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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리뷰] 도시와 장애, 상상모임 :: 이하늬 작가 북토크

2023년 인권의식제고 공모사업인 <도시와 장애, 상상모임>을 11월부터 진행했습니다.
1-4회차는 독서모임 형식이었다면 마지막 5회차는 책의 저자를 직접 모시고 북토크를 진행해 프로그램의 끝을 맺었습니다.
'도시와 장애 상상모임'의 간단한 설명과 함께 북토크를 어떻게 진행했는지 그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드릴게요!

왜 모임을 기획했나요?

저는 커뮤니티 틈의 대표이자 지금 ‘펭귄의 날갯짓’의 기획팀장도 맡고 있는데요.
서울/경기에서 고립/은둔, 정신질환 당사자들과 인터뷰부터 독서모임 그리고 포럼까지.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가면서, 지역에는 정신질환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리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수많은 딱지가 붙으며 정상성에서 멀어진 이들을 위한 자리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자신의 질병이 특별한 것이 아닌 모두가 겪고 있는 것이라고 여겼으면 했습니다. 타인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낯설게 보는 자신을 드러내고 자그마한 위로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누가 모였나요?

정신질환 당사자 혹은 주변인/관계인
정신질환 도서에 관심있는 분
정신질환 당사자 청년 활동에 관심있는 분
정신질환에 관심있는 누구나!(우울, 조울, 불안, 강박, 조현병 등)
<도시와 장애, 상상모임> 1-4회차에 참여하신 분들부터 정신질환에 관심있는 다양한 분들이 오셨는데요. 장애 교사, 장애 부모, 발달장애 치료사, 사회복지학과 학생, 정신질환 당사자, 비장애형제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당사자들이 왔습니다. 정신질환 당사자라고 해도 각기 다른 질병이기에 하나로 묶기 매우 어렵네요.

어떻게 진행했나요?

12월 23일(토) 15:00-17:00
주제: "도시에서 정신질환을 묻다"
도시는 정신질환을 어떻게 품고 있을까요? 한 사람은 정신질환으로 어떻게 살아갈까요? - 이광호 사무국장 (펭귄의 날갯짓) - 이하늬 작가 [전)경향신문]
방식
① 양방향 북토크!
참여자들의 시각과 느낌을 편안하게 나눴습니다.
② 두 개의 발제로 시작합니다.
참여자는 자신만의 관점에서 자유 발언이 가능합니다.
③ 끝나고 모두 함께 느낌을 나눕니다.
정보와 내용이 아닌 마음과 느낌을 공유합니다.

북토크 소개

 북토크 현장으로!

북토크가 열린 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의 독립서점 ‘시홍서가’입니다.
북토크 세팅으로 분주한 커뮤니티 틈의 박해명 대표의 모습입니다. :)
책방지기께서 책을 세울 수 있도록 귀여운 아이템도 가져다주셨어요!
책방지기님이 북토크의 메인 패널 이하늬 작가님의 책을 배치해주셨어요.
이날 우리가 이야기 나눌 주제들이 담긴 책이기도 합니다. 끝나고 참여자들이 편리하게 구매하실 수 있도록 앞단에 놓아두었어요.
공간이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죠?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거라 기대했습니다.
시작 시간에 맞춰 참여자 분들이 오셔서 한두 분씩 자리를 채워주셨습니다. 꽉 찼네요!
원래 행사는 중간에 참석이 어렵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이날 북토크는 전원 참석해주셨네요. 다들 이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신가 봅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북토크를 시작했습니다.
해명 대표의 진행으로 패널들과 참여 단체들을 소개했습니다.
시작 전, 참여자분들 중 몇 분을 선정해 북토크에 오게 된 계기, 기대하는 바를 짧게 여쭤보는 시간도 가졌어요. 발언하지 않았던 다른 모든 분들 다 같은 생각을 갖고 계셨으리라 생각했습니다.
먼저 이하늬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간단한 소개를 시작으로 작가님이 갖고 계신 마음의 병에 대한 이야기, 책을 쓰게 된 이야기, 질환에 대한 생각, 정체성과 치유 사이에 놓인 고민도 나눠주셨습니다.
특별히 인상 깊었던 이야기가 있는데요.
이하늬 작가님은 자신의 질병이 공개하면서 <나의 F코드 이야기>를 발간했지만, <나의 삼촌 이야기>를 쓴 뒤 이는 공개하기 어려웠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친한 친구에게도 이 사실을 들켰었다고 해요. 자신보다 가족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게 더욱 힘들 수도 있구나 싶었습니다. 그때 작가님도 어머니가 10년 동안 삼촌의 조현병을 숨기고 있던 사실이 이해가 됐다고 하네요.
이어서 펭귄의 날갯짓의 이광호 사무국장님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살아오신 이야기를 토대로 어떤 어려움을 갖게 되었는지, 극복해 나가려고 했던 방법들과 펭귄의 날갯짓에서 힘 쓰고 있는 것들을 나눠주셨습니다.
간결한 문장과 속도감 있는 사무국장님의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게 되더군요. 또한 그의 불안장애, 강박장애를 들으며 그의 웃음 뒤에 놓인 절망감을 잠시 헤아려보게 됩니다.
패널분들의 음성으로 가득 찬 책방 안에서 참여자들의 반짝이는 눈빛과 많은 끄덕임을 보았습니다. 짧지 않은 발언 시간이었지만 놓치고 싶지 않은 말들을 각자의 방식으로 메모하는 모습입니다.
패널분들 또한 말들에서 힘이 느껴지고 진심으로 자신을 나눠주고 계신다는 느낌을 다들 받으셨을겁니다.
알차게 이야기를 준비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
발제가 끝난 뒤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는데요.
가장 먼저 북토크의 주제를 명확히 전달하기 위해 해명 대표의 질문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가볍지만은 않은 진지한 이야기들이라 신중하게 답변을 준비하는 시간을 드렸습니다.
두 분 모두 신문사에서 일한 적이 있으시다고 하네요. 신문사에서 일하면 글을 잘 쓰게 되나 봅니다.
두 분 모두에게 병원과 상담센터를 찾기까지의 과정도 여쭤봤습니다. 자신에게 잘 맞는 의사와 상담 선생님이 있다는 말에 참여자 분들도 공감하시는 듯해보였습니다.
이어지는 참여자들의 질문들!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적극적으로 궁금한 점과 자신의 고민들을 말해주셨어요. 어쩌면 꺼내기 어려웠을 이야기을 나눠주셔서 정말 감사했고, 모두의 인식 확장과 위로와 해결방법을 구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이하늬 작가님은 ‘아픈대로의 삶이 있다’고 말하시면서, 정신질환 상태에서 빨리 벗어나야 하는 게 아니라 지금의 삶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말해주셨습니다.
“최중증 장애인에게는 삶 자체가 노동이다”라는 이야기를 들으셨던 경험을 나누시면서, 노동의 유무로 인간의 가치를 판단하는 사회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한 분이 질문이 기억에 남습니다. “사실 제가 안 아픈 게 아니라 꾀병을 부리는 게 아닐까? 저의 아픔이 별 거 아닌 것처럼 느껴져요.” 이광호 사무국장님은 그 생각마저 아픈 것이라고 웃으면서 대답하셨는데요. 반드시 ‘나’일 것. 속도를 늦추고 차분하게 접근할 것을 조언했습니다. 그 질문 자체를 들으면서 ‘그만큼 힘든 거구나’라는 마음을 느끼게 됩니다.
몇몇 질문들 앞에선 두 분 다 "어렵다.."며 고민하셨지만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조언을 주시는 것을 아끼지 않으셨어요.
이어서 참여 소감도 들어봤습니다.
"정신 질환에 대해 도시가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들이 생각보다 많았다는 걸 알았다"는 소감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북토크를 마무리하기 전 자신을 @안녕보경 으로 소개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나눠주셨습니다. 이렇게 사람들 앞에 서서 용기를 내주신 것에 모두 박수를 보내드렸습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손톱깎이와 안경닦이, 크리스마스 카드를 선물로 주셨는데요. 너무 감사 드립니다!
작가님의 사인 시간도 갖고, 준비해놓은 책도 모두! 완판! 되면서 훈훈하게 마무리됐네요.
북토크가 끝나고도 참여자들이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나눠서, 얼른 가자고 보챘습니다 ㅎㅎ

마무리하며

박해명(커뮤니티 틈_대표)
많은 분들이 오지 않을까 걱정을 꽤 했습니다만, 현장은 자리를 가득 채웠죠. 원주는 정신 질환을 이야기하는 모임/행사가 많이 없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 발언하고, 누군가는 들어야 하는데, 그 자리가 부재합니다. 말할 수도 있어야 하고요. 듣기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이야기를 교환하고, 배우고,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죠.
다음에는 정신 질환을 더 깊숙이 다뤄볼까 해요. 정신 질환 당사자들이 만나는 모임을 만들어서 4월부터 초청하려고 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함께 했으면 좋겠고요. 안전한 공간, 눈치 보지 않는 공간을 얼른 선물하고 싶습니다. 기대해주세요 :)
고지현(커뮤니티 틈_부대표)
건강했던 대화들이 가득한 북토크였습니다.
각자의 정신 질환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나눴습니다. 이 날의 이야기들을 마음에 담아 집으로 돌아가 사인 받은 책을 읽게 하는 동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럼 또 책을 통해 생각을 만들고 그 생각을 주변 사람들과 나누면서 대화들 속에서 방법을 찾아내게 됩니다.
책을 읽어야 북 토크, 독서 모임을 할 수 있다는 건 편견인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나를 나누고 싶은 마음'입니다.
커뮤니티 틈이 만든 만남의 장에 찾아와 누군가의 가슴에 진한 울림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
연휴를 앞두고 의미있는 시간을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커뮤니티 틈의 활동을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