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리뷰
이번 틈새모임 12회차의 큐레이션은 주제는 ‘시’였습니다. 학교를 떠나면서 시를 접하는 기회가 줄어들고, 시를 어렵게 여깁니다. 순수하게 시집을 보기는 꺼려지지만, 시를 다루는 에세이를 읽다보면 우리의 오해가 풀리거나 낯선 감각이 다시 생기지 않을까 기대했습니다. <시를 잊은 그대에게>(정재찬, 휴머니스트), <시따위>(손조문, 쌤앤파커스), 교양으로서의 시(양자오, 유유)에서 <시를 잊은 그대에게>를 함께 읽게 됐습니다. 쉽게 읽을 수 있는 시 비평이 많이 있으면 좋겠네요.
책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습니다. 너무 작위적이고 깊숙한 감정에 과하다는 평이 있더군요. 어떤 분은 몇 개의 시를 보며 눈물을 흘린 경험도 나눴습니다. 흥미롭습니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문학은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기에 모임은 그 차이, 모임 구성원이 겪는 각기 다른 상황이 무엇일지 질문해봅니다. 시는 특정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에 저희는 감정카드를 함께 뽑아 <시를 잊은 그대에게>를 읽고 난 뒤 느껴지는 감정을 두 가지씩 나눴습니다. 감정은 우리가 읽은 시를 다시 한 가닥으로 묶어 해석하게 돕습니다.
이후 작가들의 불륜 이야기로 곧장 넘어갔는데요. 박목월, 유치환 시인은 자신의 아내가 아닌 다른 이에게 연정을 느끼는데요. 그들의 사랑앓이는 곧장 예술세계로 이어져 작품 창조로 이어진 듯합니다. 그렇다면 윤리적 한계에서 창조된 작품은 예술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작품과 작가의 배경은 떼놓을 수 없겠다만,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까요. 이후 신경림의 <아버지의 그늘>을 언급하며 각자는 가족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으며, 부모에게 닮은 것, 떼놓을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나눴습니다. 속상함을 화로 표현하는 것, 일상적 불안함, 묘한 애정표현 등 우리는 부모를 부정하면서 동시에 배워나가는 것을 발견합니다.
아참, 이번에는 모임의 인트로가 있었습니다. 추억의 음료를 함께 나누기도, 대화카드에서 하나의 질문(최근 분노했던 경험)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이후 회식을 다녀왔네요. 벌써 1년이라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다음 모임은 공감의 반경(장대익, 바다출판사)입니다. 최근 흥미로운 밈이 있더군요. ‘T라 미숙해~’라며, ‘T발 C야’를 잇는 밈들이 등장합니다. 사적인 관계에서 공감의 부재는 불편감을 전하죠. 그렇다면 우리들의 공감은 어디까지 해당될까요. 우리의 공감의 반경, 경계는 어디일까요? 사적인 관계를 넘어 공동체와 사회에도 이뤄지고 있을까요? 사적 관계에 머문 이들에게 ‘공감의 부재’로 비난할 수 있을까요? 재밌는 논의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