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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트렌드 코리아 2024

정보

책 이름 : 트렌드 코리아 2024
저자 : 김난도, 전미영, 최지혜, 이수진, 권정윤, 한다혜, 이준영, 이향은, 이혜원, 추예린, 전다현
출판사 : 미래의창
종 류 : 트렌드 / 미래 전망
출판연도 : 2023-10-05
쪽 수 : 416쪽

리뷰

2024년 대한민국의 경제 불황을 예견하는 기사가 많았다. 소비는 위축되고, 주택 가격이 안정적이지 않을 것이다, 가격상승률에 비해 임금은 오르지 않는다 등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졌다. 정부는 긴축 정책으로 빚을 더 만들지 않기로 했으며, 내가 속한 분야인 도서/영화/독립서점 등은 예산이 반 토막 이상 삭감됐다. 문화를 경제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소비와 예산은 과감히 줄이겠다는 원주시 정부의 입장도 동일하다. 기업과 소비자들이 형성하는 트렌드뿐만 아니라 정부가 주도하는 트렌드 또한 존재하는데, 그렇기에 트렌드는 깊어지며, 다양해지고 뒤바뀌는 현상이 공존한다.
<트렌드 코리아 2024>는 2024년 소비 트렌드를 10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1) 분초사회 (2) 호모 프롬프트 (3) 육각형인간 (4) 버라이어티 가격 전략 (5) 도파밍 (6) 요즘남편 없던아빠 (7) 스핀오프 프로젝트 (8) 디토소비 (9) 리퀴드 폴리탄 (10) 돌봄경제. <트렌드 코리아 2023>에 주요하게 뽑은 키워드 10개를 간략하게 정리했으며, 대한민국 10대 트렌드 상품 또한 정리했다. (1) 무인점포 (2) 여행 예능 (3) 챗GPT (4) 편의점 초저가·초대형 상품 (5) 단백질 식품 (6) 식당 예약·줄 서기 앱 (7) 웹툰·웹소설 (8) Y2K·복고 아이템 (9) 팝업스토어 (10) 고향사랑기부제. 10대의 소비 트렌드가 앞으로 부상하게 되는 트렌드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이드 프로젝트(7)도 하면서, 일의 확장을 계속 시도해야 하고, 도파밍(5)으로 재미를 추구해야 하는 분초사회(1)를 살고 있다. “분초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는 “단위는 사고를 결정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시간의 단위가 쪼개진다는 것은 시간을 그만큼 세밀하고 소중하게 사용한다는 의미다.” (138p) 사람들은 육각형인간(3)을 희망하며, 호모 프롬프트(2)를 요구받는다. 기업들은 버라이어티 가격 전략(4)으로 유연한 가격 변동을 고민하고 있으며,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어려운 소비자들은 디토소비(8)를 지향한다. 요즘남편 없던아빠(6)의 부상으로 요즘 남편으로 살아가기 위한 역동은 강렬하다. 새로운 관점에서 돌봄을 바라보는 돌봄경제(10)의 부상과 로컬공간과 커뮤니티가 중요해진 리퀴드 폴리탄(9)은 정주도시를 너머 흐르는 도시를 상상하게 한다.
현재(2/1) 미국은 골디락스(물가는 오르지 않고 경제는 성장하는 상태)이다. 이는 대한민국의 성장과는 매우 다른데, 미국의 성장이 대한민국에도 다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세계는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연결의 효과가 나타날지는 지켜봐야 한다. “인류학에는 ‘문화의 냇물’이라는 표현이 있다. 시냇물이 흐르는 것처럼 문화는 정체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는 의미다.”(284p) ‘문화가 정체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처럼, 트렌드 또한 마찬가지다. 해외의 정치·경제에 국내에 혁신에 대한민국은 들썩거린다. 그 가운데 변하지 않을 본질과 대체될 껍질이 무엇인지 구분해내는 구별력이 필요하다. 트렌드를 읽는 눈과 더해 트렌드를 견인할 ‘나만의 무언가’가 무엇인지 잠시 생각해본다.
항해적 경험을 결합한다는 것은 공간에 진입하는 순간부터 계산을 마치고 나올 때까지의 총합적이고 연속적인 리듬까지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71p
단위는 사고를 결정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시간의 단위가 쪼개진다는 것은 시간을 그만큼 세밀하고 소중하게 사용한다는 의미다. 138p
인류학에는 ‘문화의 냇물’이라는 표현이 있다. 시냇물이 흐르는 것처럼 문화는 정체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우리는 시냇물 어딘가에 발을 담그고 지금 물이 어떤지 경험하지만, 사실 얼마간 지나고 나면 내가 속한 문화는 예전과 같지 않게 된다. 284p

인상 깊은 문장

소셜 미디어에서는 이직을 하는 사람이 자신의 후임자를 위해 그 회사에서 받았던 연봉을 기록하는 문화도 나타났다. 최소한 이 정도 이상의 연봉은 요구해도 정당하다는 지표를 남기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2022년 말이나 ‘급여투명화법’을 실행했다. 일정 인원 이상을 고용하는 기업이라면 채용 공고를 낼 때 파트타임 직원부터 고위 임원에 이르기까지 지급할 급여의 범주를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100인 이상의 사업장에서는 성별 및 인종 간 급여 격차 또한 공개할 것을 의무화했다. 38p
인지심리학자 매리언 울프는 저서 <다시, 책으로>에서 종이책을 읽을 때와 디지털 매체를 읽을 때 인간이 뇌를 사용하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고 지적한 바 있다. 종이 인쇄물을 읽을 때 인간은 ‘깊이있는’ 뇌의 회로를 사용하는 반면, 디지털 매체를 읽을 때는 ‘훑어보기’ 식의 회로를 사용한다. 각각의 읽기 방식 모두 나름의 장점을 지니고 있지만, 디지털 읽기 방식에 치중될 때 균형 잡힌 사고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56p
2020년 3월 미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엘더라’라는 플랫폼이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다. 어르신들의 시대라는 뜻을 가진 엘더라는 전 세계의 5~18세 어린 세대들이 60세 이상의 시니어 멘토와 일대일로 연결되는 버추얼 빌리지다. 이 플랫폼의 이론적 기초를 제공한 컬럼비아 공중보건대학 린다 프리드 박사에 의하면, 세대를 연결하는 것은 어린이와 나이 든 어른들에게 모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구별되기보다, 연결될 때 더 큰 가치를 만든다. 57p
그런데 이제는 얼마나 오래 소비자를 ‘머무르게 하느냐’가 중요해졌다. 머무르게 하려면 매장에서 시간을 소비할 수 있는 컨텐츠가 있어야 한다. 멋진 공간 디자인이나 체험 프로그램을 갖추는 것에서 더 나아가야 한다. 오프라인 공간에 방문하는 자체가 하나의 쇼를 관람하는 것과 같은 영감과 재미를 제공할 수 있느냐가 공간 전략의 핵심이 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리테일먼트’에 ‘항해적 경험’이 결합될 가능성이 높다. 리테일먼트는 리테일과 엔터테인먼트를 합친 말로 단순한 상품 전시나 판매를 넘어 매장에 머무는 시간 동안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항해적 경험을 결합한다는 것은 공간에 진입하는 순간부터 계산을 마치고 나올 때까지의 총합적이고 연속적인 리듬까지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70-71p
예컨대 좋아하는 아이돌이 예능에 출연하면 5천 원을 저축하고, 라이브 방송을 켜면 1만 원을 저축하는 식이다. 최근 카카오뱅크는 이러한 열성적인 팬 문화를 반영하여 ‘최애적금’ 서비스를 출시했는데 …… 생일 카페는 실제 카페를 대관해 최애 연예인만을 위한 공간으로 꾸미고, 연예인의 모습이 담긴 음료와 디저트를 준비하는 이벤트를 말한다. 83p
매일 장거리 노선을 반복해 운전해야 하는 화물차에 설치된 영상 안전 카메라가 운전자의 표정과 행동을 실시간 분석해 사고를 예방한다. 5분에 세 번 이상 하품을 하면 휴식을 권장하고, 휴대폰을 귀에 갖다 대면 “운전 중 통화하지 말라”는 경고도 보낸다. 97p
디스플레이 기술혁신을 발판 삼아 ESG 가치를 실현하는 기업이 있다. GS샵·CJ온스타일·롯데홈쇼핑 등은 2022년 말부터 점차적으로 홈쇼핑 스튜디오의 배경 세트를 ‘미디어월’로 대체하고 있다. 기존에는 방송 주제에 따라 배경 세트를 설치하고 철거하는 일을 반복했다면, 미디어월은 배경 세트를 영상 스크린으로 대체하기 때문에 폐기물을 약 50톤 이상 줄일 수 있다. 방송 준비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은 물론이고, 시청자의 몰입감도 한층 높아져 성공적인 ESG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99p
고려대 글로벌비즈니스대학 송수진 교수는 불황에도 승리하는 제품을 만들려면, 시대와 시장을 관통하는 소비자의 욕망을 읽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소비자의 삶 속에서 낭비와 불편함을 없애고, 소비자가 정체성과 취향을 드러낼 수 있도록 돕는 상품만이 살아남는다. 소비자가 느끼는 ‘페인 포인트’와 ‘열망 포인트’를 파악하고, 이를 제품과 브랜드로 해소하는 기업만이 존속할 수 있다. 102p
요즘에는 돈과 시간이 동등하게, 어쩌면 시간이 돈보다 더 소중해지면서, 돈을 쓰더라도 내 시간을 더 갖고자 하는 사람이 늘었다. …… 하지만 발품을 팔아 절약해 얻는 효용보다 그 시간을 절약해 새로운 경험을 하는 효용이 더 크다면, 최저가 탐색을 포기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 가격 대비 성능의 효율을 의미하는 ‘가성비’만큼이나 시간 대비 성능의 효율, 즉 ‘시성비’가 중요해지는 이유다. 136-137p
단위는 사고를 결정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시간의 단위가 쪼개진다는 것은 시간을 그만큼 세밀하고 소중하게 사용한다는 의미다. 138p
소위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상품”은 이들에게 환영받지 못했다. 이전 세대가 체험해보지 않은 것에 가치를 두었다면 요즘 Z세대는 알 수 없는 앞날이나 예상하지 못한 일을 스트레스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 145p
오픈AI는 일반화된 챗GPT 서비스를 선보이는 동시에, 해당 기능의 ‘API’를 공개했다. API란 각 분야의 갱발자들이 자신의 서비스나 앱에서 해당 기능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모아놓은 함수들을 말하는데, 오픈 AI가 API를 공개했다는 것은 모든 서비스에 챗GPT 기능을 가져다 쓸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165p
하민회 이미지21 대표는 프롬프트 엔지니어에게 코딩 능력보다는 생성형 AI의 사용경험과 논리적·언어적 대화 능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170p
하지만 사용자는 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질문을 거듭해 인공지능에게 전적으로 맡기기보다는, 검색에 의해 나열된 결과를 집접 보고 자신에게 필요한 하이퍼링크를 클릭하며 원하는 정보에 접근하고자 하는 니즈도 가지고 있다. 인공지능이 답을 찾는 뎁스가 줄어든다고 하지만, 이는 원하는 답을 얻기까지 해야 하는 질문의 수에 달려있다. 아마도 사용자는 검색과 인공지능을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선택해 사용할 확률이 높다. 172p
연세대 이준기 교수에 의하면 창의력은 크게 ① 기존의 것을 조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조합하는 창의력’, ② 잘 성립된 구조에 바탕을 두고 그 경계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드는 ‘탐구적 창의력’, ③ 완전히 새로운 구조를 만드는 ‘변화적 창의력’의 세 종류가 있다고 한다. 인공지능은 이 중에서 기존의 정보와 구조에 바탕을 둔 조합하는 창의력과 탐구적 창의력을 발휘했다고 볼 수 있다. 174p
보편적 기본 소득은 느껴지는 것과는 달리 재분배 정책이라기보다는 극도로 시장주의적인 발상이다. 인터넷·스마트폰·인공지능 등 새로운 기술로 인해 부의 격차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커질 테니, 최소한의 보편적인 소득을 나눠줌으로써 해당 영역의 구매력 있는 소비자를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177p
한 대학의 교수는 학생들이 챗GPT에 의존해 리포트를 쓰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을 직시하고 챗GPT가 쓴 리포트와 본인이 쓴 리포트 2개를 모두 가지고 오라고 했다고 한다. 두 리포트를 비교해보면서 “AI가 이렇게 잘하는데 그것보단 인간이 나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자정작용 혹은 “더 잘쓰거나 다르게 쓰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을 보강하거나 준비해야 할까?”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했을 것이다. 180p
경희대 김재인 교수는 저서 <AI 빅뱅>에서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것은 ‘넘어섬’ 때문이라는 니체의 말을 소개한다. 니체는 초인 개념을 통해 인간은 ‘자신을 초월하고 넘어서는 존재’라는 점을 강조했다. 인간은 평균 지대에만 머무르지 않고 바깥쪽으로 가서 뭔가 새로운 것, 창조적인 내용물을 계속 보태나가는 존재라는 것이다. …… 스스로를 돌아볼 줄 아는 능력을 ‘메타인지’라고 부르는데, 이는 성찰하는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다. 181p
심리학자이자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인 에드워드 코리 하긴스가 1987년에 제안한 자기 불일치 이론에서는 사람이 인식하는 자기개념을 세 가지로 분류한다. 내가 가지고 있다고 인식하는 실제적 자기, 개인이 소유하기를 희망하는 이상적 자기, 그리고 반드시 가져야 할 책임이 있는 의무적 자기다.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이러한 자기개념 사이에 격차가 없을 때 조화로운 상태에 이른다. 반대로 자기인식 간에 격차가 벌어지면 부정적 심리 상황을 경험하게 된다. 208p
먼저 수요가 줄어드는 ‘비수기’에는 가격을 인하함으로써 수요를 늘릴 수 있다. 특히 수용력에 제약이 있는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시간별·계절별로 가격을 달리 설정하는 전략이 적극 활용된다. 레스토랑의 해피아워가 좋은 예다. 영국의 고급 레스토랑 ‘밥 밥 리카드’는 독특한 ‘변동 가격제’를 도입하여 성공을 거둔 사례다. 이 식당은 똑같은 메뉴를 월요일은 ‘오프 피크’로 25% 저렴하게, 화요일과 일요일은 ‘미드 피크’로 15% 저렴하게, 그 외의 요일에는 정가에 제공한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다른 가격에 대한 정보를 철저히 비밀에 부친다는 점이다. 고급 레스토랑의 경우 손님을 대접하거나 기념일에 방문한다는 점을 감안해, 밥을 사는 사람의 체면을 지켜주고자 할인가를 메뉴판에 적어두지 않는 것이다. 대신 우연히 할인 시간대에 방문해 저렴하게 먹었다는 기분 좋은 느낌만 제공하여 소비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219p
쿠팡 로켓배송의 상품 가격이 떨어지면 바로 알려주는 알림 앱 ‘폴센트’에서 보유한 카드의 종류와 멤버십 여부 등을 체크하면 매일매일 변동되는 가격 정보를 알려주고, 원하는 가격에 도달하면 알림을 보낸다. 232p
AI가 소비자의 소득·성별·연령·인종 등에 따라 가격을 정할 경우 사회적 문제가 될 소지도 있다. 아마존은 지난 2000년 매출 신장을 위해 충성도가 높은 고객에게 가격을 올리고, 구매 이력이 없는 고객에게는 물건값을 낮춘 것이 발각돼 불매운동이 벌어졌으며 이에 대해 제프 베이조스 최고경영자가 직접 나서 사과한 적도 있다. 239p
통계청의 2023년 1월 자료를 기준으로 보면 ‘가사’를 이유로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은 남성은 21만 5,000명이다. 2003년 1월 이후 20년 만에 최고치로 현재 가사 전담 남성은 장기간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더하여 ‘육아’를 이유로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남ㅅ헝은 1만 7,000명인데 이는 1999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치에 해당한다. 271p
소위 ‘패밀리지(패밀리+마일리지)’를 쌓는 것은 눈치력의 정수라 할 수 있다. 부부간, 혹은 부모와 자식 간에 점수를 많이 따두면 마일리지처럼 써먹을 찬스가 생긴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남편이 혼자서 장인 장모를 모시고 흔쾌히 주말을 보냈다면, 다음 친구 모임에 나갈 때나 사고 싶은 물건이 생겼을 때 눈치 보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패밀리지’가 주어지는 식이다. 273p
인류학에는 ‘문화의 냇물’이라는 표현이 있다. 시냇물이 흐르는 것처럼 문화는 정체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우리는 시냇물 어딘가에 발을 담그고 지금 물이 어떤지 경험하지만, 사실 얼마간 지나고 나면 내가 속한 문화는 예전과 같지 않게 된다. 284p
내부 기업 벤처링을 통해 기업들은 별도 부서를 설치하거나 사내 직원의 아이디어를 수집하고 선정된 팀에게 별도의 공간과 시간을 할애하여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도록 독려한다. 이후 성공할 경우에는 내부화하거나 별도 법인을 허가하여 분사시킨다. 이처럼 기업발 스핀오프 창업은 기업 내부에서 새로운 기회를 이용하여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사내 기업가 정신을 중심으로 외부에 새로운 기업을 세우는 일종의 기업 벤처링 활동이다. 304p
사이드 프로젝트는 단순한 부업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성이 있는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찾는 일이다. 전술한 스핀오프 기업들도 상당수는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시작됐다. 굴지의 플랫폼 기업 네이버는 삼성 SDS 사내벤처에서 시작됐고, 트위터도 사내 해커톤에서 출발했으며, 당근마켓도 카카오 개발자들이 모여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한 결과물이다. 308p
스핀오프를 할 경우에는 자신의 핵심 품질 요소가 무엇인지 알고 이를 응용해야 할 것이다. …… 스핀오프는 미세하게 변화하는 대중의 취향과 시장 상황 속에서 상품을 확장하고 변화시키며 자신을 세밀하게 조정하는 일종의 튜닝 과정이다. 314p
SNS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는 내부 직원을 의미하는 ‘임플로이언서’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임플로이언서는 회사 제품에 대한 전문성과 인간적인 면모로 디토소비자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실제 “회사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정보는 어디서 얻을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전세계 소비자의 53%가 회사 직원이라고 응답했다. 회사 차원의 공식적 홍보가 아니라, 그 내부인을 개인으로 의인화시켜 소비자의 반응을 유도한다는 측면에서 기존의 광고와는 차이가 있다. 324p
이처럼 2D 속 등장인물들이 실제 소비의 참고 대상으로 주목받자 ‘웹툰 인물 협찬’이라는 새로운 방식의 PPL도 생겨났다. 브랜드로부터 협찬을 받으면 작가가 웹툰 속 주인공이 협찬 제품을 입는 컷을 그려주는 방식이다. 콘텐츠가 그 형태를 가리지 않고 소비자의 현실 속 구매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차 커지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332p
복잡한 소비 환경과 그 속에서 불안함을 느끼는 소비자는 최선의 선택을 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적의 선택을 하기 위해 새로운 구매 의사결정 방법을 모색하게 됐다. 그 결과 소비자는 자신을 대신해 구매 의사결정을 내려줄 대리물을 찾아 추종하는 ‘디토소비’를 대안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337p
1883년 일본의 강압에 제물포를 개항했을 때 인천항에서 배다리삼거리까지 이어지는 1킬로미터 남짓의 길을 ‘개항로’라고 불렀다. 개항로는 과거 인천의 ‘핫플’이었지만, 관공서 이전과 주변 지역의 개발로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인천에서 나고 자란 이창길 개항로 프로젝트 대표는 놀이터와도 같았던 동네가 저물어가는 데 안타까움을 느끼고, 기능을 다한 오래된 건물들을 발굴해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로 채운다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2018년 ‘개항로 프로젝트’를 시작해 건축가·디자이너·기획자·요식업 종사자 등 15명이 함께 도시 재생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비인후과 의원이던 곳을 카페 브라운핸즈로 되살린 것을 시작으로 일광전구 라이트하우스·개항로 본부·메콩사롱·개항면·개항로통닭·해항백화 등 몇 년 사이에 20개가 넘는 새로운 공간들이 개항로를 채웠다. 개항로가 달라지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자 서울, 인천, 송도 신도시 등에서 장사를 하던 가게들이 개항로를 주목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40여 곳의 가게가 새로 문을 열었다. 개항호 프로젝트를 포함해 개항로에서는 약 60개의 버려진 공간들이 되살아났다. 356-357p
편의점 CU는 지난 2017년부터 지역사회의 ‘파출소’ 역할을 맡고 있다 미리 지정딘 경찰기관으로 연결되는 신고 버튼이 결제 부스 내부나 단말기에 부착돼 있어 위급 상황에 간편히 누를 수 있다. 편의점과 경찰의 협력 치안을 통해 길 잃은 아동이나 학대 아동을 긴급 보호하거나 범죄 위협 시 빠른 신고를 가능하게 해 동네에 안전망으로 자리 잡았다. 387p
서울시에서는 2023년 9월부터 조부모 등 4촌 이내 친인척에 아이를 맡기면 월 30만 원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조부모 육아를 시장가격으로 환산해준 것이다. 또 부모가 장기 요양 보험상의 일정 등급 이상에 해당되고, 자녀가 요양 보호사 자격증이 있는 경우에는 재가요양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다. 자녀가 집에서 부모를 모시더라도 국가로부터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점은 돌봄의 경제적 가치를 인정한다는 뜻이다. 394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