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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잘 쉬는 기술

정보

책 이름 : 잘 쉬는 기술
저자 : 클라우디아 해먼드
출판사 : 웅진지식하우스
출판연도 : 2020-09-22
쪽수 : 396쪽

리뷰

과거,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를 보며, 어떻게 놀 것인가 생각했다.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지 고민하는 것만큼 그 일이 끝나고 난 뒤 어떻게 놀고, 휴식할 것인지 또한 중요한 과제임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잘 쉬는 법에 대해 고민했다. 잘 자고, 잘 먹고 싶었다. 건강을 생각했고, 운동을 했다(지금은 사그라들었지만ㅎㅎ). 잘 놀고 잘 쉬는 법을 통해 다시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지 경험하게 된 적도 많다. 좋은 휴식은 좋은 업무로 연결된다.
연인 또한 잘 쉬는 법을 고민하고 있던 찰나 이 책을 신간 도서에서 우연하게 보게 되었고 바로 구매했다. <잘 쉬는 기술>은 135개국에 사는 사람들 18,000명이 자발적으로 조사에 참여하여, 휴식의 순위를 매긴다. 책, 자연, 혼자 있는 시간, 음악 듣기, 아무것도 안 하기, 산책, 목욕, 잡념, 텔레비전(동영상 시청), 명상으로 1위부터 10위까지 순서대로 매겨졌다.
<잘 쉬는 기술>에는 방대한 실험 결과가 나온다. 저자는 순위에 해당하는 쉼이 왜 휴식인지 설명하고, 다양한 연구 결과를 보여준다. 저자가 제시하는 근거를 보며, '나도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을 거쳐갔다.
휴식 순위에서 9위로 선정된 것은 텔레비전 시청이다. 지금까지 텔레비전(동영상 시청)은 안 좋은 휴식 혹은 게으름으로 비쳤다. 하지만 조사 결과 적당량의 텔레비전을 보는 것은 좋은 휴식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보는 유튜브, 영화 또한 마찬가지다. 자신에게 맞는 적정 시간이 찾아 적절한 시간과 공간에서 영상 시청을 통해 휴식을 취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휴식 순위에서 8위로 선정된 것은 잡념의 시간이다. 잡념은 상당히 불필요해 보이는 활동 혹은 시간처럼 느껴지나 사실 그렇지 않다. 이 또한 휴식이 될 수 있다. 실험을 통해 저자는 몇 가지 신기한 점을 발견한다. 바로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특정 뇌의 네트워크가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뇌 활동은 절대 멈추지 않지만, 이를 통제하기를 포기하고 생각이 가는 대로 내버려 둔다면 스트레스도 혹사를 당한다는 느낌이 준다.
게으름을 피우는 뇌는 실은 놀라울 만큼 바쁠 뿐 아니라 그 바쁜 활동이 무작위적이지도 않다. 잡념하는 시간은 뇌가 바쁘게 움직이지만, 그것을 휴식으로 느낀다! 또한 곧바로 처리해야 하는 과제를 수행하지 않는 한가한 뇌는 대개 미래에 초점을 맞춘다. 우리는 가능한 미래 사건들의 '기억'을 창조하기 위해 잡념에 빠지는 것이다. 잡념은 미래를 상상하게 하고, 계획하게 한다!
잡념의 장점은 '상상력 증가, 계획성 향상, 문제 해결 능력 개선, 권태 감소, 충동적 결정 감소, 끈기 있는 결정 증가, 사교 기술의 향상, 호기심 증대' 등이 있다. 가끔 길을 걸어가면서 잡념에 빠질 때가 있는데, 이를 노래 듣기로 때우지 않으려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때로 부정적인 잡념에 빠질 때가 있다. 잠을 자지 못하고 걱정에 잠길 때가 있는데, 그때는 일어나서 해야 할 일 목록을 써두면 좋다. 해야 할 일을 목록으로 써두면 머릿속에서 돌아다니는 걱정이 제거된다. 구체적으로 쓰면 더더욱 좋다.
휴식에서 7위로 선정된 것은 목욕이다. 목욕은 몸의 심부 체온을 떨어뜨려 수면에 도움이 된다. 양질의 수면을 취하려면 깨어 있는 상태의 체온이 섭씨 1도 정도 내려가야 하기 때문에 침실 온도를 너무 덥게 해서는 안 된다. 가끔 아이들이 팔다리를 이불 밖으로 꺼내놓고 자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손과 발에 열을 교환하는 혈관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결국 따뜻한 목욕은 잠잘 준비를 할 때 체온을 급속히 올려 오히려 체온이 떨어지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촉진한다.
휴식에서 6위로 선정된 것은 산책인데, 야외 산책은 아이디어의 흐름을 자유롭게 풀어놓는 가장 좋은 활동이다. 산책의 효과는 짬짬이 시간을 내서 여러 번 걸을 때 휴식 효과를 더 크게 볼 수 있다. 이는 10-30분 정도를 할 때 효과가 커지고, 걷기나 달리기나 큰 차이는 없다. 운동을 하고 난 날 밤에 숙면 효과 크다. 운동은 숙면의 질을 높이고, 휴식 시간을 높이는 데에도 영향이 있다. 바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일수록 자기가 더 많이 쉰다고 생각하는데, 일단 운동 자체를 휴식이라고 생각하고, 운동 뒤에도 자신에 대한 보상 격으로 앉아서 쉬는 경향이 있다.
휴식에서 4위로 선정된 것은 음악 듣기다. 실험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때 그것에 집중할 때 뇌가 활성화되고 능력이 일시적으로 상승됐다. 이는 어떤 노래 종류가 있다기보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듣는 게 핵심이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때 숙면에도 도움이 된다니! 신기하다. 그것도 어떤 종류의 음악이든지 간에!
휴식에서 3위로 선정된 것은 혼자 있는 시간이다. 실험자들은 혼자 시간을 보낼 때 창의력이 올라가는데, 이때 잡념의 시간도 생기고, 다양한 활동을 창의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외로움은 자신이 원하는 친한 친구의 숫자와 실제 존재하는 숫자가 불일치한다는 생각만으로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불일치는 숫자의 적음과 많음 모두에서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 친한 친구의 숫자가 자신이 원하는 숫자와 다를 때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우리가 많은 친구를 사귀지 않아도, 사교적이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일까. 왠지 모를 위안을 준다.
또한 강한 애착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 경우 혼자 있어도 외로움을 훨씬 덜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외로움은 내가 원하는 관계의 숫자, 특별한 관계의 유무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또한 고독은 자발적일 때 그리고 균형이 잘 잡힌 만족스러운 인생의 일부일 때 가장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소중한 것이 된다. 결국 개인의 자발적인 선택이 외로움과 고독의 사이에서 균형을 잘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휴식에서 1위로 선정된 것은 다름 아님 독서다! 독서는 긴장을 푸는 경험을 주지만, 뇌의 전원을 끄거나 몸의 기능을 멈추는 것과는 하등 관계가 없는 전혀 색다른 휴식 활동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아무것도 하지 않기', '무위의 시간'과는 다른 방식의 휴식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도 뇌의 활동량이 증가하지만!
사람들은 책에 집중하는 것 같아도 지속적으로 정신을 다른 데로 판다. 그리고 책을 읽는 동안 내 문제를 뒤로 제쳐둘 수 있고 몰입하던 생각 또한 어느 정도 벗어버릴 수 있다. 소설을 읽으면서 다른 세계로 흠뻑 빠지고, 나의 고민과 걱정은 한편에 묻어두는 과정이 바로 독서다!
또한 독서 과정 동안 이야기에서 의미를 찾고 그 의미를 자신의 과거에 대한 기억과 미래에 대한 생각 그리고 타인들과의 관계에서 새로 정립하느라 분주하다. 타인의 세계에 몰입하는 것은 자신의 세계라는 렌즈를 통해 볼 수밖에 없다. 신기한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흥미 없어 하는, 광물과 보석과 퇴적암에 관한 내용을 읽을 때조차도 우리는 여전히 우리의 경험과 사고의 세계를 읽는 행위 안으로 끌고 들어간다.
독서는 타인을 피하는 동시에 친구를 제공해준다. 독서가 제공하는 친구는 실제 세계의 사람들보다 더 흥미롭고 휴식이 될 수 있는 친구, 원할 때는 아무 해명 없이 제쳐둘 수 있는 친구다. 독서로 휴식할 때 몰입할 상태를 만드는 책이면 충분하고, 꼭 쉬운 책이 아니어도 된다. 어떠한 장르여도 괜찮다! 두꺼운 책이어도 휴식이라 느낄 수 있다. 제레미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나 버트런드 러셀의 <서양철학사>도 휴식이 될 수 있다.
사람들의 행복 점수는 휴식 시간이 증가할수록 올랐는데, 6시간을 넘게 되자 하락했다. 적정량의 휴식 시간이 필요하지만, 휴식이 길어지는 순간 이는 권태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자신에게 적절한 시간을 찾을 필요도 보인다. 또한 책에서 언급했던 행복 상자, 휴식 상자. 휴식 음악 목록도 유용해 보인다. 다른 친구들과 작성해보는 시간을 가져도 좋을 듯하다. 쉬는 기술을 읽고 나니, 정말 잘 쉬고 싶어졌다. 일단 쉬는 시간을 확보해야 할 것이고, 적정한 양의 시간을 휴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나는 많은 일을 하기 좋아하는 타입이다 보니 쉬는 시간을 많이 만들어 놓지 않는데, 어떻게 하면 일과 휴식을 균형있게 가져갈 수 있을지 꼭 고민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잘 쉬자. 잘 휴식해서 건강하고, 좋은 성과를 내보도록 하자.

인상 깊은 문장

소크라테스는 바쁜 삶의 황폐함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항상 바쁘다는 것은 인생의 본질적인 리듬이 결여되어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리듬이란 무언가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 사이의 대비다(8p).
바쁘다는 말은 또한 나의 지위를 나타내기도 한다. 바쁘다는 것은 누군가 나를 원하며 내가 필요한 존재라는 뜻을 담고 있다.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 '바쁜 상태'의 속뜻이다(10-11p).
텔레비전을 본 기억을 대부분 잊는 것이 문제인 까닭은,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판단할 때 우리가 쓰는 기준이 새로운 기억의 양이기 때문이다(69p).
연구 관련 저자들이 요약한 바대로 "마라톤을 하듯 텔레비전을 보는 사람들은 매체에 노출된 동안과 그 이후에도 인지와 정서 면에서 능동적이다. 이들은 노출 순간 이후에도 화면 속 등장인물들과 의미 있는 유대를 형성한다. 이들은 오락을 제공받기만 하는 게 아니다. 깊은 생각에 빠져 있기 때문에 계속 봐야 한다는 강한 의무감을 느낀다."(70p)
뉴스 역시 비참한 기분을 불러일으킨다. 뉴스로 인해 불행한 느낌이 얼마나 큰지, 어떤 연구자들은 뉴스를 보고 난 뒤에는 이완 운동을 해서 다시 기운을 회복해야 한다고 권고할 정도다. 뉴스가 끝나자마자 놀이를 정해 몰입하라는 조언도 있다. 물론 이 연구자들도 뉴스를 보자고 이완 운동을 하라고까지 하는 것이 과도한 조언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고약한 뉴스를 본 뒤 숙취 같은 부정적 후유증이 남는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72p).
그러므로 적정 시간만 지킨다면 텔레비전에 대해 우려할 이유는 전혀 없다. 텔레비전을 보고 싶다면 리모컨에 손을 뻗으면서 죄책감을 느끼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방어해야 한다. '죄책감에 젖은 텔레비전 붙박이 시청자'라는 제목을 단 독일의 한 연구는 정신이 피로할수록 텔레비전 시청에 죄책감을 느끼고, 그 결과 텔레비전을 보고 난 뒤에도 상쾌한 기분을 느낄 확률이 줄어든다는 것을 발견했다. 결국 우리는 자신에게 휴식을 줄 수 있는 매체를 두고도, 그럴 가치가 없는 매체라는 평판에 묶여 스트레스를 자초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78p).
이번에는 PET 스캔이라는 다른 유형의 뇌 촬영을 통해 얻은 발견이다. 고든 슐먼이라는 연구자는 9개의 연구의 결과를 결합하여 사람들이 집중할 때 활성화되는 뇌의 네트워크를 알아내려 했다. 그런데 그가 발견한 것은 정반대였다.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의 네트워크가 활성화되었던 것이다. 참가자들이 휴식을 중지하고 과제에 집중하기 시작하자 뇌가 활성화되기는커녕 일부 부위는 활동이 줄어들기까지 했다(94p).
생각 작용이 지닌 또 하나의 특징은 곧바로 처리해야 하는 과제를 수행하지 않는 한가한 뇌는 대개 미래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미래를 상상하는 것과 관련된 뇌의 주요 부위 세 곳은 모두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의 일부다. 따라서 잡념에 빠져 있을 때 우리는 대개 앞날을 생각하기 시작한다.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인생을 바꿀 만한 시나리오를 꿈꾸는 것이다(97p).
연구들을 광범위하게 살펴보았던 인지신경과학자 조너선 스몰우드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중요한 것은 잡념의 맥락만이 아니라 잡념의 내용이라는 것. 때로 생각은 창피했거나 죄책감이 드는 일을 말했던 후회 가득한 대화로 정처 없이 흘러간다. 아니면 미래에 조금이라도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일을 걱정하기도 한다. 과거에 대한 반추(심리 과정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한 뒤 그 원인, 상황 요인, 결과 등을 되풀이해 생각하는 것)와 미래에 대한 염려의 이러한 결합을 보속적 사고라고 하는데, 이러한 행동에는 건강상의 함의가 있다. 미국의 한 연구를 보자. 연구자들은 피험자들에게 일주일 이상 매일 이른 저녁 시간에 전화를 걸어 이들이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어떤 감정을 경험했는지 상세히 질문했다. 10년 뒤 연구자들은 이 피험자들을 다시 추적했다. 추적 결과 누구나 염려할 만한 사실이 밝혀졌다. 매일 스트레스가 되는 사건들을 되새긴 사람들, 그 일이 벌어지고 난 뒤 며칠 동안 계속 걱정했단 사람들은 10년 뒤에 건강이 나빠져 고생할 확률이 높아진 것이다.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 일을 계속 반추하면서 그전에 느낀 스트레스에 대한 신체 반응이 재활성화되었고 이것이 장기적인 건강 상태에 해를 끼친 듯 보인다(100-101p).
자야 하는데 그런 목록을 작성한다는 게 언뜻 전혀 어울리지 않는 듯 보일 수 있다. 다음 날 해야 할 일을 모조리 떠올려 불안해질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닐까? 그 많은 일을 어떻게 감당할까 염려하다 보면 잠자기는 글렀다는 생각만 들 것 같다. 하지만 실제 실험에서는 자기 직전 할 일의 목록을 만들거나 그날 성취한 일을 만족스럽게 적어둔 사람들이 평균 9분 더 일찍 잠들었다.
이 방법의 가설은 해야 할 일을 목록으로 싸두면 머릿속에서 제거된다는 것이다. 더 이상 생각 속에 할 일을 살려둔 채 기억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할 일은 목록에 안전히 담겨 있다. 일어나면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기록으로 남아 있고, 해결할 준비가 된 셈이기 때문이다. 할 일이 머릿속에서 무작위로 떠돌아 다니는 것보다 일목요연하게 적어두면 관리가 더 편해 보이기도 한다.
해야 할 일 목록이 길고 바쁜 사람들은 그래도 잠들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사실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10개 이상의 항목을 목록으로 만든 사람들이 오히려 15분 정도 더 일찍 잠들었다.
목록은 구체적으로 만드는 편이 낫다. '허드렛일'이나 '할 일' 등 대충 적어두는 것보다 내용이 길어진다 하더라도 자세한 게 좋다. 만일 목록을 작성하는 것이 귀찮다고 머릿속에서만 목록을 만들고 때울 생각이라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염두에 둘 것. 할 일을 생각하느라 머릿속 평화를 깨뜨리고 싶지 않다면 직접 써두어 짐을 벗어버리는 편이 낫다. 머릿속에 목록을 붙잡아두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뇌가 항목들을 되살려놓아 전면에 등장시키기 때문에 그 일들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어버린다(104-105p).
따뜻한 목욕은 몸의 심부 체온을 떨어뜨리며, 수면에 도움이 되는 요인 역시 바로 심부 체온 저하다. 양질의 수면을 취하려면 깨어 있는 상태의 체온이 섭씨 1도 정도로 내려가야 한다. 그 때문에 침실 온도를 너무 덥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너무 더운 방보다는 차라리 너무 추운 방에서 잠들기가 쉬운 것도 이 때문이다. 수면과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저술가인 매슈 워커의 말대로 온도가 찬 방일수록 "두뇌와 신체를 수면에 적절한 체온 하강 상태로 만든다".
아이들이 따뜻하게 자도록 이불을 턱밑까지 끌어올려 덮어주더라도 나중에 방에 들어가 보면 팔다리를 이불 밖으로 꺼내놓고 활개 치며 자는 모습을 자주 본다. 이 또한 심부 체온과 관련이 있다. 아이들은 푹 자기 위해 몸의 온도를 낮추고 있는 셈이다. 손과 발에는 열을 교환하는 혈관이 특히 풍부하므로 너무 더우면 피가 사지로 퍼져 열이 피부 표면 가까이 있는 사지의 혈관을 통해 발산된다(123p).
나란히 걷는다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 '현관 앞에 나와 앉아 있기'가 떠오른다. 현관 앞에 앉아 있을 때처럼 때로는 상대와 마주 앉기보다 상대의 옆에 앉아 있을 때 내밀한 개인 문제를 이야기하기가 더 편하다는 뜻으로, 상담에서 비롯된 아이디어다. 십 대 자식들에게 말하기가 가장 편할 때는 자신이 운전을 하고 아이가 조수석에 앉아 있을 때라는 데 주목하는 부모들도 있다. 서로 마주보지 않아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대화에는 격식을 차린 맞대면의 요소가 제거되어 있다(150p).
이제 휴식과 운동의 관계에서 또 하나 기이한 부분을 언급해야겠다. 휴식 테스트 결과, 운동을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자기가 더 많이 쉰다고 생각했다. 이들의 말은 틀리지 않다. 전날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고 질문했을 때 운동한 사람들은 운동을 안 한 사람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쉬면서 보낸다고 대답했다. 이런 대답이 나오는 까닭은 의외로 간단하다.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운동 자체를 휴식이라고 생각할 뿐 아니라 운동 뒤에도 자신에 대한 보상 격으로 앉아서 쉬는 경향이 있다. 그러니 운동이라는 휴식과 운동 뒤의 휴식, 이중의 휴식을 취하는 셈이다(161p).
밝혀진 바에 따르면 만 보의 연원은 1964년 도쿄 올림픽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올림픽 경기가 시작되기 직전 일본의 한 기업이 만보계라는 기기의 마케팅을 시작했다. 이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그 이후 만 보라는 숫자가 정착해 오늘에 이른 것이다(163p).
런던에는 청년들의 대규모 마약 거래처로 악명 높은 지하철역이 여러 곳 있다. 이들은 역 주변을 서성거리며 마약을 사고판다. 그런데 역 주변에 클래식 음악을 크게 틀어두는 것만으로도 젊은이들이 서성거리는 현상이 사라졌다. 클래식 음악을 못 견디고 곧 다른 곳으로 가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법을 준수하는 청년들 중 어쩌다 클래식 음악을 싫어하게 된 사람들도 그 음악이 듣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나로 말하자면 볼륨을 최대로 키운 비발디 곡 일부는 좋아하는 편이다. 어쨌거나 클래식 음악의, 마약 거리 방지 효과는 만점이었다(222p).
기분 전환을 위해 음악을 이용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은 때로 '행복 상자'라는 것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상자에는 기분이 저조할 때 도움이 될 만한 물건들이 가득하다. 이들은 지금 기분이 어떻건 영영 지속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환기할 만한 물건, 세상에는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해주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줄 물건이라면 무엇이건 상자에 넣는다. 휴일 사진, 친구가 보낸 우스꽝스러운 카드, 가장 좋아하는 양말, 냄새 좋은 핸드크림, 초콜릿, 과거의 성취를 축하해주는 쪽지, 뽁 터트리는 재미가 있는 뽁뽁이까지. 그리고 대부분의 행복 상자에서 발견할 수 있는 또 한 가지. 상자 주인에게 행복감을 주는 CD나 음악이다.
행복 상자의 아이디어를 응용하면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거나 휴식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되는 물건을 채운 '휴식 상자'를 만들 수 있다. 향초나 가장 좋아하는 책. 그리고 음악이 들어갈 것이 분명하다(234p).
휴식 음악 목록을 만들어볼 수도 있겠다. 깊은 이완 상태에서 회복으로 우리를 데려가는 목록이 필요하다. 물론 이 목록에 포함된 음악은 모조리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어야 한다(237p).
클래식 연주회를 무척 좋아했던 내 파트너는 그때 내게 생각이 딴 데로 흐르는 것은 아무런 문제도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연주회가 좋은 건 음악을 통해 생각이 자유롭게 풀려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다른 방해 요소라고는 없는 가운데 가만히 앉아서 생각은 자유롭게 멀리 떠다닐 수도 있고, 음악을 더 몰입해 듣고 보는 경험으로 되돌아올 수도 있으며 그러다 다시 떠날 수도 있다고 했다(238p).
결과는 충격적이고 걱정스러웠다. 우울한 사람들은 실제로 부정적인 가사가 담긴 노래를 더 많이 들었다. 이들은 또한 우울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혼자서보다 친구들과 음악을 듣는 때가 더 많았고, 음악을 틀어놓은 동안 반추에도 더 자주 빠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슬픈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나아진다고 말한 데 반해, 우울한 사람들은 슬픈 음악 탓에 기분이 더 나빠졌다고 말했다. 따라서 우울증이 있는 데 슬픈 음악을 듣는 것, 특히 다른 사람과 같이 듣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이 연구는 사실 더 복잡한 함의를 지니고 있다. 연구 결과로 볼 때 불안한 사람들이 다른 이들과 같이 음악을 듣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이 있으면 불안한 감정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인 듯했다(242p).
혼자 있는 고통은 중요할 뿐 아니라 진화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힘을 보탠다. 사회신경과학자인 존 캐셔포는 외로움이 유발하는 아픔은 새로운 친구를 찾거나 기존의 관계를 개선하는 방법을 찾으라는 신호로 기능하기 때문에 긍정적이라고 주장했다. 외로움의 아픔은 타인과의 관계를 지속하는 촉매제 역할을 수행한다. 그는 외로움을 갈증에 비유한다. 목이 마르면 누구나 물을 찾듯 외로울 때는 타인을 찾는다. 수천 년 동안 인간을 협동하는 집단으로 살며 안전과 행복을 유지해왔다. 우리로 하여금 타인들과 접속하도록 만드는 생존 기제가 있다는 것은 합리적인 이야기다(250p).
외로움에는 양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외로움은 자신이 원하는 친한 친구의 숫자와 실제 존재하는 숫자가 불일치한다는 생각만으로도 느낄 수 있다. 아이오와주립대학교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이들이 이상적이라고 여긴 친한 친구의 숫자에 가까워질수록 고독감이 줄어든다는 것을 발견했다. 숫자 자체의 크고 작음은 주관적인 판단이므로 중요하지 않지만 자신의 삶에 양질의 관계가 부족하다고 느낄 경우 고독을 느끼는 경향이 생긴다. 아이오와대학교의 연구자들은 또 한 가지 발견에 깜짝 놀랐다. 친구의 숫자가 원하는 숫자를 넘어서도 외로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아마 친구가 과도하게 많은 것을 부담으로 느끼거나, 가깝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사실은 별로 가깝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혹시 이들은 친구가 너무 많아 혼자 보낼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다. 만일 그렇다면 이 장에서 논하는 '혼자 있음'이라는 주제에서 가장 흥미로운 결과가 될 것 같다(254p).
진정한 의미에서 휴식을 취한다는 느낌을 받으려면 타인들에게서 떨어져야 하고 이들과의 수다뿐 아니라 바라건대 자신의 머릿속에서 떠들어대는 소리도 피해야 한다. 고독한 시간을 길이만 적당하다면 자신에게서 한발 물러나 자신의 감정을 돌보고 이를 통해 새로운 자신이 될 수 있는 시간이다. 적정량의 고독은 더 깊이 사유하고 자신을 발견하며 창의성과 혁신적인 생각을 자극할 기회까지 제공한다.
고독을 스케줄에 넣도록 노력해야 한다. 단, 자신을 몰아붙여 고독에 잠재된 이득을 보려고 집착해서는 안 된다. 고독의 매력은 강제의 압력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므로 고독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압력을 스스로에게 가하는 것은 절대로 피해야 한다. 홀로 있는다는 것은 타인이 나를 재단하지 않는 시간을 보낼 기회, 남의 눈치를 보느라 표정을 관리해야 하는 압박에서 벗어나는 기회를 만끽하는 일이다(273p).
자연은 또한 시간이 지나간다는 것을 알려주는 동시에 부활의 희망도 일깨운다. 썩은 나무둥치나 죽어가는 덤불 옆을 지나갈 때는 죽음과 부패를 마주하지만 부활의 징후 또한 감지된다. 특히 긴긴 겨울이 끝나고 봄의 첫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할 때는 죽음과 부활의 공존을 실감할 수 있다(306p).
그러나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의 연구를 비롯한 다른 연구들은 독서 과정 동안 이 네트워크가 이야기에서 의미를 찾고 그 의미를 자신의 과거에 대한 기억과 미래에 관한 생각, 그리고 타인들과의 관계에서 새로 정립하느라 분주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결국 우리는 타인의 세계에 아무리 깊이 몰입한다 해도 어쩔 수 없이 자신과 세계와의 관계라는 렌즈를 통해 그 세계를 볼 수밖에 없다(339-340p).
여러분이 선택하는 책은 결국 개인 취향이지만, 핵심은, 칙센트미하이가 말한 몰입 상태에 빠지게 할 책이라면 무엇이건 좋다는 것이다. 몰입은 모든 것을 빨아들여 시간이 흐른다는 사실조차 감지하지 못할 정도의 상태다. 책이 재미있어서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은 느낌 정도가 아니다. 몰입이란 마치 시간 외부에서 벌어지는 무엇인가를 체험하는 듯한 느낌이다. 칙센트미하이의 최적 경험 이론에 따르면 자신에게 더없이 맞는 활동을 할 때는 다른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다. 물론 여기에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노력이란 어차피 당사자의 역량이므로 몰입은 무엇이건 어떤 수준에서 이루어지건 곧바로 만족감과 보람을 준다(346p).
이런 이유에서 나는 휴식을 원할 때 읽는 책이 쉬워야 한다는 관념은 틀린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들은 모름지기 휴일에는 로맨스 혹은 무협 소설을 읽는 법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내 생각에 이런 책들이야말로 휴일에 읽지 말아야 할 유형이다. 평소 자기 전에만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어려운 책을 잡으면 고작 몇 페이지만 집중해 읽다가 지쳐 잠이 들 수 있다. 반면 휴일에는 깨어 있는 낮 동안에도 여러 시간을 집중적으로 책 읽기에 할애할 수 있다. 좀 더 어렵고 복잡한 활동에 깊이 몰입할 수 있는 드문 기회인 것이다. 노력하면 할수록 몰입 상태에 빠질 확률이 높아지고 휴식한다는 느낌을 갖게 될 가능성도 높아진다(347p).
3천여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일주일 동안 책이나 잡지나 신문을 읽는 데 시간을 얼마나 들이는지 물어보았다.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사람이 41퍼센트였다. 열심히 책을 읽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을 10년간 추적했다. 추적하는 동안 4분의 1 이상의 사람들이 사망했다.
자, 이제 책벌레들이 기뻐할 만한 희소식. 책을 읽는 사람들은 신문과 잡지만 읽는 사람들보다 평균 2년 가까이 오래 살았다. 건강과 재정 상태와 교육 수준을 연구 시작 당시 모두 고려해 넣었지만 결과는 같았다. 독서처럼 가만히 앉아서 하는 정적인 활동이 건강에 이토록 긍정적 영향을 끼치다니 놀랍다. 책 읽기는 역시 우리가 아는 것 이상으로 특별한 휴식법인 모양이다(354p).
미국에서 연구자들이 내린 결론은 학생들이 주말을 휴식 시간이라고 생각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자기 시간을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다고 느끼는 유일한 때가 토요일과 일요일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공부를 해야 하는 것만 아니라면 주말에 무엇을 하는지는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공부가 아닌 다른 활동으로 꽉 차 있어도 이들은 그날을 휴일로 여겼다. 요점은 이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것. '휴식이라는 느낌이 드는 활동'을 한다는 것이다. 의미심장한 결과다. 앞의 장들에서 살펴보았듯이 휴식의 범주에 드는 활동은 매우 다양하다. 학생들이 휴식한다는 느낌을 갖는 핵심은 이들이 여러 활동을 조합해 거기에 몰입했다는 것이다. 활동 중에는 긴장을 직접 풀어주는 것도 있고, 공부에서 심리적인 거리를 둘 정도로만 신경을 딴 데 쏟도록 해주는 것도 있다.
중요한 것은 특정 활동이 왜 자신에게 휴식이 되거나 되지 않는지 생각해 볼 시간을 갖는 것이다. 지치고 기운이 소진되었다고 느낄 때 에너지를 가장 많이 회복해 줄 수 있는 활동은 무엇인가? 짐이라고 여기는 생각과 타인들의 요구 모두로부터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있게 해주는 활동은 무엇인가?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타인들이 자신을 재단한다는 부담감 없이 하던 일의 속도를 늦추거나 아예 멈추게 해주는 활동은 무엇인가?(359p)
기차 여행이 10분 지연되었다는 이유로 분노하고 스트레스 받느니 그 10분을 잠깐 쉴 좋은 기회로 다시 규정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단 말인가? 보고서 작성을 끝내고 회의에 가기까지 남는 15분을 이메일 몇 통에 답장하는 데 다 써버리는 대신 그저 조용히 앉아 있거나 잠시 산책을 나가면 정말 안 될까? 우체국 앞 긴 줄에 서서 기다리는 시간을 쾌적하고 한가한 시간, 모든 것을 멈추고 잡념에 빠지고 에너지를 재충전할 시간으로 다시 정의하는 건 어떨까?(362p).
누군가가 6개월 뒤에 열리는 이틀짜리 컨퍼런스에 초대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럴 경우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보라. 이틀짜리 컨퍼런스를 6개월 뒤가 아니라 바로 이주 뒤 일정에 집어넣어야 한다면? 할 일이 너무 많아 겁이 나는가? '그렇다'라는 대답이 나온다면 6개월 뒤의 컨퍼런스 초청은 거절해야 한다. 그때 지금보다 덜 바쁠 확률은 극히 낮기 때문이다(366-36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