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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콘크리트 유토피아

정보

영화 이름 : 콘크리트 유토피아
장르 : 포스트 아포칼립스, 재난, 드라마, 액션, 스릴러, 군상극
감독 : 엄태화
작가 : 이신지, 엄태화
주연 :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김선영, 박지후, 김도윤 外
개봉일 : 2023년 8월 9일
영화제 수상 : 제59회 대종상 영화제 최우수 작품

리뷰

<유쾌한 왕따>는 2014년부터 레진코믹스에서 연재한 웹툰으로, 재난 속 약자의 시선으로 인간의 본성을 관찰한 생존투쟁기다. 엄태화 감독의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유쾌한 왕따>를 각색한 영화이자, 자음과모음 출판사의 박해천 작가의 도서인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이름을 빌려왔다. <유쾌한 왕따>의 시대상황과 캐릭터성을 가져오고, 박해천 작가의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주제의식을 차용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아파트 공화국’이 무너진 디스토피아를 그리는데, 세상에 느닷없이 닥친 재앙 앞에 무너지지 않은 콘크리트 결합체인 아파트에서 생존하는 이야기다.
영화는 ‘황궁 아파트’라는 물리적인 공간을 제약시키고 외부적 존재를 삭제시킨다. 영화의 세계관은 재앙 이후 디스토피아를 그려내며 어떠한 설명을 진행하지 않는다. 갑자기, 어느 순간, 그들은 아파트 안에 놓인다. 영화는 영탁(이병헌)을 통해 자라는 리더십과 조직과 단체에 헌신하며 추락하는 윤리를 담아낸다. 영탁을 반대하는 명화(박보영)은 이야기는 반전하는 캐릭터이자 최후의 희망과 같다. 성과와 경쟁을 상징하는 수직성과 평등과 협력을 상징하는 수평성의 대비로 감독은 아파트의 다양한 상징을 통해 한국사회의 이면을 드러낸다.
영탁은 점차 리더십이 되어 간다. 그에겐 또다른 정체성이 숨어 있다. 조직 앞에 놓인 리더십은 어떻게 윤리와 가치를 저버리는가. 생존으로 점철된 조직은 한 개인을 어떻게 소외시키는가. 구분과 차이를 구조적으로 만들어낸 차별은 윤리적으로 문제 없는지 되묻게 된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과 같이 ‘악의 평범성’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영화는 인간의 악한 심성을 다루고 있으며, 특별히 우리는 어떻게 리더에 충성하고 이끌리는지, 리더는 무엇을 통해 조직을 이끌어가는지 엿볼 수 있다.
공무원 생활을 이어갔던 민성(박서준)은 아파트 조직에도 충성적이다. 공무원 집단은 결코 리더십에 저항할 수 없으며, 최종 의사결정권자를 반대할 수 없다. 그러한 그의 모습이 황궁 아파트에서도 재현된다. 그러나 그는 아내인 명화를 통해 점차 바뀌어나간다. 간호사였었던 명화의 시선은 평소 약자를 향해있다. 한 사람은 한 사람의 세계관에 영향을 미친다. 충성심은 의문심으로 바뀌고, 리더십의 정체는 탄로난다. 리더십의 이면에 폭력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조직은 뒤흔들리지만 대안은 무력하게 보이지 않고, 외부자들의 침투로 황궁 아파트 공동체는 무너진다.
아파트가 무너진 곳에 유토피아가 있다. 서로를 돌보고 수평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공간이 있다. 남편인 민성의 죽음은 마치 예수를 보는 듯하다. 명화는 민성의 삶의 방향을 뒤바꿨고, 민성은 명화의 삶을 이어나가게끔 한다. 유토피아. 그곳은 젖과 꿀이 흐르는 곳은 아니지만, 삶과 사람이 존재하는 곳일 터다. 경계를 끊임없이 나누며 내부인과 외부인을 구분짓지 않고, 생산성으로 평가하지 않는 곳일 터다. 수직으로 세워지는 권력과 탐욕의 바벨탑를 유토피아라 불렀던 이들 앞에 이를 저항하고 대안으로 살아내는 존재들을 우린 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