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리뷰
<도시와 장애, 상상모임> 2회차는 1회차보다 더 많은 인원이 함께 모였습니다. 새로운 사람들이 오는 자리이기에 시작 전, 아이스 브레이킹을 진행했습니다. 진-진-짜를 하면서, 나의 직업, 취미, 일상 등 세 가지를 함께 나누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생각보다 자신이 누구인지 작성하는 걸 어려워하시더라고요. 낯선 이들 앞에서 어디까지 나를 공개할지 고민했기 때문일까요. 그리고 독서모임 자체를 처음으로 하신 분이 여럿 있으시더군요. 이번 경험이 앞으로 다른 독서모임을 탐색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나의 이동권 이야기>는 ‘이동권’이라는 주제에 맞춰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나의 이동권 이야기>는 중증 뇌병년 장애인인 이규식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입니다. 참여하신 분들은 편하게 읽었다는 평이 다수였지만, 한 분은 마음이 아파 읽는 도중 내려놨던 적이 많다고 했습니다.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의 학생들이 생각났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유쾌하게 책을 읽었던 저와 삶의 경험이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더군요.
장애인 택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5시에 불러도 7시에 오는 경우가 있으며, 원주는 장애인 인구 비율을 볼 때 장애인 콜택시 기사가 너무 적다는 겁니다. 근로자인 택시기사의 권리로 주말에는 택시 수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하고요. 전동 킥보드가 점자블록과 같은 곳에 세워져 있어 시작 장애인의 이동권을 방해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자세히 보지 않았던 이야기에 다시 한번 귀를 기울여 보게 됩니다. 돈이 많은 사람에게만 이동권이 주어지는 현실과 어떤 이들에게는 이동권 그 자체가 생명권임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나의 이동권 이야기>에는 아버지의 인정과 용납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자신을 성장시켜준 우정/스승에 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장애인을 위해 투쟁했던 이규식이라는 한 인물도 가족관계 즉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게 쉽진 않았구나, 라는 생각에 공감하게 되고, 그를 투쟁꾼으로 성장시킨 스승들도 떠올려보게 됩니다. 우리는 홀로 여기까지 온 게 아니구나. 때로 누군가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누군가의 그늘로 들어가 평안함을 느끼며 살아가는구나, 생각이 듭니다.
“내가 만약 지금 실천하고 살아내고 있는 방식으로 다시 학문/학교를 갈 수 있다면 무엇을 배우는 게 가장 내 삶과 맞닿아 있다고 여길 것 같은가?”라는 질문을 던졌는데요. 대학에서 장애인복지관 실습을 나갔다가 늦깎이로 사회복지과 석사를 졸업한 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배움의 방향이 어디로 향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학원 진학, 업무역량계발 등 각자의 열망을 나누며 참여자들의 과거의 배움과 미래의 배움을 공유했습니다.
모임에 참여한 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쌓아온 경험을 나누며, 다른 이들에게 영감을 줍니다. 오, 그런 생각을 못 해봤는데, 그럴 수도 있겠다, 등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 관점, 경험이 다르기에 하나로 모으는 대화가 참으로 재밌었습니다. 저도 모임을 진행하면서 많이 배우기도 했고요. 내 경험 자체가 누군가에겐 배움이 될 수도 있겠군요. 계속 그러한 자리를 만들어야겠습니다.
나누고 싶은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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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한다고 했을 때 누군가에게 부탁할 수 있을 것 같나요? 동시에 나의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한다면, 어떤 제목을 쓸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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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생각했을 때 주위 혹은 어디든 한 사람의 이야기를 인터뷰를 통해 알릴 수 있다면 누구를 하고 싶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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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자신이 읽었던 책/다큐멘터리 중에 인상 깊은 자서전/평전이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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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는 '탈시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의 어떤 경험으로 봤을 때 동의하나요? 혹은 어떤 경험으로 봤을 때 동의하지 않나요? 이를 위해서 먼저, 무엇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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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식에게 아버지는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나요? 자신의 존재를 부정함했다가 인정하게 되는 모습에 어떤 감정을 느꼈나요?
“나는 네가 태어났을 때부터 너를 사람 취급 안 했다. 짐슴 취급했다. 그래서 공부시킬 생각은 아예 안 했다. 그저 살아 있기만, 먹고 살기만 잘하기를 바랐다. 그런데 이 졸업장을 보니 내가 틀렸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됐다. 너도 사람이었구나. …… 규식아, 미안했다.” 24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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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식은 다양한 공동체를 경험하면서 성장합니다. 인상깊었던 공동체가 있었나요? 동시에 자신의 자유에 도움을 주었던 지인/친구가 있는지 같이 이야기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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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도 위계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위계를 결정하는 기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누구의 죽음은 금이라 인터넷에 몇날 며칠 메인 기사로 떠있고, 장애인의 죽음은 똥이라 시설에서 몇백 명이 죽어도 기사 한 줄 안 나는 건가. 왜 장애인의 죽음에는 침묵하는가. 12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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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을 차별이라고 느끼지 못했던 경험이 있나요? 시간이 지나 그 차별의 경험을 재해석한 적이 있나요?
"빨리 사라지라는 듯 손을 내저으면서, 당시에는 이런 행위가 차별이라는 걸 몰랐다. 속으로는 기분이 나빴지만 장애인이라면 이런 대우를 받는 게 당연한 줄 알았다. 15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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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자신에게도 다리를 다치거나 등 이동의 자유가 없어졌던 적이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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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식은 노들야학에서 박경석을 만나 자신의 삶의 토대를 형성한다. 자신에게도 그러한 사람이 있나요? 자신의 삶의 방향을 제시하고 함께 하는 사람이 있나요? 자신을 성장하게 돕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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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꾸고 싶은 세상이 있는가? 한 가지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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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식은 낯선 활동보조인과 호흡을 맞춘다. 혹시 여러분들에게 잘 맞는 사람, 잘 맞지 않는 사람이 주위에 있나요?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 같이 이야기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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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식은 무서운 사람이야"(168p)라는 말의 평가가 때로 이규식으의 마음을 쪼그라 들게 합니다. 자신에게 꼬리표/딱지가 붙은 적이 있나요? 혹은 좋은 수식어가 오히려 자신에게 부담/불편하게 다가왔던 적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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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뿐만 아니라, 자립이 필요한 또다른 존재를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어떤 존재가 이 사회에서 자립이 필요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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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 가라는 제안을 만약 내가 받는다면, 어떻게 선택하겠는가?
“규식아 이번엔 감방 한번 다녀오는 건 어떻겠니? 중증 장애인 중에 감방 가는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 장애인의 정당한 요구를 처벌하는 사회를 드러낼 기회가 될지도 몰라. 네가 잘못해서 가는 게 아니라 열심히 활동한 결과로 다녀오는 거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우리도 밖에서 같이 싸울게.” 21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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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공감하나요? 어떠한가요?
이 모든 것은 서로 긴밀히 작용할 뿐만 아니라 도미노처럼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한참 앞에서 무너진 벽돌 하나가 결국나한테까지 영향을 미친다. 어린이·청소년이 차별받는 세상에서 장애인 차별이 없을 리 없고, 어린이·청소년 인권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장애 아동의 존재를 빼고 고민할 수도 없을 테니까. 거꾸로 말하면 나랑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한쪽의 투쟁이 내 삶을 더 나아가게 만들기도 한다. 24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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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약 지금 실천하고 살아내고 있는 방식으로 다시 학문/학교를 갈 수 있다면 무엇을 배우는 게 가장 내 삶과 맞닿아 있다고 여길 것 같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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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이동권을 넘어 여행권에 대한 내용을 보며, 우리 주위를 둘러봤을 때 원주는 어떠한 도시라고 생각하나요? 혹은 지금까지 자신이 갔던 여행지는 어떻다고 생각하나요?
장애인도 여행을 즐길 줄 아는 자유로운 인간임을. 27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