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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램스

정보

영화 이름 : 램스
장르 : 드라마
감독 : 그리무르 하코나르손
작가 : 그리무르 하코나르손
주연 : 시구르두르 시구르욘슨, 테오도르 율리우손 外
개봉일 : 2016년 11월 3일

리뷰

자연에 기생하는 미약한 인간은 황량하고 드넓은 초원에 자그맣게 존재한다. 아이슬란드의 풍경은 대단한 인간사회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인간들이 어떤 역풍을 맞을 것인지 암시한다. <램스>는 양을 목축하는 두 형제에 관한 이야기다. 구미(시구르더 시거르존슨)와 키디(테오도르 줄리어슨) 40년 동안 말 한 번 섞지 않으며 관계를 끊은 지 오래다. 그들은 양 목장을 따로 운영한다. 아마 부모 때부터 이어져온 업일 터이다. 두 형제가 속한 협회(?)는 양 품질 콘테스트를 시행하는데, 형인 키티의 양이 근소한 차이로 우승을 거머쥔다. 이에 분개한 구미는 자신이 기른 양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몰래 축사로 들어가 살펴보는데, 우승한 양에게 전염병이 있음을 발견하고 이를 알린다.
즉각 처분하라는 방역수칙에 따라 그들의 양들은 매장 대상이 된다. 근처 마을의 모든 양은 처분될 것이라 이야기를 듣는다. 끝까지 저항하는 키디와 다르게 구미는 순순히 따르나 싶더니 지하에 몰래 최상급의 양을 숨긴다. 구미의 탓으로 자신의 양들이 처분된 것에 분개한 키디는 동생과의 갈등이 절정으로 치닫는다. 키디는 총으로 동생을 위협하며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데에 거침없다. 양을 잃은 키디의 무력한 감정은 점차 그를 폭력적으로 만든다. 구미는 동생 탓을 하며 분개한 채 밖에서 동상에 걸려 죽을 뻔한 키디를 발견하고, 집으로 들인 뒤 몸을 녹여 구해준다. 옷을 모두 벗기고, 따뜻한 물로 그의 몸에 적신다. 죽었다 살아났지만, 그는 고맙다는 말 한 마디 없이 자신의 집으로 향한다.
긴 세월 동안 양은 그들의 전 재산이자 가족과 같은 존재였다. 한순간 모든 것을 잃어버린 그들에겐 무기력한 감정만 남고, 앞으로 살아갈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구미는 숨겨둔 양이 있기에 키디와 다르게 행복해 보인다. 그러나 그 행복은 오래 가지 않았다. 잠시 키디의 집에 들렸던 방역원은 지하에 양이 있음을 발견하고, 방역 조직은 키디의 집부터 근처까지 뒤지기 시작한다. 얼른 형의 집으로 양들을 보내지만, 들키게 되자 구미는 키디와 함께 산으로 양을 치기 시작한다. 양을 살려야 한다. 이것마저 잃으면 지금까지 자신이 살아왔던 이유를 잃어버리는 셈이 된다. 그곳에서 만난 폭풍에 구미는 정신을 잃고 죽음의 경계에 놓인다. 키디는 눈굴을 파고, 옷을 벗어 자신의 온기를 나눈다. 죽음 앞에 놓인 형제의 피부는 맞닿는다. 하나뿐인 동생을 다시 살리겠다는 마음으로 키디는 자신의 곁을 내준다. 40년 동안 증오하며 멀리 떨어졌던 그들은 다시 하나가 된다.
숫양을 한 마리를 남겼던 구미처럼, 북슬북슬한 수염을 가진 구미와 키디는 서로에게 숫양과 같다. 두 형제는 지금까지 길렀던 양을 처분되면서, 두 형제의 인생도 함께 폐기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책임져야 한다. 동생은 형을, 형은 동생을 기르며 이끌어가야 한다. 서로가 주인이자 양으로서 함께 나아가야 한다. 40년 동안 외면했던 그들의 관계는 한순간에 다시 연결된다. 용서는 그와 내가 같은 존재임을 깨달을 때 시작되는 걸까. 모든 것을 잃어버린 형제는 긍휼의 마음으로 상대를 바라본다. 그들은 기꺼이 길러지는 존재가 되어 방향을 잃어버릴 때 그 길을 제시해줄 것이다. 용서는 상대에게 내 인생의 방향을 넘기는 것이며, 그들은 설원에서 온기를 잃지 않고 나아갈 것이다. 아이슬란드의 황량한 설원은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여기게 하지만, 인간은 그 자연에서 의미를 찾고 본연의 자리를 지켜낸다. 아름다움은 고통 속에서 피어오르는 꽃과 같기에 두 형제의 발가벗은 몸은 수치스러움이 아닌 오히려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형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