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리뷰
틈새모임 7회차가 끝났습니다. 평어를 시도하기 위해 함께 <말 놓을 용기>를 읽었는데요. 생각보다 책이 어려워서 놀랐었죠. 모임의 특별한 정체성을 무엇으로 가져갈까 고민하다가 언어부터 우리가 평등해져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서로가 자신의 이야기부터 의견까지 편하게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낯선 사람들이 서로 만날 때 관계의 장벽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하며 평어를 제안했고, 유의미한 실험을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저자는 부제로 ‘관계와 문화를 바꾸는 실전 평어 모험’이라고 부르는데요. 우리 시대에서 익숙한 용법이 아니기 때문에 ‘모험’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 같습니다. 2017년부터 디학(디자인학당)에서 학습모임을 진행하면서 평어를 사용했다고 하네요. 서로가 안전하게 토론하고 배우는 공간을 언어로 디자인하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죠. 서로를 부르는 호칭, 모임에서 합의되는 규칙, 진행자의 진행방식 등 모임은 사전에 고민해야 할 것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 안에서 ‘평어’라는 새로운 체계를 발견하고 이를 어떻게 적용할지 긴 시간 동안 고민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모임에서도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이 웃었습니다. “작가의 주장/제안에 동의가 되는지”에 대해 실컷 이야기했는데, 주장은 동의되지만, 근거는 빈약하다는 평이 대다수였습니다. 이를 위해 “버려야 할 문화는 무엇인지” 이야기 나누면서, 한국인의 문화적 한계를 짚어내고 우리들의 언어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평소 친밀한 관계에서 반말, 존댓말을 어떻게 쓰는지 이야기해보니 성격이 나오더군요. 외향적인 분들은 좀 더 반말이 어렵지 않아 보입니다.
존댓말 문화는 한국과 일본에게만 있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일본은 위계적인 질서에서 더 나은 논의와 토론을 하기 위해 야자타임을 최초로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야자타임은 존비어체계의 폐해를 극복해 보고자 일본 사람이 고안해 낸 방법이라고 한다. ‘일본인은 중대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경우이거나, 강한 일체감을 형성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는 야자타임을 활용하여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한다.’” (104p) 한국은 후폭풍이 두려워 야자타임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을 겁니다. 중대한 의사결정의 시기에는 오히려 상명하복의 결정을 더 따르는 것 같고요.
모임이 끝나고 후일담이지만, 이제 존댓말을 쓰는 게 더 어색해졌다는 분도 있습니다. 모임 외의 분들에게도 평어를 제안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더군요. 문학잡지 릿터 39호 <예의 있는 반말 2>을 구매했습니다. 평어를 좀 더 배워보고 싶어졌고요. 평어가 쏳아올린 공이 어디까지 확장될지 궁금합니다. 독서의 유익은 한 권의 지식에만 있지 않고, 한 권이 또 다른 한 권과 연결될 때 확장되는 지적 체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평어, 언어, 대화, 소통 등 좋은 고민의 씨앗이 참여자들의 일상에 뿌려졌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