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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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름 : 나의 조현병 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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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이하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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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 아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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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연도 : 2023-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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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 242쪽
리뷰
<나의 F코드 이야기>를 읽고, 그의 후속작인 <나의 조현병 삼촌>이 궁금해졌다. 정신질환도 가족력이던가. <나의 F코드 이야기>가 정신질환 당사자로 쓰인 자전적 도서라면, <나의 조현병 삼촌>은 정신질환 가족으로, 관찰자적 도서이다. 조현병인 삼촌과 인터뷰했던 내용을 기반으로 조현병의 삶의 주소를 적시한다. 가족의 시선은 온전한 타자와 불완전한 타자 그 경계에 놓여 있기에 조현병 환자의 일생이 무엇인지, 그들의 가족은 어떤 고통이 있는지, 사회의 오류 등을 균형감이 있게 해석한다.
특별히 최근에 있었던 조현병 환자의 살인에 대해서는, “책에 인용된 연구에 따르면 "조현병 환자의 살인범죄는 약 600명당 한 명꼴로 발생하는데 대부분 발생 후 첫 치료를 받기 전에 일어난다"고 한다. 강남역 살인사건과 고 임세원 교수 살인사건, 진주 안인득 사건 모두 치료를 중단한 이들이 저지른 범죄다.”(131p)라고 말한다. 조현병 당사자 자체에 문제가 있다기보다 조현병을 발견하지 못하거나, 치료를 중단할 경우 범죄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진다. 사회에서 조현병을 쉬쉬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면, 사람들은 스스로 조현병 진단을 받기 꺼린다. 그렇기에 조현병 당사자를 지탄하고 혐오하는 게 아니라 의료적 개입을 우선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부분적 정보가 진실을 대변할 수 없다. 사회적 존재로 그들의 목소리를 묵살하면 사회적 범죄는 배가된다. 거시적으로 본다면, 대중들은 그 범죄에 가담한 이들일 테다. 조현병 당사자에 대한 시선을 거둬들이고, 조현병 당사자들이 치료실로 향하게끔 혹은 치료 중단 이후 다시 치료실로 향하게끔 구조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삼촌과의 인터뷰는 조현병 당사자와의 인터뷰로 이어진다. <나의 F코드 이야기>처럼 <나의 조현병 삼촌>은 정보 전달과 오류를 바로잡는 것에 충실하다. 조현병의 이해를 더하고, 가족들의 고통을 담담히 풀어간다. 동시에 지역사회와 국가에서 개정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의료적인 한계가 무엇인지 밝히면서 ‘고통은 진실을 밝히는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책은 사회적인 정보와 개인의 서사를 촘촘히 꿰며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데, 신문기자 출신의 필력이 새삼 느껴져 감탄하며 읽었다.
장애인의 취직을 돕는 사이트도 소개된다. <장애인고용포털>, <브이드림> 등 당사자 맞춤형으로 채용공고가 올라온다. 원주에 있는 정신질환 재활센터도 찾아본다. <시온복지재단 작은집>, <마가렛사회복지회 게일홈> 등 원주는 전문기관은 없으나, 중증장애인 재활센터 정도가 있는 듯하다. 이하늬 작가의 지적처럼 정신질환, 정신장애 재활센터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시민사회의 인식과 행정·제도는 조밀하게 연계되어 있기에 어느 하나만 해결한다고 쉬이 개선되지 않는다.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나의 조현병 삼촌>은 새로운 세계, 조현병 당사자의 고통과 가족의 어려움을 텍스트로 단단하게 붙잡는다.
이하늬 작가 덕분에 정신질환 세계를 알아갈 수 있었다. 현재 ADHD 등 다른 정신질환도 공부해나갈 예정이다. 2023년 12월 23일, 이하늬 작가 북토크를 진행하면서, 옆에서 들린 ‘저의 지인도 조현병이에요’라는 말을 잊을 수 없다. 우리는 언제까지 꽁꽁 숨어야 하는가. 밝힐 수 없는 분위기와 폭력적인 언어 가운데 정신질환 당사자들은 벌거숭이로 놓여 있다. <나의 조현병 삼촌>은 정신질환 당사자의 옷을 입히는 첫 단추에 가깝다.
인상 깊은 구절 TOP5
전문가들이 망상을 가장 고치기 힘든 증상으로 꼽는 이유는 망상이 어느 날 갑자기 '뿅'하고 생기는 게 아니라 차곡차곡 단계를 거쳐 완성되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삼촌은 자기 집의 평수가 111제곱미터인데 이는 국정원 신고번호와 같다며 "너무 신기하지 않냐"고 했다.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국정원이 자신의 사업을 도와주고 있다는 결론이 도출되는 것이다. 64-65p
전문가들은 늦게 발병할수록 그리고 발병 전 기능이 좋았던 사람일수록 발병 후 기능이 좋다고 말한다. 청소년기에 발병한 사람과 30대에 발병한 경험치가 다르기 때문에, 발병 후 기능도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25p
한 집단을 잠재적 가해자로 취급하고 그들의 인권을 ‘좀’ 침해해도 된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에서 당사자와 가족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더 꽁꽁 숨는 것 외에는 없다. 128p
실제 덴마크 경찰청이 정신질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대규모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신질환자는 폭력 범죄의 가해자보다는 피해자가 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에릭 엘보겐 교수 연구팀의 2009년 연구는 개인의 폭력 행동을 예측할 수 있는 변수는 중증장애 여부가 아니라 약물 남용·아동 학대를 포함한 불우한 환경과 폭력에 의한 피해 등이라고 짚는다. 129-130p
백종우 교수는 "한국의 정신장애인 주거 지원은 해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가령 미국 뉴욕주의 경우 그룹홈은 물론이고, 의료진이 상주하는 1단계부터 혼자서 모든 생활을 꾸려가는 4단계까지 다양한 형태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며 "갈 곳 없는 정신장애인이 노숙이 되거나 병원에 장기로 입원하는 일 등을 계산하면, 주거 지원은 인권은 물론이고 사회 비용 측면에서도 이득"이라고 말했다. 214p
인상 깊은 구절 (전체)
조현병 증상은 크게 양성과 음성으로 나뉜다. 양성 증상은 없어야 할 것이 있는 것이다. 환청이나 환시 같은 환각, 망상, 와해된 언어, 이상행동 등이다. 음성 증상은 있어야 할 것이 없는 것이다. 감정 표현이나 말, 의욕, 주의력, 청결 개념 등이 사라진 경우다. 32p
국가정신건강서비스포털 의학정보에 따르면 증상이 나아지더라도 약물 치료를 유지하지 않으면 5년 내에 90퍼센트 이상이 재발한다. 38-39p
같은 입원이라도 당사자 상태에 따라서 적합한 병원이 다르다. 양성 치료가 필요하다면 급성기 병동, 음성 증상 때문에 재활이 필요하다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만성기 변동이 적합하다. 내·외과 치료를 같이 해야 한다면 종합병원에 입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백종우 교수는 "최악의 선택 중 하나가 급성기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이 만성기 병원에 입원하는 것"이라며 "급성기 때는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만성기 병원은 전문의 1명이 볼 수 있는 환자 수가 60명에 이르기 때문에 환자를 제대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51p
전문가들이 망상을 가장 고치기 힘든 증상으로 꼽는 이유는 망상이 어느 날 갑자기 '뿅'하고 생기는 게 아니라 차곡차곡 단계를 거쳐 완성되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삼촌은 자기 집의 평수가 111제곱미터인데 이는 국정원 신고번호와 같다며 "너무 신기하지 않냐"고 했다.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국정원이 자신의 사업을 도와주고 있다는 결론이 도출되는 것이다. 64-65p
백종우 교수는 "가족 지원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정신장애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증언을 해야 한다"며 치매를 예로 들면 10년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방문요양서비스나 데이케어서비스가 일상이 됐다." 92p
1960~70년대 산업화·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농경 기반의 공동체 사회는 해체됐고 정신장애인이 참여할 수 있는 생산 활동의 범위는 급격하게 줄었다. 정신장애인을 돌봐줄 가족·마을 공동체도, 정신장애인 스스로 일할 수 있는 영역도 붕괴된 것이다. 정신장애인은 사회와 가족의 무거운 짐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95p
"일부 조현병 환자는 담배와 커피를 확보하는 일에 너무 집착해 일상 활동이 그 일에 장악당한 것처럼 보일 정도"라고 했다. 122p
전문가들은 늦게 발병할수록 그리고 발병 전 기능이 좋았던 사람일수록 발병 후 기능이 좋다고 말한다. 청소년기에 발병한 사람과 30대에 발병한 경험치가 다르기 때문에, 발병 후 기능도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25p
한 집단을 잠재적 가해자로 취급하고 그들의 인권을 ‘좀’ 침해해도 된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에서 당사자와 가족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더 꽁꽁 숨는 것 외에는 없다. 128p
실제 덴마크 경찰청이 정신질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대규모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신질환자는 폭력 범죄의 가해자보다는 피해자가 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에릭 엘보겐 교수 연구팀의 2009년 연구는 개인의 폭력 행동을 예측할 수 있는 변수는 중증장애 여부가 아니라 약물 남용·아동 학대를 포함한 불우한 환경과 폭력에 의한 피해 등이라고 짚는다. 129-130p
자신이 저지른 일의 무게를 모르는 사람(불완전한 책임능력)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형량이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형사사법은 '책임능력이 있는 상태에서의 행위'만을 처벌하고 양형 역시 그 책임능력의 정도에 따르도록 하는 '책임주의'를 원칙으로 한다. 심신미약이라고 다 감경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형법 제 10조 제2항은 '감경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지 감경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지 않다. 감경 여부는 재판부 판단이다. 이어 제3항은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는 감경하지 않는다"고 못 박고 있다. 136p
자신의 몸에 맞는 수준에서 임금 노동을 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아프거나 장애가 있는 사람일수록 더욱 그렇다. 장애인은 도무지 설 곳이 마땅치 않은 한국 사회에서, '일'이라는 접점이 있어야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지낼 수 있다. 게다가 아픈 몸은 의료비 등 돈이 더 든다. 141p
절차보조사업은 정신질환자의 입원부터 퇴원 이후까지 지원하는 서비스로, 동료지원가는 병원에 있는 당사자와 소통하며 이들을 돕는다. 164p
가족이 힘든 게 이런 부분이다. 원망만 남은 줄 알았는데 사랑의 기억이 여전히 또렷하다는 걸 알게 될 때. 177p
이처럼 자의든 강제든 입원이 너무 어려우니 가족들은 입원 제도에 불만이 많다. 때문에 강제입원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문제의 본질은 입원 요건이 아니다. 가족이 이 모든 과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만약 이런 상황이라면 어떨까. 가족이 도움을 요청하면 정신건강복지센터 담당자가 입원이 가능한 병원을 함께 알아본다. 경찰과 119가 집을 찾아와 당사자를 설득해 병원으로 이동한다. 병원 응급실에서는 의료진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당사자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입원을 권유한다. 보호자 두 명은 이후 병원에 가서 입원에 동의한다. 201p
리베카 울리스는 두 가지 일반적인 원칙을 제시한다. "가능하다면 많은 일을 스스로 하도록 한다"와 "가족이 그를 사랑하고 돕고자 하는 사실을 느낄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다. 205p
2018년 기준 전국의 정신재활시설은 348곳에 불과하다. 반면 정신의료기관의 정신요양시설은 1729개에 이른다. 한국의 정신건강서비스 시설이 재활보다는 의료기관의 요양시설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213p
백종우 교수는 "한국의 정신장애인 주거 지원은 해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가령 미국 뉴욕주의 경우 그룹홈은 물론이고, 의료진이 상주하는 1단계부터 혼자서 모든 생활을 꾸려가는 4단계까지 다양한 형태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며 "갈 곳 없는 정신장애인이 노숙이 되거나 병원에 장기로 입원하는 일 등을 계산하면, 주거 지원은 인권은 물론이고 사회 비용 측면에서도 이득"이라고 말했다. 214p
커버링은 이 낙인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신분을 위장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고프먼에 따르면 커버링을 하는 사람은 높은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며,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는 집단과 모르는 집단 사이에서 괴로움을 느낀다. 또 남들이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상황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218p
장우석 사회복지사는 자신의 경험을 담은 <당신은 아파했던 만큼 행복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에 "횡단보도를 건너려는데 빨간불이 보였다. 그러나 상관하지 않고 건너가려 했다. 자동차 경적에 몸이 반응해서 멈추긴 했으나 치여 죽어도 다시 살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썼다. 23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