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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후기] 새로토닌 <질환과 함께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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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경기도 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새로토닌< 질환과 함께 읽기>를 9월부터 2달 간 진행했습니다.
정신질환 청년 당사자를 대상으로 하는지라 다양한 콘셉트로 구상하는 중 ‘읽지 않아도 되는’ 독서모임을 기획했었죠.
정신질환 당사자라는 특성 때문에 급작스럽게 취소한 분이 계셔서 2회차는 진행하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많은 분들이 함께 내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왜 모임을 기획했나요?

우리들은 책 읽기가 버거워진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집중도 어려울 뿐더러 우리를 스쳐 지나가는 것들이 너무나 많죠. 책은 몰입의 순간을 선물하고, 번뜩이는 생각과 지난 경험을 반추하며 특정한 감정을 상기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하죠.
특별히 정신질환 당사자들은 자기 드러냄을 어려워 합니다. 그렇기에 좋은 재개를 통해 함께 일상을 이야기하고, 내면의 감정을 드러내고, 상대와 연결될 수 있닌 기회를 마련하는 시간이 필요하죠.
이번 <질환과 함께 읽기>가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조금의 용기가 뿌듯한 마음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죠.

누가 모였나요?

일상적 이야기와 책 읽기를 쉽고 가볍게 할 2030 경기도(거주 및 활동) 청년
책은 읽고 싶지만, 읽기 어려워 하는 분
쉼, 잠 등 일상의 삶에 대해 같이 이야기나누고 싶은 분
그림 에세이 도서를 통해 가볍게 책 읽기를 하고 싶은 분
자신의 마음을 나누고 서로의 이야기에 관심있는 분
<질환과 함께 읽기>에 참여하신 분들은 정신질환 당사자와 당사자 지원단체에서 일하시는 실무자 분이 오셨습니다. 이미 알고 있던 사이는 낯선 질문으로 새롭게 서로를 알아가고, 혼자 오신 분은 자기 자신을 드러내며 작은 용기를 경험했습니다.

어떻게 진행했나요?

1회차. 책 읽어 드립니다. - 9/6(수) 19:00 - 21:00 - 도서명: 잘 쉬는 기술(클라우디아 해먼드, 웅진지식하우스, 2020) - 간단한 자기 소개: 기대하는 마음 공유 - 자신이 선택한 쉼 공유 및 이야기 나눔  - 쉼의 10가지 중 선택한 4가지 읽어오기    * 힘들면 안 읽어도 괜찮습니다 발제 준비 예정
2회차. 책 읽어 드랍니다. - 9/20(수) 19:00 - 21:00 - 도서명: 숙면의 모든 것(니시노 세이지, 브론스테인, 2020) - 우리의 잠을 돌아보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기
3회차. 독서모임(만화책) - 10/4(수) 19:00 - 21:00 - 도서명: 다행히도 죽지 않았습니다(김예지, 성안당, 2020) - 자유로운 독서를 통해 자신의 서사, 경험을 공유 - 서로를 격려하며 일상으로 돌아갈 각자를 응원합니다.

진행했던 도서소개

3회차 진행도서

 모임의 현장으로!

1회차는 <잘 쉬는 기술>(클라우디아 해먼드, 웅진지식하우스)를 함께 소개하고, 쉼, 휴식을 주제로 놓고 함께 이야기를 진행했습니다. 장소는 수원에 있는 우리동네책방 광인옆서(수원시 권선구 경수대로 373)에서 진행했는데요. 약국과 병원 그리고 당사자가 직접 운영하는 책방이 있는 곳이었죠. 거기서 실무자 선생님과 당사자 분이 함께 하셔서 이야기를 가득 채울 수 있었죠.
대한민국 사회는 청년들을 바라보는 관점이 명료합니다. 바로 직업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라는 것인데요. 정부나 지자체가 내세우는 청년정책은 청년들을 ‘일’이라는 자리로 끝임없이 내몹니다. 거기에서 탈락하는 이들, 외면받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은 쉽게 인지하지 못한 채 말이죠. 그래서 ‘휴식’은 우리들 안에서도 숙고되지 못하거나 우리의 중심 논의에서 배제된 주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다들 신선했다고 말하기도 하고요.
2회차는 <숙면의 모든 것>(니시노 세이지, 브론스테인)을 함께 소개했습니다. 하루에 가장 큰 쉼으로 속하는 ‘수면’에 대해 함께 나눴습니다. 주위의 안부를 물을 때 수면에 대해 물어왔던가요? 수면은 우리의 컨디션과 삶의 만족도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참여자 중 하루에 3시간이나 자는 분도 계셨는데, 이는 일상의 감정에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묻지 않았던 수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니, 내밀하게 자신의 어려움과 일상을 공유해주셨습니다.
함께 자신이 자고 있는 모습을 그려보기도 하고, 좋은 수면을 위해 바꿔야 하는 게 무엇인지 공유하기도 하고요. 정신질환 당사자들은 수면장애를 겪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는 불안감으로 이어지기도 하죠. 적절한 수면을 한 번도 배워보지 못한 우리들로서 오늘의 논의와 일상의 경험은 충분히 즐거웠습니다. 다음에 만나면, 요즘 잘 주무시고 계신가요, 를 묻고 싶네요.
3회차는 <다행히도 죽지 않았습니다>(김예지, 성안당) 읽기 쉬운 만화책을 함께 읽고, 각자의 생각과 삶을 돌아봅니다. 자살을 시도했던 경험, 인생이 무가치하다고 여겨졌던 때를 공유하며 내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처음 진단 받았을 때, 상담 받았던 경험도 공유하며 당혹스러웠던 순간,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자신의 상태도 들려줍니다. 낯선 반응이 몸과 마음에서 튀어나올 때에 어떻게 이를 대응하고 자신을 토닥이는지도 말합니다.
만화책은 좋은 수단입니다. 긴 글로 되어 있는 책은 읽기 쉽지 않죠. 만화책은 쉽고, 작가의 감정이 잘 담겨 있어서 감정이입하고 자신의 삶을 반추하며 읽기 쉬웠습니다. 3회차는 배움(앎)보다 자신이 살아온 시간을 공유하는 시간이다보니 무게감도 있으면서 유머도 함께 곁들입니다. 그리고 오늘 2시간의 모임을 진행하며 느낀 단어를 함께 공유합니다. ‘인정’, ‘무지’, ‘정체성’, ‘그냥’, ‘자살’, ‘이해’ 등 말이죠. 3번 모두 참여해주신 참여자 분께 감사의 마음도 들고, 이번 시간이 좋은 경험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정신질환 청년 당사자와 함께 하는 시간을 기획할 때 신경 써야 하는 요소가 상당히 많습니다. 일단 어려우면 안 되고요. 과호흡이나 급작스럽게 발생할 수 있는 현상에 대해서도 이해도가 있어야 합니다. 언제 당혹스러운 일들이 발생할 지 모르니까요. 그리고 정신질환 당사자라고 해도 모두가 같은 경험을 갖고 있는 건 아닙니다. 섣부르게 자조모임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지만, 서로의 경험에 대해서 언제든 무지할 수 있다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전제되어야 합니다. 이는 현장에서 약간의 무례한 질문으로 발현되기도 하죠.
전문지식과 진행능력은 다른 분야입니다. 장애 혹은 정신질환의 경험이 있거나 학습이 되어 있다고 해서 그들이 유기적으로 질문하고 자기 답을 내놓게 하는 건 다른 몫입니다. 그만큼 배경지식부터 진행방식까지 숙고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야기가 길어지면,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요약해달라고 요청 드리거나 잘라내서 다른 사람에게 대답을 요청하기도 합니다. 한 사람이 대화를 독점하는 것만큼 모임의 질을 낮추는 건 없으니까요.
대화는 우리의 경험을 드러내며 각자의 독특한 삶을 들춰냅니다. 어느 누구도 하나의 집단으로 묶이지 않고, 모든 생각과 행동이 개별적으로 다뤄지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개성과 집단화의 중간선상에 놓여 있기에 그 기묘함을 유려하게 캐치하는 게 필요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신질환 청년 당사자를 위한 모임이 많이 없습니다. 잘 드러나지 않는 탓도 있고, 자주 캔슬이 이뤄지기도 합니다. 심리적 상태에 따라 참여유무가 당일에 결정되는 것도 있죠. 지역에서 모임을 설계할 때는 충분히 숙고한 뒤 모임이 공유되어야 합니다.
이번 모임은 상당히 좋은 시도였습니다. 읽지 않아도 우리는 책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으며, 충분히 깊이있는 논의가 가능합니다. 얼마나 진행자가 그 조각을 다양하게 제시하는지에 따라서 말이죠. 피에르 바야르 작가의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이 유효합니다. 책은 우리의 대화거리를 제공하고, 우리를 그 중심으로 끌어냅니다. 모임은 너무 사적으로 대화가 나오거나 공적인 대화로 딱딱하게 진행되거나 등 한쪽으로 쏠리면 만족도가 낮습니다. 그 균형감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앞으로 계속 시도해야 하는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