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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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름 : 추락의 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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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드라마, 범죄, 스릴러, 법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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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쥐스틴 트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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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쥐스틴 트리에, 아르튀르 아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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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 : 산드라 휠러, 스완 아를로드, 앙투안 라이나르츠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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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일 : 2024년 1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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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수상 : 칸 제76회 황금종려상
리뷰
96회 미국 아카데미 각본상과 76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인 쥐스틴 트리에 감독의 <추락의 해부>는 사랑 그리고 죽음을 둘러싼 법정극이다. 152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동안 대화 자체만으로 긴장감을 불러일으켜 지루함을 줄이는 각본을 내보인다. ‘추락’과 ‘해부’라는 키워드는 이 영화를 아우르는 핵심이다. 남편의 추락은 산드라(산드라 휠러)의 존재가 낱낱이 해부되는 계기를 마련하고, 그의 비밀들이 속절없이 드러나며 그의 명성과 권위는 추락한다.
추락. 남편의 급작스러운 추락사. 위층에서 떨어져 죽음에 다다른 끔찍한 사건 앞에 경찰들은 사건을 탐색한다. 시각장애인 아들의 앞뒤가 다른 말들,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산드라가 남편을 죽일 수도 있겠다는 동기를 발견하는 등 남편의 죽음은 그들 가족의 위신을 추락시킨다. 유명한 작가였던 그는 한순간에 명성은 바닥을 치고, 뉴스는 그를 다양한 수식어로 지칭하며 산드라는 몰락한다. 대법원까지 이어지는 재판 과정 속 그의 마음은 분해되고, 해체된다.
해부. 산산조각이 난 그의 마음과 더불어 가족 또한 부서진다. 아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던 남편과의 다툼과 자신의 성적 정체성. 법정 앞에 피의자의 이력, 경험, 과거는 해부되어 전시된다. 마치 미술 전시회를 관람할 때 고개를 끄덕이며 상품의 가치를 판별하는 방청객들이 눈 앞에 펼쳐진다. 산드라가 죄인인지 무고한지는 중요하지 않다. 산드라의 죄를 판별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그의 일상을 해체시키며 일상으로 복귀하지 못하게 발목을 단단히 붙잡는다.
<추락의 해부>는 산드라의 죄를 명백하게 판결하지 않고, 산드라의 살인 유무에 주안점을 두지 않는다. 물론 그에게 무죄라는 세간의 결정이 붙었지만, 관객들은 여전히 의심과 미심쩍은 마음으로 영화관의 자리를 떠날 것이다. 이미 해부된 그의 몸과 마음은 어떻게 치유될 수 있는가. 여전히 자신을 있는 그대로 함께 있어주는 것은 반려견인 스눕독밖에 없다. 자신을 판단하지 않고 묵묵히 지켜보고 함께 숨 쉬는 스눕독. 남편의 빈자리를 묵묵히 견뎌야 하는 산드라의 자리 그리고 다시 회복해야 하는 아들의 자리는 어디인가. 가족, 사랑, 명예 등을 잃어버린 산드라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법정 공방이 끝난 후 변호사도 떠나간 뒤 그는 스눕독과 함께 눕는다. 존재의 위안, 일상이 회복되었다는 안심이 주어졌을까. 진실이 밝혀진다고 한들 우리의 삶은 다시 회복되어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