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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규식의 세상 속으로

정보

책 이름 : 이규식의 세상 속으로
저자 : 이규식
출판사 : 후마니타스
출판연도 : 2023-03-27
쪽수 : 304쪽

리뷰

<나의 이동권 이야기>는 중증 뇌병년 장애인인 이규식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이종화, 김형진, 배경내 작가가 공동저자로 쓴 도서다. 글을 쓸 수 없기에 세 명의 저자는 이규식 작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이를 하나의 삶으로 연결했다. 어린 시절부터 투쟁의 현장에 있는 지금까지. 그의 치열했던 모습은 어떤 과정으로, 누구에게 영향을 받아 여기까지 오게 된 걸까. 특별히 <나의 이동권 이야기>는 재밌다. 이규식 작가 특유의 위트와 재치가 묻어나 ‘피식’했던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 자학 개그와 장애 개그 등 뻘하게 터지는 순간이 적지 않다. 말이라는 언어가 가진 한계를 글이라는 언어로 전달할 때 이규식 작가의 풍성함이 드러난다.
“갑자기 배가 부글부글 끓을 때는 지하철 화장실 앞에서 나를 도와줄 사람을 찾으며 '제발 누가 지나가면 좋겠다/'고 기도한 적도 많았다. 이럴 땐 주로커플을 공략했다(장애인이 부탁할 때 여자 친구가 도와주라고 하면 남자가 안 도와줄 수 없다). 속으로 욕했을지 몰라도 어쨌든 도와주었다. 또 여자친구가 화장실에 가고 남자가 앞에서 기다리거나 남자도 볼일 보러 갈 때 "나 좀 도와주세요."라고 말하면 여자 친구를 두고 도망갈 수도 없으니 도와주었다.” 79p
공감되면서도 전혀 공감되지 않는 이야기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또한 그는 장애인들이 시설 밖을 나가 죽음을 맞이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회고한다. “아, 나도 혼자 밖에 나가면 죽겠구나. 장애인이 안전한 공간에서 혼자 벗어나면 죽는 거구나. 아무리 재미없어도 이렇게 갇힌 공간에서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게 정답이구나.” (56p) 수많은 투쟁은 그의 생각을 뒤바꾼다. “장애가 있다고 시설에서 보호만 받고 살 게 아니라(그 보호도 언제든 통제나 학대로 둔갑하기 쉽다) 밖에서 하고 싶은 대로 해보면서 다치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욕먹기도 해야 세상 사는 법을 알지 않을까? …… 시설살이가 어찌 은총이란 말인가. 장애인들이 그들에게 얻어먹은 게 아니라 꽃동네가 장애인 돌봄을 대가로 국가 지원금을 받으니 장애인들에게 얻어먹은 셈 아닌가. 시설에서 지원하는 시스템을 지역사회로 옮겨 제공하면 된다. 시설이 아니라 장애인에게 지원금을 제공하고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기반을 만들면 된다. 장애인의 고립된 삶을 정당화하는 꽃동네 같은 시설이 없어질 때까지 나는 싸우겠다.” (124-125p) 이러한 결단의 문장 앞에 나의 정답이 전환되기를 요구받는다. 앞으로 나는 시설과 싸우는 이들을 응원하리라.
“활동보조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려면 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 혼자 걸으면 1미터를 가는 데 수십 초가 걸리는 사람이었다. 손을 움직일 수 있지만 혼자 밥을 먹지도 옷을 입지도 못하는 사람이었다. 여러 차례 공단에 이의신청을 했지만 빈번이 거절당했다. 활동가들이 돌아가며 그분을 지원해 간신이 생활을 이어 갔다. 그러다가 4월 12일, 자립주택에 같이 살던 다른 장애인이 교회에 가고 활동가가 집에 도착하기 전에 부엌에서 화재가 났다. 오전 11시쯤이었고, 방에서 출구까지는 5미터도 안 됐다. 그 짧은 거리를 탈출하지 못해 심각한 화상을 입었고, 닷새 뒤인 4월 17일 결국 생을 마감했다. 그의 이름은 송국현이다. 그 뒤 활동보조 서비스는 장애등급 3등급까지 확대되었고, 장애등급제가 개편된 2019년에 이르러서야 모든 등록 장애인에게 신청자격이 주어졌다.” (146-148p)
활동보조 서비스에 대해서도 이해하는 기회가 됐다. 자신의 무가치함, 무능력함, 비정상성을 공권력 앞에서 인정받아야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아이러니. 자신에게 존엄이 없음을 증빙할 때 존엄을 되찾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 폭력적인 제도는 한 개인을 무력한 존재로 짓밟는다. “나는 장애인이 자립하기 가장 좋은 때는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한다. 복지체계가 만들어지길 기다리면 죽어도 자립 못 한다.” (69p) 자립의 기회와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 지원을 통한 홀로 살기가 가능한 사회를 상상한다.
“수감 환경이 장애인을 감당하지 못해서인지, 장애인을 감옥에 보내면 여론이 나빠져서인지 모르지만 계속 싸우는데도 판사는 계속 집행유예만 준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어쩌면 우리가 너무나 당연한 걸 요구하기 때문에 쉽게 잡아 가두지 못하는 걸지도 몰라.’ 20여 년 동안 장애인 이동권 투쟁 하나만으로 내가 낸 벌금이 4,000만 원, 선고받은 집행유예만 네 건이다. 감방에도 여러 번 다녀왔는데 세상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장애인의 인권은 지금도 유예된 상태다.” (230-231p)
셀 수 없는 투쟁이 반복되고, 변화되지 않은 현실은 우리에게 절망감을 준다. 조금은 나아지고 있다는 감각이 필요한 걸까? 방에서 밖으로 나서지 못하는 이들, 시설에서 욕망이 제거된 이들, 투쟁의 현장에서 눈물 흘리는 이들 등 사회는 여전히 울부짖는 이들이 넘쳐난다. 이규식 작가를 포함한 공동저자들은 우리에게 여전히 사회는 바뀌지 않았으며, 사람들의 희생과 죽음으로 변화되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그들이 우리에게 전달하는 건, ‘그 한 사람’이 있다고, ‘이규식’이 있노라 말하는 것 같다. 그 한 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에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소리치며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 같다.
작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진행한 <민주시민교육 5기 강사양성과정>에서 만난 배경내 선생님을 다시 한번 글로 만나 뵐 수 있어 반갑다. <나의 이동권 이야기>는 출간 과정 자체가 의미있다고 여겨지는데, 사회가 장애를 어떻게 포용하고 더불어 나아가야 하는지 이 책은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에 있다. 함께 하는 것. 듣는 것. 이를 전하는 것. 이 책을 쓰기까지 얼마큼의 노력이 있었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텍스트가 전달하는 것을 넘어 책이 만들어진 콘텍스트(맥락)로도 메시지가 전달된다.
“말을 뱉기 위해서는 힘을 짜내야 하는 언어장애를 가진 그에게, 여러 이유로 말하기보다 듣기를 주로 선택해 온 그에게, 말보다는 몸으로 운동해 온 그에게 생각과 감정을 언어로 표현할 기회는 평생 그리 많지 않았다. …… 이 책은 한 개인의 생애사이면서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장벽과 차별의 그물망을 함께 비춘다. 중증 뇌병변 장애인이 자기 언어로 삶의 모양과 사회를 해석한 책이 등장했다는 의미에서 보면 그동안 언어화되거나 기록되기 힘들었던 중대한 목소리의 공백이 비로소 메워지는 출발점이 되었다.” (배경내, 303p)

인상 깊은 문장 3개

거주 시설에서는 인권침해와 비리가 끊이지 않는다. 형제복지원에서는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불법 감금과 강제 노역, 구타, 암매장 등이 횡행했고, 657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1987년 복지원생 한 명이 구타로 숨지면서 35명이 탈출했고 탈출한 사람들이 복지원 내 인권유린을 폭로했지만, 35년이 지난 2022년 8월에서야 '국가 폭력에 따른 인권침해 사건'으로 인정되었다. 형제복지원에 사람을 잡아다 가두는 데 국가의 조직적 개입과 묵인이 있었다는 것이다. 120p
시설살이가 어찌 은총이란 말인가. 장애인들이 그들에게 얻어먹은 게 아니라 꽃동네가 장애인 돌봄을 대가로 국가 지원금을 받으니 장애인들에게 얻어먹은 셈 아닌가. 시설에서 지원하는 시스템을 지역사회로 옮겨 제공하면 된다. 시설이 아니라 장애인에게 지원금을 제공하고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기반을 만들면 된다. 장애인의 고립된 삶을 정당화하는 꽃동네 같은 시설이 없어질 때까지 나는 싸우겠다. 125p
‘커뮤니티 옵션’이라는 곳에서 시행하는 장애인 주거 환경 제공 서비스가 가장 기업에 남는다. 시나 구가 주택을 임대하여 자립생활센터 등과 계약을 맺고 장애인이 살 주택을 제공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일반 가정집을 대상으로 지원을 받아 그곳에서 장애인 당사자가 살 수 있게 하는 대신, 그에 대한 지원금을 정부가 해당 가정에 제공하는 전혀 새로운 시스템이었다. 해당 가정은 장애인 당사자에게 맞는 서비스와 숙식을 제공하는 대신 지원금을 받고, 장애인 당사자는 금전적 부담을 크게 겪지 않고 새로운 주택을 찾게 되는 셈이다. 공간을 장애인에게 맞는 환경으로 개조하는 어려움도 덜 수 있으니 서로에게 좋은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이렇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자연스럽게 함께 사는 환경이 조성되니, 장애인이 낯선 존재가 아니라 일상을 함께하는 존재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186-187p

인상 깊은 구절

'분명 내가 가라고 한 건 맞는데, 어! 진짜 가네?' 25p
"내 자식 내 손으로 죽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지금 형편에 살릴 수도 없다. 나는 도저히 못 하겠으니 당신들이 알아서 죽이든 살리든 해라." 26p
내가 주로 어울린 사람들은 비장애인이었는데, 장애인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내게 필요한 걸 해줄 수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45p
'아, 나도 혼자 밖에 나가면 죽겠구나. 장애인이 안전한 공간에서 혼자 벗어나면 죽는 거구나. 아무리 재미없어도 이렇게 갇힌 공간에서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게 정답이구나.' 56p
나는 장애인이 자립하기 가장 좋은 때는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한다. 복지체계가 만들어지길 기다리면 죽어도 자립 못 한다. 지금은 활동지원사도 있고, 자립 주택도 잇고, 자립을 뒷받침하는 여러 제도도 존재한다. 69p
갑자기 배가 부글부글 끓을 때는 지하철 화장실 앞에서 나를 도와줄 사람을 찾으며 '제발 누가 지나가면 좋겠다/'고 기도한 적도 많았다. 이럴 땐 주로커플을 공략했다(장애인이 부탁할 때 여자 친구가 도와주라고 하면 남자가 안 도와줄 수 없다). 속으로 욕했을지 몰라도 어쨌든 도와주었다. 또 여자친구가 화장실에 가고 남자가 앞에서 기다리거나 남자도 볼일 보러 갈 때 "나 좀 도와주세요."라고 말하면 여자 친구를 두고 도망갈 수도 없으니 도와주었다. 79p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대한민국에 등록된 장애인 수는 265만 4000여 명이다. 118p
거주 시설에서는 인권침해와 비리가 끊이지 않는다. 형제복지원에서는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불법 감금과 강제 노역, 구타, 암매장 등이 횡행했고, 657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1987년 복지원생 한 명이 구타로 숨지면서 35명이 탈출했고 탈출한 사람들이 복지원 내 인권유린을 폭로했지만, 35년이 지난 2022년 8월에서야 '국가 폭력에 따른 인권침해 사건'으로 인정되었다. 형제복지원에 사람을 잡아다 가두는 데 국가의 조직적 개입과 묵인이 있었다는 것이다. 120p
시설에서 짧으면 5년, 길면 40년 이상을 사는데 시설 거주인은 그렇게 오래 살아도 짐이 많아 봤자 두 상자 정도이다. 밖에서 세상 구경을 해봐야 ‘저런 것도 있구나.’ 할 텐데, 자기에게 어떤 게 필요하고 어떤 걸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시설에서 평생 살았다는 증표다. 122p
장애가 있다고 시설에서 보호만 받고 살 게 아니라(그 보호도 언제든 통제나 학대로 둔갑하기 쉽다) 밖에서 하고 싶은 대로 해보면서 다치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욕먹기도 해야 세상 사는 법을 알지 않을까? 124p
시설살이가 어찌 은총이란 말인가. 장애인들이 그들에게 얻어먹은 게 아니라 꽃동네가 장애인 돌봄을 대가로 국가 지원금을 받으니 장애인들에게 얻어먹은 셈 아닌가. 시설에서 지원하는 시스템을 지역사회로 옮겨 제공하면 된다. 시설이 아니라 장애인에게 지원금을 제공하고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기반을 만들면 된다. 장애인의 고립된 삶을 정당화하는 꽃동네 같은 시설이 없어질 때까지 나는 싸우겠다. 125p
‘아저씨들, 제발 나 좀 잡아가요! 아니, 다른 날은 뭐 만 좀 하려고 하면 재깍재깍 잘도 잡아가더니만 오늘은 왜 안 잡아가나 제발 좀 잡아가라! 제발 제발 제발 제발.’ 131p
활동보조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려면 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146p
혼자 걸으면 1미터를 가는 데 수십 초가 걸리는 사람이었다. 손을 움직일 수 있지만 혼자 밥을 먹지도 옷을 입지도 못하는 사람이었다. 여러 차례 공단에 이의신청을 했지만 빈번이 거절당했다. 활동가들이 돌아가며 그분을 지원해 간신이 생활을 이어 갔다. 그러다가 4월 12일, 자립주택에 같이 살던 다른 장애인이 교회에 가고 활동가가 집에 도착하기 전에 부엌에서 화재가 났다. 오전 11시쯤이었고, 방에서 출구까지는 5미터도 안 됐다. 그 짧은 거리를 탈출하지 못해 심각한 화상을 입었고, 닷새 뒤인 4월 17일 결국 생을 마감했다. 그의 이름은 송국현이다. 그 뒤 활동보조 서비스는 장애등급 3등급까지 확대되었고, 장애등급제가 개편된 2019년에 이르러서야 모든 등록 장애인에게 신청자격이 주어졌다. 147-148p
‘커뮤니티 옵션’이라는 곳에서 시행하는 장애인 주거 환경 제공 서비스가 가장 기업에 남는다. 시나 구가 주택을 임대하여 자립생활센터 등과 계약을 맺고 장애인이 살 주택을 제공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일반 가정집을 대상으로 지원을 받아 그곳에서 장애인 당사자가 살 수 있게 하는 대신, 그에 대한 지원금을 정부가 해당 가정에 제공하는 전혀 새로운 시스템이었다. 해당 가정은 장애인 당사자에게 맞는 서비스와 숙식을 제공하는 대신 지원금을 받고, 장애인 당사자는 금전적 부담을 크게 겪지 않고 새로운 주택을 찾게 되는 셈이다. 공간을 장애인에게 맞는 환경으로 개조하는 어려움도 덜 수 있으니 서로에게 좋은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이렇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자연스럽게 함께 사는 환경이 조성되니, 장애인이 낯선 존재가 아니라 일상을 함께하는 존재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186-187p
자립 체험 홈(지금은 자립 생활 주택으로 명칭이 바뀌었다)이란 탈시설을 한 장애인의 안정적 자립을 위해 2~7년 정도 거주하며 지역사회에서 혼자 사는 법을 익히는 곳이다. 201p
끝까지 반대하던 주민 대표도 구청 공무원이 직접 설명하니 나중에 따로 찾아와 미안하다고,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 법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만큼 차별이 많다는 뜻이라고. 차별이 하도 만연하니 법을 자꾸만 만들게 된 것이라고. 206p
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장애인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지역사회 내에서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207p
수감 환경이 장애인을 감당하지 못해서인지, 장애인을 감옥에 보내면 여론이 나빠져서인지 모르지만 계속 싸우는데도 판사는 계속 집행유예만 준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어쩌면 우리가 너무나 당연한 걸 요구하기 때문에 쉽게 잡아 가두지 못하는 걸지도 몰라.’ 20여 년 동안 장애인 이동권 투쟁 하나만으로 내가 낸 벌금이 4,000만 원, 선고받은 집행유예만 네 건이다. 감방에도 여러 번 다녀왔는데 세상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장애인의 인권은 지금도 유예된 상태다. 230-231p
정부가 장애인 개개인에게 맞는 휠체어를 좀 더 적극적으로 만들거나 그도 아니면 튜닝을 해주는 서비스라도 해줘야 하지 않나. 249p
대한항공은 휠체어 크기 제한이 없는 기체가 정해져 있지만, 아시아나는 모든 비행기에 크기 제한이 없어서 최근에는 아시아나를 주로 이용한다. 255p
제주에 차를 가져간 가장 큰 이유는 도민이 아니라면 장콜을 하루에 딱 두 번만 이용할 수 있다고 해서였다. 257p
말을 뱉기 위해서는 힘을 짜내야 하는 언어장애를 가진 그에게, 여러 이유로 말하기보다 듣기를 주로 선택해 온 그에게, 말보다는 몸으로 운동해 온 그에게 생각과 감정을 언어로 표현할 기회는 평생 그리 많지 않았다. …… 이 책은 한 개인의 생애사이면서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장벽과 차별의 그물망을 함께 비춘다. 중증 뇌병변 장애인이 자기 언어로 삶의 모양과 사회를 해석한 책이 등장했다는 의미에서 보면 그동안 언어화되거나 기록되기 힘들었던 중대한 목소리의 공백이 비로소 메워지는 출발점이 되었다. 30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