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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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름 : 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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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코미디, 음악,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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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션 헤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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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션 헤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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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 : 에밀리아 존스, 에우헤니오 데르베스, 트로이 코처, 퍼디아 월시-필로, 다니엘 듀런트, 말리 매트린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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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일 : 2021년 8월 31일
리뷰
소리없이 몸짓과 표정 그리고 손동작으로 대화하는 수어는 청각장애인의 제1의 언어다. 최근 지인에게 국회의원 선거에서 수어통역을 없앴다는 이야기(대통령 선거에는 있었음)를 들었는데, 어떤 농인(청각장애인을 뜻하는 말)은 글자를 읽지 못하고, 수어를 제1언어로 사용한다. 대통령 연설 혹은 정치인이 즐비하게 출연하는 방송의 오른쪽 아래를 보면, 수어 통역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는 농인들의 정치 접근성을 높이는 장치이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는 농인의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았고, 수어 통역사들은 이에 공분을 느꼈다. 추측컨대, 이는 그들의 삶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영화 <코다>는 청각 장애인 부모에게 태어난 자녀라는 뜻인 ‘코다’인 루비(에밀리아 존스)의 독립과 자신의 꿈을 찾아 나가는 이야기다. 음악에서는 ‘악곡 끝에 덧붙이는 부분’으로 불리는데, ‘추가분’과 같은 어감을 갖고 있는 ‘코다’의 삶이 어떠한지 예상된다. 루비는 우연치 않게 베르나르도(에우헤니오 데르베스)에게 음악 지도를 받아 학교 무대 발표를 준비하고, 버클리 음대 진학을 위해 입시 시험을 준비한다. 루비는 듀엣 파트너가 된 마일스(퍼디아 월시-필로)를 연인으로 만나면서, 틴에이저 영화의 문법도 적절히 담긴다.
자녀들은 부모의 사랑을 받고 동시에 그들은 사랑하는 존재로 자라난다. 루비는 사랑받음에서 사랑하는 존재로 변모하면서 부모와의 정서적 독립을 겪는다. 사랑의 능동성은 사랑의 수동성보다 인간을 한층 다른 사람으로 변화시킨다. 농인인 가족과 청인의 세계를 연결하려 했던 루비는 그 사이에서 고통을 받는다. 가족은 고기잡이 배를 운영하는 수산업 종사자인데,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통역의 역할로 루비가 필요했다. 루비는 가족을 돕기 위해서는 음악 진학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린다. 그 속에서 영화는 가족의 지지와 루비의 떠남을 그려낸다. 가족들은 자신들이 겪어야 할 몫을 기꺼이 감내하며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루비의 음악은 썩 아름답지 않다. <코다>는 음악 영화가 아니기에 음악적 기술에 많은 에너지를 들이지 않았다. 대신에 노래를 부르고 수어와 노래를 함께 표현하는 루비의 자기다움에 집중한다. 그는 농인과 청인의 세계를 연결하는 통역사의 역할을 선반 위가 아니라 무대 위에서 보여준다. 가족은 소리가 들리지 않지만, 아름다운 가사와 이를 전달하려는 루비의 존재를 받아들인다. <코다>는 한 존재의 소리침을 노래로 받아들이는 가족의 여정과 자기다움으로 살아가려는 한 아이를 그려낸다.
영화가 썩 매끄럽진 않고 만듦새는 투박하지만, 농인의 삶의 현실을 그려내면서 청인과 농인 세계의 경계에 놓인 아이의 삶으로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아름다운 노래를 듣고 인정해주는 부모는 없지만, 그의 꿈을 지지하고 함께 품는 가족이 있다. <코다>는 가족 드라마로 독특한 시선과 보편적 감성이 잘 버무려 있기에 94회 미국 아카데미상을 거머쥘 수 있었을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