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리뷰
<질환과 함께 읽기> 3회차가 끝났습니다!
이번 시간은 <다행히도 죽지 않았습니다>를 함께 읽고 독서모임을 진행했습니다. 그동안 '책 읽어 드립니다'를 진행했었어요. 정신질환 당사자는 책을 읽기 매우 어려워 합니다. 사실, 어떤 정신질환인지에 따라 책 읽기의 태도가 다르지만, 감정의 요동, 불안한 마음, ADHD로 인해 읽기를 대부분 어려워하죠. 그렇기에 책 읽기가 박탈될 수밖에 없죠. '책 읽어 드립니다'는 그것에 대한 대응이자, 자그마한 해결이기도 합니다.
<다행히도 죽지 않았습니다>는 김예지 작가의 자전적인 웹툰입니다. 그전에 출간했던 <저 청소일 하는데요?>에서는 엄마와 함께 청소 일을 하는 일상툰을 그렸다면, <다행히도 죽지 않았습니다>에서는 불안장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저자가 살아왔던 삶의 맥락과 정신질환을 경험하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변화를 다룹니다.
모임은 다양한 질문을 PPT로 놓아 자신이 원하는 질문에 대답하는 것으로 했습니다. 참여자가 대답하고 싶은 질문을 만드는 것이 저의 역할이기도 한데요. 그러면 책을 읽지 않아도 충분히 대화가 가능합니다.
상태, 경험, 선택, 일상, 변화 등 총 5개의 주제를 놓고, 각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을 이야기했어요. 자신의 정신질환 경험부터 가정에서의 불화, 현재 겪는 고충 등을 자유롭게 이야기했어요. '안전한' 공간이라는 생각에 이야기는 어느 곳보다 깊어졌습니다.
자신과 같은 경험을 겪는 사람들과의 연대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 부정당하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 불안하지 않은 감정이 이 안에서 느껴지더군요. 진행했던 저로서 아쉬움은 있었지만, 이러한 자리를 더욱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안전한 공간을 만드는 역할이 필요한 셈이죠. 주제가 있는 대화를 통해 나도 몰랐던 스스로를 발견하기도, 조그마한 배움을 엿보기도 하죠. 집으로 돌아갔을 때 왠지 모르게 남게 되는 단어도 존재하는 듯합니다.
'무지, 이해, 인정, 자살, 정체성' 오늘의 대화를 마치며, 함께 정리한 '오늘의 단어'입니다. 모임이 마치면서 가슴에 있는 단어를 끄집어 냅니다. 결국 모임 이후 가져가는 건 단어라는 생각도 들고요. 물론 다양한 감정과 추억도 함께 있을 겁니다.
모임은 이어집니다. 다른 프로젝트도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수원을 넘어 원주에서도 해볼 예정입니다. 2024년 1월은 새로운 시도가 넘치는 해가 되지 않을까 해요. 지역 안에서 정신질환 당사자들이 함께 이야기하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해볼게요.
예지 씨와 제가 차츰차츰 알아가야죠.현재의 무엇을 바꾸고 나아갈지 말이에요. 12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