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리뷰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두 번째모임은 「있지만 없는 아이들」(은유, 창비)를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2023년 6월 30일 국회는 본회의를 통해 출생통보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대안)’을 통과시켰어요. 아쉽게도 이 법안에는 미등록 이주아동은 범위에 해당되지 않아요.
「있지만 없는 아이들」이 '보편적 출생통보제' 도입을 위해 기획되었다고 했으나 그 길은 아직 멀어 보입니다.
이주민의 삶, 국민으로 규정되지 못한 삶, 변두리로 밀려나는 삶인 이주아동의 일상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순간, 추방의 길을 걷게 됩니다. 이에 지난한 난민 심사의 과정을 겪게 되죠. 「있지만 없는 아이들」은 이주아동 당사자와 이주아동의 부모 그리고 이를 곁에서 돕는 활동가, 변호사들의 인터뷰가 나옵니다.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죠. 무엇이 옳은지 우리는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지 되묻고, 체념할 수 밖에 없는 그들의 일상에 마음이 내려앉았어요. 「장면들」의 손석희 작가처럼, '아젠다 키핑'을 해야겠다는 생각했습니다.
이주민, 이주아동, 난민 등 제 삶에서 계속 다뤄볼 생각입니다. 나중엔 조금 다듬어서 3부작을 해볼 생각입니다.
또한 모임에 참여해주신, 유진 님께서 「도착」(손 탠)이라는 그림책을 15분 가량 읽어주셨습니다. 현실과 판타지의 중간에 놓인 그림책이 너무나 매혹적이더군요. 다음에도 유진 님의 그림책이 사뭇 기대됩니다.
나누고 싶은 질문
[읽기 전]
Q. 책에 대한 단순한 인상은 어떠했는가? 책을 읽기 전 이주아동에 대한 이야기는 알고 있었나?
Q. 인상깊은 부분이 무엇인가? 어떤 사람의 이야기가 가장 와닿았나요? 충격적인 것은 무엇이었나요?
(마리아, 페버, 김민혁, 카림, 달리아 / 이탁건, 석원정, 인화)
[본문]
Q. 이주아동들은 왜 애늙은이가 되는 것일까? 일찍 철이 든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자신은 애늙은이인가, 철부지인가? 어떤 영역에서 그러했는가?
애늙은이로 살다가 철부지가 되기로 작성한 사람의 말은 너무도 웅숭깊고 솔직해서 미등록 이주아동 문제의 본질을 선명히 드러냈다. 11p
Q. 한국인의 정의/범위를 어떻게 내릴 수 있는가? 왜 국가는 미등록 이주아동을 내보내려 하는가? 국가가 자기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방식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영국은 부모가 모두 외국인이어도 아동이 만 10세 이상 만 18세 이하이고, 태어난 후 10년간 영국에서 거주하면 부모의 체류자격과 무관하게 국적 취득 기회를 준다. 32p
Q. 우린 무엇을 사회문제로 인식하는가? (내가 변호하고 싶은 존재가 있는가?) 자신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회문제는 무엇인가? 나는 어떻게 그 사회문제에 다가서게 되었는가?
사회문제의 우선순위는 누가 어떤 기준으로 정하는 걸까? 이주인권활동가는 선주민 문제보다 이주민 문제가 더 중요해서 나선 게 아니었다. 자기 삶의 자리에서 우연히 타인의 고통을 목격했고, 먼 이웃의 일이라며 눈 돌리지 않았을 뿐이다. 같이 거들고 싸우다보니 '없는 아이들'이 되어버린 '있는 아이들'이 보이고 아이들의 신음소리도 들리는 사람이 된 것이다. 35p
Q. 학교 아이들의 교묘한 언행을 페버는 경험했다. 페버와 민혁의 친구들은 대조되는 듯하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다르게 만들었을까?
수많은 도움과 연결을 통해 무언가 나아진 경험/인상이 있는가? (55p)
Q. 전제 지어버리는, 일반화 짓는 또 다른 사회적 시선이 있는가? 왜 그러하다고 생각하는가?
Q. 고통이 전시되거나 나열되지 않으면서, 전달한다는 건 무엇일까? <있지만 없는 아이들>은 누군가의 삶의 고통을 전시하는 것을 넘어 무엇을 마련하였다고 생각하는가?
Q. <있지만 없는 아이들>은 고통을 전시하는 것만 있지 않다. 주변부의 사람들을 배치시키면서, 이야기를 제안한다. 이 사회의 주변부는 누구일까? 누가 주변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 같은가?
나중에 하는 말이 "페버야, 네가 싫어서 그런 게 아니라 너랑 같이 가면 불편해하는 친구가 있지 않을까?"라고 하는 거예요. 그 말을 듣자마자 또 할 말이 없더라고요. 저도 알아요. 그게 어떤 느낌인지.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 구경하는 것. 그 말 듣자마자 알겠다고 했죠. 71p
저희 오남매와 엄마가 지나가면 사람들이 "아이고, 쯧쯧쯧" 하면서 불쌍하게 쳐다보는 경우가 많았어요. 흑인이고 식구가 많을 뿐인데 왜 힘들게 살았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 아련하게 쳐다보죠? 당연히 전제를 해버리는 게 저는 싫었어요. 어디를 가든 동물원 원숭이 보듯이 해요. 73p
Q. 우리 사회에서 당사자가 소리를 낼 수 있게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개인적/사회적 조건은 무엇일지 생각해보자. 당사자의 소리를 가로막은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에서도 결국은 이주아동 당사자들이 직접 나서기 시작하면서 DACA도 도입이 되고 사회적 의제가 됐거든요. 한국도 결국은 그렇게 나아가야 된다. 즉 장사자들이 한 세대를 이루어서 스스로 목소리를 내야 하고, 더 나아가서는 저 같은 사람이 아니라 이 친구들의 또래, 같이 공부하고 어울렸던 같은 세대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야 정말로 제도가 본질적으로 바뀔 수 있겠다. 94p
Q. 이 말에 공감하시나요? 인권을 측정하는 지표는 무엇일까요?
'가장 어려운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가 국가의 인권을 측정하는 지표다'라고들 하잖아요. 96p
Q. 어떤 변화가 앞으로 일어나게 될까요? 이를 위해 어떤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까요?
앞으로 외국인 수는 계속 늘어날 테고 막연한 불안과 혐오는 어느 정도 극복이 될 수 있지 않겠나 싶어요. 섞여 살게 되니까요. 101p
Q. 이러한 경험이 있나요? 혹은 주변에서 본 적이 있나요? 누군가를 관계적으로 도와준 적이 있나요?
이 친구들이 끝까지 하겠다, 너네 아빠까지 난민 인정이 되고 한 가정이 이루어졌을 때 끝난 거다, 이 생각으로 도와준다고 했어요. 121p
Q. 재난은 보이지 않는 문제를 가시화시킵니다. 최근 일어난 재난 중에 기억나는 게 있나요? 그러한 재난은 우리의 어떤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이번 코로나19 때 전국 중학생에게 비대면학습지원금이 지급되었는데, 해외 국적 학생들은 모두 배제되었어요. 체류권을 가진 학생들마저도요. 이렇게 신분번호가 있는 아이들도 공교육에서 배척되는 경우가 있죠. 기본적으로 재난 상황에서 외국인을 우리의 구성원이자 재난을 함께 극복해나가야 할 사람으로 인식하지 않고, 하고 싶어하지도 않는 거죠. 138p
Q.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시민권을 제공할 수 있을까? 현실적인 대안이 있는지 이야기해보자.
Q.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바로 출국해야 하는 상황에서, 공부를 한다는 건 그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미래가 좌절되거나 마감이 있는 삶을 살았던 적이 있었는가?
Q. 자신의 존재가 부모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과연 적절한 일인가?
Q. 만약 자신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책 기획과 관련해서 제안을 해본다면, 무엇을 제안해볼 수 있을까?
Q. 달리아가 만든 시를 보면서 느낀점이 있나요? (180-181p)
영국은 부모가 모두 외국인이어도 아동이 만 10세 이상 만 18세 이하이고, 태어난 후 10년간 영국에서 거주하면 부모의 체류자격과 무관하게 국적 취득 기회를 준다. 32p
주로 미국에서 이주민 합법화할 때 세금 실적으로, 그러니까 공과금이나 세금 낸 걸 기준으로 오래 체류한 사람들을 합법화한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우리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며 방법을 찾아보고 있어요. 220p
[읽은 후]
Q. 책이 자신에게 건넨 질문은 무엇인가요?
Q. 책에 대한 소감 그리고 오늘 모임에 대한 소감을 나눠주세요.
인상 깊은 문장
부모님은 한글을 못 읽어요. 저는 몽골어를 못하고요. 부모님은 몽골어 수어를 다 잊어버리셔서 한국어 수어로 대화를 해요. 저는 정식으로 수어를 배운 적이 없어요. 부모님과는 2퍼센트 정도는 수어, 98퍼센트는 보디랭귀지로 얘기해요. 깊은 얘기를 할 수가 없어요. 엄마 아빠도 수어를 잘 하는 편이 아니거든요. 사실 부모님께 굳이 깊은 얘기를 해야 할 필요도 모르겠고요. 만약에 말할 수 있다면 물어보고 싶어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나를 태어나게 했는지. 책임감 같은 건 없는지……체류자격도 없이 날 키운 걸 떠나서 육아 방식 자체가 말도 안 돼요. 솔직히 가정폭력으로 신고해도 될 정도예요……나중에 자기가 일 못하게 되면 네가 우리 다 먹여 살려야 된다, 너 공부 꼭 잘해야 된다고 그랬어요. 어떤 부모가 자기 키 반도 안 되는 애한테 그런 말을 해요? 46-48p
면접관들의 태도가 '우리가 이 사람들에게 무엇을 중심으로 물어봐야 할까?' '무엇을 도울 수 있을까?' 이런 게 아니에요. '너 교회 다니냐? 찬송가 불러봐' '너 이란에서 태형 맞았냐? 증거 있냐?' '기도문 외워봐' '열두제자 이름 차례로 대봐' 이런 식이에요. 황당한 거예요. 난민 면접을 보러 간 거지 사제 시험 보러 간 게 아니잖아요. 그걸 토대로 불인정이 나온 거죠. …… 같은 내용을 질문을 약간 바꿔서 다시 하는 거예요. 두 시간 뒤에 같은 내용을 또 묻고요. 함정에 빠뜨리려는 거죠. 120p
미성년자는 부모에게 책임을 묻는데, 성년이 되고부터는 자기가 출생신고를 했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14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