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리뷰
저번 바탕모임 14회차는 <인스타 브레인>을 함께 읽었었는데요. 핸드폰과 SNS의 위험성을 함께 살펴봤습니다. 책의 호불호가 갈리는 책이었는데, 토론하면서 책의 아쉬운 빈공간을 대화로 채워넣고, 책의 한계와 그럼에도 적용해야 하는 지점을 탐색했죠. 책의 아쉬운 점을 말하면서 더 신날 때가 있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함께 느끼고 이야기하면서 묘한 동질감을 얻기 때문인데요. 그러나 <인스타 브레인>은 실천적인 지점에서 분명 적용할 부분이 있기에 (지금도 글을 쓰면서) 다짐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이번 모임에서 <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는가>(캐스 선스타인, 프리뷰)를 함께 읽었습니다. 총선(국회의원 선거)이 끝나고 정치에 관해 이야기하는 시도를 한 셈이죠. 정치 이야기는 첨예한 대립을 예상할 수 있는 주제라 진행자의 노련한 진행이 필요합니다. 자칫 잘못하다가 주제에 매몰되어 갈등을 일으키는 대화가 이뤄질 수 있어 진행자 선생님도 저도 약간의 긴장감을 안고 대화에 임했습니다만, 크게 걱정될 부분이 없었네요. 진행자의 인도가 독서모임의 묘라고 부를 만합니다. 진행자의 스스로 어떤 역할을 지녔는지에 따라 모임의 방향은 전혀 다른 곳으로 갈 수 있습니다.
‘동성애 결혼 합법화’와 관련해서 각자 1점부터 10점까지 의견을 나눴습니다. <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는가>에서 위 논쟁은 대화를 통해 충분히 생각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기 때문인데요. 저나는 낙태, 국가안보 등은 대화를 통해 바꿀 수 없는 주제라고 못을 박았는데요. ‘동성애 결혼 합법화’와 관련해서는 그 의견과 생각이 달라질까요? 토론은 개개인의 인식을 드러냅니다. 무엇이 옳고, 무엇에 두려워하는지 등이죠. 그것을 용기있게 드러내고 함께 이야기한 참가자들이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우리는 토론을 두려워하니까요.
질문도 색달랐습니다. 일제강점기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행동했을 것 같은지 말이죠. 물론 확신할 수 없는 일이겠으나 친일부역자가 되지 않을까, 저항하는 사람도, 머뭇대다가 죽임을 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하얼빈>(김훈, 문학동네)을 연결지으며, 안중근의 삶과 나를 대비해서 잠시 생각도 해봅니다. 저번 <질문이 답이 되는 순간>을 함께 읽으며, 공원과 도서관과 같은 공적 공간에 대해 토의했는데요. 저자의 ‘공적광장론’과 연결됩니다. 다른 세대, 정체성이 만날 수 있는 공적 공간은 낯선 만남을 가지도록 독려합니다.
“첫째로, 공공 광장론은 광장에서 발언하는 사람이 이제껏 동질적 그룹 내에 갇혀서 활동해 온 여러 무리의 사람들에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준다. (중략) 둘째, 공공 광장론은 말하는 이들이 다양한 사람들에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줄 뿐만 아니라, 불만의 대상인 특정 사람이나 기관들에게 접근할 기회도 제공해 준다. (중략) 가장 중요한 세 번째는 공공 광장론이 사람들로 햐여금 다양한 사람과 관점에 노출될 가능성을 높여 준다는 것이다. (중략) 공공 광장론은 일종의 사회적 구조인데, 높은 수준의 자기고립에 빠져드는 토론 그룹에 맞서는 구조이다. 공공 광장론은 통제된 상황에 반대하고 우연적인 상황을 장려한다. 이것은 계획되지 않고, 예상되지 않으며, 취사선택하지 않은 다양한 만남을 보장한다. 이런 점에서 이것은 인식의 다양성을 증진시켜 준다.” 214-215p
각자의 극단성을 잠시 점검하는 시간도 됐겠죠. 책을 읽으면서 텍스트와 나의 삶이 연결될 테니까요. 바탕모임이 공과 사의 중간에 위치한 광장의 역할을 되면 좋겠습니다. 성별, 나이대, 직업군이 각양각색인 이들이 나누는 대화가 주는 낯설고, 기묘한 긴장감이 오히려 즐거움이 됐으면 하고요. 다음 도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남성으로 산다는 것>을 같이 나눠봅니다. 페미니즘, 남성성 등이 안전하게 이야기되는 시간이 되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