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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이 중에 네가 좋아하는 영화제 하나는 있겠지

정보

책 이름 : 이 중에 네가 좋아하는 영화제 하나는 있겠지
저자 : 김은
종류 : 한국 에세이
출판사 : 남해의봄
출판연도 : 2023-04-25
쪽수 : 216쪽

리뷰

2023년 시민프로그래머 양성교육(옥상영화제)을 참여하면서 영화제에 관심이 생겼다. 평소 영화를 좋아하지만 메이저 영화제만 알고 있었지 지역 영화제를 알진 못했다. 원주옥상영화제를 참여하다보니 다른 지역 영화제가 무엇이 있는지, 영화제는 지역성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펴보게 되었다. <이 중에 네가 좋아하는 영화제 하나는 있겠지>는 영화제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동시에 그 의미와 상징을 찬찬히 풀어준다.
영화는 시각 콘텐츠를 넘어 2시간 남짓의 생동감있는 ‘이야기’ 그 자체다. 전국에 100개가 넘는 지자체에서 각자만의 콘셉트의 이야기 방식으로 영화제를 진행한다. 상업을 위한 영화제도 있으며 지역축제로 특화된 영화제, 이슈를 진득하게 날카롭게 던지는 영화제도 존재한다. <이 중에 네가 좋아하는 영화제 하나는 있겠지>는 총 20가지 이상의 영화제를 소개하며 독자의 입맛에 맞는 한 가지를 제시한다. 이 책을 보면 꼭 가보고 싶은 영화제가 있으리라.
애니메이션 영화제, 광명동굴 영화제 등 가보고 싶은 곳이 생겼다. 도시의 매력에 물론 맛집과 유적지가 중요하겠지만, 나에게 영화제는 도시를 특징짓는 주요 콘텐츠임이 분명하다. 고성에 가서 서핑을 타면서 영화도 보고 싶고, 가까운 춘천도 SF영화제를 참여하러 방문하고 싶다. 하나의 렌즈로 도시를 바라보찌 않고, 다양성, 문화예술성, 지역성으로 도시가 다시 바라보게 된다. 영화제는 이뤄지는 공간적 특성, 특산품, 그것을 만들어 내는 기획자들, 그 도시에 살고 있는 시민 등 다양한 작용을 통해서 기획되기 때문이다.
원주옥상영화제가 위기에 봉착했다. 시정부의 변화에 따라 영화제 지원이 끊겼고, 청년기획자 중심으로 모인 영화제의 2024년은 불확실하다. 원주만의 무언가, 원주스러움을 만들기 위해 쌓아온 기반이 무너질까 걱정된다. 새로운 원주스러움을 창조하기 위해 기존의 원주스러움을 무너뜨리는 시정부는 무엇을 기대하는 걸까. 기존의 것에서 더하거나 변형하는 게 아닌 새롭게 다시 시작하려는 태도가 참으로 걱정된다.
OTT 시대, 집에서 편하게 영화를 볼 수 있지만, 굳이 밖으로 나가 영화관을 넘어 특정한 공간에서 영화를 함께 본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영화를 본다는 건 동시대의 같은 문화를 공유한다는 것이자 공동체 의식을 느낄 수 있는 중요한 요소, 기초 인권이죠. …… 모두의 인권을 보장하며 시대 의식과 공동체 의식을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자는 움직임이었던 것이다.”(187p) 도시는 공동의 경험이 필요하고, ‘공동체 의식을 평등하게 공유’하는 체험적 공간이 필요하다. 나는 그것이 영화제라고 믿는다.
요약 : 20년간 영화, 공연, 전시, 페스티벌 등을 알리는 문화콘텐츠 홍보마케터로 일했다. 일로써 영화 보기를 그만 둔 후 다양한 영화제를 찾아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줄평: 영화제를 방문한 김은 작가의 영화제 답사기. 지역과 영화 콘텐츠가 어떻게 결합되었는지 현장감있게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목차

훌쩍, 여행 삼아 떠나기 좋은 영화제 무주산골영화제-전남 무주 그랑블루페스티벌-강원 양양 광명동굴국제판타지페스티벌- 경기 광명 목포국도1호독립영화제-전남 목포
어디나 영화관이 된다면 목동워커스영화제-서울 목동 서울국제음식영화제-서울 도시영화제-서울시립대학교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서울 서울국제영화제-서울
뜨겁고도 치열한 스크린 너머의 사람들 부산청년영화제-부산 서울인디에니페스트-서울 레지스탕스영화제-서울 인디포럼-서울
경계를 넘어, 모두가 함께 즐기는 난민영화제-서울 춘천SF영화제-강원 춘천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서울 서울베리어프리영화제-서울 천안춤영화제-충남 천안

인상 깊은 문장

영화제마다 성격도 다른데,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전문마켓을 열어 거래를 활성화하는 곳이라면, 전주국제영화제는 최신독립영화제를 국내에 소개하고 관계자들과 매칭해 개봉을 돕는다. 부펀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다양한 장르영화 소개를 목적으로 한다. 14p
자연에서 오는 파랑은 사람들에게 시원하고 밝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블루는 인간의 우울, 어두움을 표현하는 단어다. 그랑블루페스티벌, 34-35p
그런데 영화제의 이름에 왜 '국도1호선'을 붙인 걸까? 1번 국도는 국내 최초의 국도인 동시에 전라남도 목포에서 평안북도 신의주까지 잇는 꿈의 국도이기도 하다. 지금은 갈 수 없지만 언젠가 꼭 갈 수 있겠지 하고 바라는 꿈이 이 영화제의 감성과도 잘 맞아 떨어져 이름에 붙였다고 한다. 목포국도1포선독립영화제, 49p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나는 어린 시절 살았던 동네도 변했고, 처음 영화를 관람한 영화관도 사라지고 없다보니 지역에서 만나는 그런 정서와 감성이 늘 부러웠다……영화제가 주는 건 단지 영화만이 아니다. 지역과 공간, 그리고 이것을 꾸민 사람들이 담으려 한 감성이 한데 엉켜 공유되는 것이다. 51-52p.
영화제는 총 네 개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평화에 관한 섹션인 '멀리뛰기', 목포 현지에서 제작한 로컬 제작 영화 섹션 '높이뛰기', 영화제에 첫 출품하는 감독들 센션인 '도움닫기', 사회적 약자의 메시지를 담은 다양성 영화 섹션인 '장애물넘기'다. 뛰어넘어야 하는 문제들, 더 많은 기회가 필요한 사람들, 보듬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지역 한편에서 무려 아홉 해 동안 고군분투한 노력이 섹션의 이름에서도 깊게 와닿았다. 51-52p.
이쯤되면 스스로도 궁금해진다. 대체 어디까지를 '영화'라고 볼 수 있고 어디서부터가 '영화'가 아닌 걸까? 이런 질문에 답이 있을까? 아니, 그 답이 의미가 있을까? 모든 예술은 전형성에서 벗어나 실험을 통해 그 세계를 확장해 나가기 마련이니 말이다.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 94p.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에서는 '경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구애'라는 단어를 쓴다. 때문에 경쟁전이 아닌 구애전, 심사위원이 아닌 구애위원이다. 작품들끼리의 경쟁이 아닌 관객의 사랑을 구한다는 것이다. 96p.
누군가에게 건축물은 사고 파는 재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또 누군가에는 에술작품이며, 다른 이에게는 좋은 추억이 담긴 고향이 되기도 한다. 공간은 사람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담는 무한한 그릇으로서 역할을 다한다. 공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그곳은 인생에서 아주 특별한 무대가 된다. 106p.
흑역사의 밤. 그들이 말하는 '흑역사'는 모든 이가 청년 시기에 터널처럼 지나가는 암흑기로, 모두에게 꼭 필요한 과정이며 미래의 방향을 설정하는 중요한 통로를 의미한다고 했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있는 인생 한때의 흑역사를 함께 보고 응원하자는 취지로 마련한 섹션이란다. 부산청년영화제, 120p.
우리가 극장에서 볼 정도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은 1초에 24프레임이어야 한다. 하지만 독립 애니메이션은 1초에 8장 또는 12장의 그림으로 완성하는 것들이 많다. 시간과 비용의 차이도 있으니 움직임이 상업 애니메이션처럼 자연스러울 수는 없다. (서울인디애니페스트, 128p)
우리는 국공립기관에서 문화행사를 무료로 진행하는 것에도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문화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적어도 수십 명의 스태프들이 머리를 맞대고 수개월을 고민해서 만든 창작물을 단지 비상업적인 곳에서 상영 또는 공연한다는 이유로 무료 관람을 당연시하는 것에는 문제가 많아. 비상업과 독립문화예술 영역에도 대한민국에서 작품을 하는 이들의 미래와 꿈, 야망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132p.
올해의 얼굴상은 독립영화 정신을 구현한 외부의 가인 또는 단체에게 주는 상이다. 2018년 올해의 얼굴상에는 세월호 희생자들이, 2016년에는 수년간 노조탄압에 맞서 온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노동자들이 수상한 바 있다. 올해의 활약상은 그해 활약한 스태프에게 주는 상이다. 지금은 영화 현장 스태프에게 수여하지만 2016년에는 KBS 독립영화관 송치화 작가가, 2010년에는 당시 법무법인 한결의 변호사였던 박주민 국회의원이 수상했다. 이처럼 인디포럼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일반 영화제가 관객과 소통하는 방식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었다. 146-147p.
"영화를 본다는 건 동시대의 같은 문화를 공유한다는 것이자 공동체 의식을 느낄 수 있는 중요한 요소, 기초 인권이죠." …… 영화제라는 매개는 단순히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아니라 모두의 인권을 보장하며 시대 의식과 공동체 의식을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자는 움직임이었던 것이다. …… 사회 시스템 자체를 평등하게 만드는 쪽으로 이어질 것임은 물론, 영화를 함꼐 본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공감의 경험이기 때문이다. 서울배리어프리영화제, 187p
댄스필름이란 춤과 영상을 결합한 독립 예술형식의 장르를 지칭한다. 천안춤영화제, 19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