭할 수 있다”는 유의사항 앞에 접촉을 촉진하는 낯선 세계를 잘 이어줄 수 있는 ‘코디네이터’, ‘연결자’, ‘커뮤니티 디자이너’들이 필요하다. 즉, 접촉 전문가가 만들어져 안전한 교류를 만들어내야 한다. 최재천 교수의 <숙론>에서 나온 대화 중재자가 필요한 이유다. 나에서 너로, 너에서 우리로, 가까이 존재하는 우리에서 멀찍이 떨어진 우리로 이동해야 한다. 공감의 원심력(이성적인 공감을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향하는 힘)을 확장하는 이성적인 공감을 계속 다뤄가야 한다. MBTI는 공감을 유보하는 변명거리가 될 수 없다. 우리는 공감하지 않음을 때론 비난하고 너무나 공감함에 분개하고 공감할 수 없음에 포기하는 지도 모르겠다. 분명 공감은 우리 사회의 핵심적인 키워드다. 우리 사회가 공감을 어떻게 다뤄나가고 풀어나가는지 끊임없이 논의해야 할 것이다.
인상 깊은 구절
“우크라이나 여성은 강간해도 돼. 대신에 콘돔이나 잘 써.”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벌이는 러시아군 남편에게 러시아인 아내가 전화로 했다는 이 말에 전 세계가 경악했다. 아내가 어떻게 남편에게 다른 여성을 강간해도 좋다고 말할 수 있느냐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 엽기적 부부가 우크라이나인을 인간 이하로 취급했다는 사실에 있다. 그저 짐승이거나 욕구를 추는 인형으로 말이다. 8p
호모 사피엔스의 특별한 공감력이란 공감할 수 있는 대상을 점점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여기서 내집단 편향을 만드는 깊고 감정적인 공감을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향하는 힘으로 보아 공감의 ‘구심력’으로, 외집단을 고려하는 넓고 이성적인 공감을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향하는 힘으로 보아 공감의 ‘원심력’으로 부르고자 한다. 13p
남이 하는 어떤 행동을 내가 보기만 해도 내가 그 행동을 할 때 내 뇌에서 벌어지는 일을 동일하게 경험하는 것. 이것이 거울 뉴런계의 작용이다. 이것은 남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기 이전에 이미 내 뇌에서 자동적으로 작동하는 공감 회로라 할 수 있다. 신기하게도 우리는 누구나 이 공감 뉴런을 갖고 태어난다. 24p
우리가 타인의 얼굴 표정을 관찰하면 운동 영역인 거울뉴런계에서 관찰한 얼굴 표정을 모사하고 그 신호가 섬을 거쳐서 변연계로 전해져 타인의 감정을 읽을 수 있게 된다. 즉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기 위해서는 거울 뉴런계에 의한 행동의 모사 과정이 필수적이라는 이야기다. 26p
그러므로 그 전염의 범위가 관건이다. 즉 가족과 친지의 고통에 대해서는 자동으로 공감하지만 그 이상의 범위에서는 자동적으로 감정이입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감정의 전염에 의한 공감의 힘은 강력하긴 하지만 힘이 미치는 반경이 충분히 넓지 못하다. 28p
인류학자 나폴리언 새그넌은 남아메리카 선주민인 야노마뫼족을 연구하면서 문명의 때가 묻지 않은 조화롭고 평화로은 ‘고결한 야만인’이라는 신화를 깨뜨렸다. 그에 따르면 야노마뫼족에게는 다른 마을에 사는 부족들을 습격하고 살인을 저지르는 것이 드문 일이 아니었다. 특히 악랄한 것은 ‘노모호리’라는 습격 전력이었는데 이는 다른 마을 부족민들을 잔치에 초대해놓고 돌연 돌변해 살육 전쟁을 벌이는 행동을 뜻한다. 섀그넌은 면밀한 관찰을 통해 야노마뫼 성인 남성의 약 45퍼센트가 한 사람 이상을 죽인 경험이 있다고 보고했다. 36p
이 대목에서 ‘내집단 선호성’에 관한 한 가지 흥미로운 진실이 나타난다. 그것은 집단을 나누는 방식이 흡연처럼 아무리 사소하고 하찮은 기준에 의한 것이라 하더라도 심지어 아무런 의미도 없는 우발적이고 읨의적인 기준이라 할지라도 집단이 나눠지기만 하면 내집단 선호성이 발동된다는 사실이다. 37p
이른바 ‘사랑 호르몬’ 또는 ‘공감 호르몬’으로도 불리는 옥시토신에 대한 연구는 이 호르몬이 연인과 부모, 자식의 결속을 강하게 하고 나아가 사람들 사이의 신뢰를 강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옥시토신에 대한 좀 더 섬세한 최신 연구들은 그 호르몬의 작용 방향이 내집단 구성원에게로 한정되어 있다는 다소 충격적인 사실 또는 밝혀냈다. (중략) 사랑 호르몬은 누군가에게 차별 호르몬인 양면성을 갖고 있다. 심지어 옥시토신이 내집단을 위한 부정 행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런 결과들을 종합하면 옥시토신은 집단 사이에 깊은 갈등을 유발하는 역할을 하는 편협한 공감 호르몬이다. 40-43p
그렇다면 먼저 집단 동일시는 왜 일어나는 것일까? 사회 정체감 이론은 사람들이 집단과의 동일시를 통해 자존감을 획득하고 유지한다고 설명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을 우리로 범주화하여 사회 정체감을 얻지만 그들과의 상호작용 시에는 마치 자신의 자존감과 지위가 위협받는 것처럼 느낀다. 44-45p
전염병은 모든 구성원이 회피 행동에 동참해야만 피해갈 수 있는 위협이다. 즉 주변에 전염병이 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의 뇌는 병원체에 대한 회피 본능과 집단의 규범을 강조하는 본능을 발동한다. 자신이 속한 집단의 규범을 강조하는 본능을 발동한다. 자신이 속한 집단의 규범을 중시하고 규범을 따르지 않는 이들을 비난하면서 처벌하려는 경향은 사람들을 집단주의자들로 만든다. 실제로 역사적으로 전염병이 창궐한 지역일수록 집단주의 성향이 강하다는 진화심리학 연구도 있다. 58p
반향실 효과란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끼리만 소통을 함으로써 획일적 견해로 수렴하는 현상이다. 필터 버블은 자신의 성향에 맞는 정보만을 필터링해주는 소셜미디어로 인해 정보 편향이 증폭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것은 인지 편향의 하나인 ‘확증 편향(자신이 믿고 있는 견해에 대한 반대 증거들은 수집하려 하지 않는 경향)’이 현대의 IT 시굴로 강화되어 나타난 결과다. 64-65p
참여자를 두 집단으로 나누고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표시하도록 했는데 한 집단 앞에는 손 세정제를 갖다 놓았고 다른 쪽에는 아무것도 두지 않았다. 실험 결과 손 세정제를 갖다 놓은 곳의 피험자들은 정치적 성향이 좀 더 보수적이었다. 손 세정제는 그 공간이 깨끗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게 만들고 위생이나 청결의 개념을 떠올리게 함으로써 잠재된 보수성을 끌어올린 것이다. 65p
‘성’은 놀랍게도 기생충, 세균, 바이러스 등 미생물에게 대항하기 위해 생명이 만든 무기다. 성이 없다면 부모 세대의 유전자 세트를 다음 세대에 그대로 전달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치명적인 미생물이 침입했을 때 그 후손들은 전부 소멸하고 말 것이다. 그래서 생명은 유성 생식을 통해 유전자를 섞는 방법으로 부모 세대에는 치명적이었다라도 다음 세대에는 그렇지 않을 수 있게 만들었다. 73p
이 시점에서 그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여야 한다. 학생들도 이 코로나19가 대체 왜 일어났는지가 궁금하고 이 때문에 우리 사회가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 또 팬데믹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도 궁금하다. 그러나 우리 학교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진도 빼기에 몰두한다. (중략) 학교에서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팬데믹에 대해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은 마치 2차 세계 대전 후에 전쟁에 대해 가르치지 않는 것과도 같다. 우리에게는 인류가 겪는 위협에 대해 후손에게 해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76-77p
에고 네트워크란 자기의 절친한 친구, 이른바 ‘절친’ 다섯 명까지의 이름을 적게 한 후에 그들 간의 관계를 표시한 네트워크다. (중략) 놀랍게도 그 와중에 알파고의 승리를 예견하던 소수의 사람이 있었고 그 소수의 에고 네트워크를 분석해보니 우리의 예상대로 밀도가 낮은 사람들이었다. 즉 에고 네트워크의 밀도가 낮은 사람일수록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건에 대한 예측을 더 정확하게 한다는 가설이 입증됐다. 밀도가 낮은 사람들은 다양한 의견을 듣게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알파고가 이길지도 모른다는 식의 이견도 경청했을 개연성이 높다. 102-104p
심지어 어떤 집단에 쉽게 동조하지 않는 사람들조차 그 순간 그들은 다른 집단들에 종조하고 있다고 해야 한다. 우리 인간은 그 누구도 홀로 존재할 수 없는 초사회적 영장류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타인에게 동조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다수의 의견이 자신의 견해보다 더 나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우리는 대개 남이 가진 지식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 또한 사회적 학습을 통해 유일하게 문명을 축적해온 초사회적 영장류에 있어서 적응적 태도다. 타인이 가진 지식의 가치를 자신의 것보다 더 높게 평가했을 때 설령 사실은 그게 아닐지라도 결과적으로 타인에게서 더 유용한 지식을 배울 개연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107p
기존 시스템은 뜻밖의 새로운 발견, 즉 세렌디피티를 거의 불가능하게 만드는 유사도 필터링 방식이라면 새로운 시스템은 의도적으로 사용자에게 우연성과 이질성을 담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가령 넷플릭스의 추천 알고리듬이 기존 방식으로 두 번 정도 추천을 해준 후에 세 번째에는 사용자의 성향과 정반대되는 장르의 영화를 추천하거나 무선적으로 추천하는 방식으로 변형될 수 있다면 이 새로운 알고리듬은 사용자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시스템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109p
도덕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와 제시 그레이엄은 모든 문화권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도덕의 토대로서 다섯 가지 지준, 즉 ‘도덕 기반’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 기반들은 ‘피해’ ‘공정성’ ‘내집단’ ‘권위’ ‘순수성’이다. 도덕 기반 이론에 따르면 이런 기반들이 흔들릴 때 우리의 도덕적 직관은 빨간 신호등을 켜면서 우리에게 ‘뭔가 잘못 되었음’이라고 경고한다. (중략) 도덕 기반 이론에 따르면 인간이면 누구나 이 다섯 가지 기준을 갖고 있지만 어디에 가중치를 주는지에 따라 정치적 입장이 달라진다. 자유주의자는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개방적 성향이 더 강하기 때문에 보수주의자에 비해 내집단, 권위, 순수성 기반에 가중치를 덜 둔다. (중략) 역겨움 또는 혐오는 도덕 기반들이 위배되었을 때 우리가 느끼는 감정 중 하나다. 역겨움은 회피 동기를 주는 대표적 감정인데 신경심리학자 해나 체프먼과 애덤 앤더슨은 다양한 유형의 역겨움이 어떠한 기능을 하는가에 대해 탐구했다. 그들에 따르면 쓴맛을 느끼는 것은 독을 피하기 위해, 구역질 반응은 감염을 피하기 위해, 도덕적 역겨움은 달갑지 않은 상대와의 상호 작용을 피하게끔 진화했다. 불공정한 상황에서 느끼는 역겨움은 배신자나 무임승차자와의 만남을 꺼리게 만듦으로서 개인의 적합도를 유지하거나 증가시킨다. 이렇게 역겨움은 무언가를 피하기 위한 반응이고 그것은 일차적으로 개인의 생존을 위한 적응이라 할 수 있다. (중략) 보수주의자가 집단 내부의 불평등에 대해서는 더 둔감하지만 전염성 질환에 대해서는 더 민감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같은 사안들 두고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은 매일 으르렁댄다. 이것은 어쩌면 보편적 가치에 대한 합리적 불일치라기보다는 도덕 직관의 가중치 차이일 가능성이 높다. 직관이 서로 다를 뿐이라는 애기다. 이 차이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있다면 상대방이 혐오의 대상일 수는 없다.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역겨울 필요까지는 없지 않은가? 그런데 문제는 도덕적 역겨움이 왜 발생하는지를 이해한다고 해서 역겨움이 자동적으로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역겨움은 시스템1의 작동이기 때문에 시스템2의 특별한 노력이 있어야 겨우 완화될 수 있다. 116-119p
사회심리학 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타인과 만났을 때 타인이 나에 대해 어떤 의도를 가지는지(나를 해칠 것인지 도울 것인지) 그 의도를 실현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 민감하다. 개인은 생존을 위해 타인에 관한 이 두 차원의 정보를 알아야만 한다. 여기서 타인의 의도에 대한 평가는 따뜻함에, 그 의도를 실현시킬 수 있는 능력에 대한 평가는 유능함에 대응된다. (중략) 일상 속에서 타인의 행동을 평가할 때 이 두 축의 기준이 잘 작동한다는 증거들이 많다. 한 연구에 따르면 타인의 행동 중 82퍼센트 정도는 따뜻함/유능함의 특성으로 설명되며 유명인에 대한 인식 또한 따뜻함과 유능하므로 설명된다. 또한 특성을 나타내는 단어 200개에 관한 연구에서는 오직 따뜻함과 유능함이라는 차원만이 전체의 97퍼센트를 포괄하는 전반적 평가 기준으로 드러났다. 요약하면 시대의 문화, 자극의 종류에 상관없이 따뜻함과 유능함은 대인 지각의 보편적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138-141p
신제품을 개발한다는 명목으로 화장품 회사들은 토끼눈에 3,000번이나 마스카라를 바른다. 토끼는 큰 고통을 느끼며 결국 눈이 먼다. 화장품 성능 테스트 때문에 이런 식으로 희생당하는 동물이 매년 약 15만 마리에 달한다고 한다. 176p
공감 배양 방법을 연구한 심리학자 에란 핼퍼린은 인지적 재평가를 통한 감정 조절이 외집단에 대한 분노를 줄이고 인지적 공감을 키울 수 있는지를 연구했다. 여기서 감정 조절이란 우리가 어떤 감정을 언제 가지며 그것을 어떻게 경험하고 표현하는지에 영향을 주는 과정이다. 우리는 상황에 대한 의미 변화를 유발하는 인지적 재평가를 실시함으로써 감정 조절을 할 수 있으며 그 결과로 부정/긍정 감정의 강도와 지속 시간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 (중략) 이 결과는 인지적 재평가를 통해 분노를 조절함으로써 정치적 갈등을 축소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감정 조절을 통해 뿌리 깊은 분쟁에 대한 정치적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196-197p
글을 읽는 동안 등장인물에 공감을 더 잘한 사람일수록 더 잘 도와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책을 읽으며 독자가 하는 공감 경험이 실생활에서 다른 사람의 입장을 공감하는 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이다. 최근의 뇌과학자들은 뇌가 경험과 학습에 따라 많이 변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다. 이를 뇌의 ‘가소성’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뇌는 해부학적으로도 변화할 수 있다. 즉 우리가 어떻게 뇌를 쓰느냐에 따라 그리고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변화한다. 독서는 인지적·정서적·사회적 뇌를 모두 변화시키는 가소성의 원천이다. 좋은 책을 많이 읽으면 건강한 뇌를 가질 수 있다. 209p
문화적 엄격함의 차이에 관한 심리학적 연구에 의하면 역사적으로 생태적 위협에 빈번하게 노출되었던 집단일수록 사회적 규범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 여기서 생태적 위협에는 전쟁, 자연 재해, 전염볍, 높은 인구 밀도 등이 포함된다. (중략) 즉 고난이 많은 집단일수록 엄격한 규범을 만들고 따르는 사회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반면에 그렇지 않은 집단일수록 느슨한 규범을 가진 사회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창의적 사회일수록 느슨한 규범이 지배한다. 일단 우리 조상들이 겪었던 극심한 고난이 우리 사회의 획일성을 설명한다는 인식에서부터 출발할 필요가 있다. (중략)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문화적 엄격함이 강한 국가일수록 코로나19 희생자 수가 적다. 희생자가 많은 국가는 문화적으로 느슨한 유럽과 남미에 포진해 있다. 따라서 정말 중요한 질문 중 하나는 문화적으로 어느 정도 느슨한 것이 최적인가이다. 214-215p
상상은 추론이지만 경험은 그 상상력의 증폭제 역할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유형의 존재들이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느냐가 타인에 대한 이해력을 증대하는 중요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조직 성원들의 공감 지수를 높이려며 반드시 다양성 지수를 높여야 한다. 216-217p
진화심리학자 올리버 승에 따르면, 일구 밀도가 높을 경우 사람들은 느린 생애사 전략가가 된다. 인구 밀도가 높은 국가의 국민일수록 성적인 엄격성이 높은데 이는 아기를 낳을 가능성을 만드는 짝짓기에 매우 신중한 태도를 취한다는 뜻이다. 또한 그런 사람일수록 기대 수명이 높다. 즉 출산에 투자해 자녀를 빨리, 많이 낳고 일찍 사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성장에 자원을 더 많이 사용함으로써 오래 사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구 밀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유치원 등록률도 높다. 추가 번식보다는 이미 출산한 자녀의 성장에 투자한다는 또 다른 증거다. 결과적으로 인구 고밀도 국민들의 출산력은 상대적으로 더 낮다. 다시 말해 내 주변이 사람들로 넘쳐난다고 감지하면 ‘아이를 낳는 것보다는 그냥 내가 성장해 경쟁력을 길러야겠다’는 판단 회로가 작동해 출산력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경쟁이 치열하다고 지각하면 지각할수록 저출산으로 이어지는 것은 진화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248-249p
실제로 우리나라의 사회 통합 지수는 OECD 30개 회원국 중에서 하위권(1995년 기준 21위, 2009년 기준 24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통합이 결여돼 있다는 말은 곧 심각한 사회 갈등이 우리 사회에 도사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251p
삼성경제연구소가 2009년에 발표한 <한국의 사회 갈등과 경제적 비용>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읭 사회 갈등지수는 0.71로 OECD 국가 중 네 번째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OECD 평균에 비해서도 1.5배 정도 높은 수치다. 252p
여기서 연구자들은 VR 활용이 단지 타자의 상황에 연민을 느끼는 정서적 공감을 넘어 타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도움 행동에 나서는 인지적·행동적 공감까지 높일 수 있는지를 질문한다. 편견과 혐오를 줄이기 위해서는 단지 감정만이 아니라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중략) 대개 우리는 타자와 신체적 정체성이 유사할 때 더 쉽게 공감한다. VR은 자신과 사회적·신체적 정체성이 다른 외집단 아바타를 정밀하게 구혀해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구성할 수 있다. 258p
지구의 기온이 1.5도 올라갔을 때 우리 동네에서 벌어질 일들에 관한 생생한 VR 콘텐츠를 제작하고 함께 체험하게 해보자. 그리고 소감을 나누고 관련 법규를 함께 공부하며 기후 상승을 막기 위한 실천 프로그램을 만들어 실행해보자. 이 정도는 되어야 비로소 VR은 최고의 공감 기계로 진화할 수 있지 않을까? 262p
공감의 반경을 확대하기 위해 전 인류가 동참해야 할 방법은 무엇일까? 편견과 갈등에 대해 연구해온 사회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외집단 사람들과의 ‘접촉’과 ‘교류’가 해법이다. 이른바 이 ‘접촉 가설’에는 단서가 붙어 있다. 무작정 접촉한다고 해서 외집단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거나 다정함이 샘솟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집단 간 접촉을 통해 공감의 반경을 넓히려면 첫째, 두 집단이 동등한 지위를 가져야 하고, 둘째, 서로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친밀하고 다양한 접촉이 있어야 하며 셋째, 상위 목표를 이루기 위한 집단 간 협력이 유발되는 접촉이어야 하고 넷째, 관습, 규제, 법이 허용한 접촉이어야 한다. 이 조건들이 만족되지 않으면 접촉은 오히려 편견을 증폭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들을 얼마나 잘 만족하느냐에 따라서 공감의 반경이 결정된다. 269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