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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나의 F코드 이야기

정보

책 이름 : 나의 F코드 이야기
저자 : 이하늬
출판사 : 심심
출판연도 : 2020-10-15
쪽수 : 296쪽

리뷰

2023년, 지인에게 정신질환에 대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무엇인지 추천을 받은 적이 있다. 그때 <나의 F코드 이야기>를 추천받았다, 간결한 문장, 작가 특유의 정보 제공 챕터 등 초심자에게 차근차근 설명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초반, 자전적인 에세이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후반은 정신질환 당사자의 인터뷰 내용이 이어지며, 그의 기자 경험을 엿볼 수 있다.
<나의 F코드 이야기>는 경험에 충실하다. 처음 정신의학과에 어떻게 가게 됐으며, 의사와 관계 맺고 새로운 의사를 만난 과정부터 상담센터를 방문했고, 치유가 되었다가 다시 상담센터를 찾은 이야기 등 정신질환을 탐색하는 굴곡 많은 여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읽다보며 어느순간 그를 응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자신이 들었던 조언들을 정리하며, 우리들에게 소개한다. 상처의 경험은 누군가에게 치유의 경험을 제공한다.
“우울의 시기를 고스란히 기억하는 일이 유쾌할 리 없다. 하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 건 더 유쾌하지 않다. 시간이 통째로 사라진 듯한 느낌은 정말 억울하다. 혹시 우울증 때문에 무언가를 잊는다면 ‘쓰고 복습해 읽기'를 해보길 바란다. 구슬이 검게 변하지 않게.” (67p) “지금은 일단 나 자신에게 묻는다. 지금 그 약속에 가고 싶은 마음은 몇이야? 방구석에서 뒹굴고 싶은 마음은 몇이지? 그 약속에 안 가면 나중에 얼마나 후회하 것 같아? 거기 가면 우울할 것 같아? 이런 것들을 그냥 수치화해버린다. 우선순위를 알게 되면 결정이 쉬워진다. 그리고 결정을 내린 이후에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97p) “상담을 하며 걱정과 불안 보따리를 줄줄이 풀어놓자 선생님은 불안도 다룰 수 있다며 ‘잠시 멈추기'를 제안해했다. 불안한 생각이나 불안을 유발하는 행위를 ‘잠시’ 멈추는 것이다.” (113p)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 질환을 치료하는 방식 중 하나인 인지행동치료는 바로 여기서 시작한다. 감정이 생각에 영향을 주듯 그 반대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인지행동치료에 따르면 생각을 바꾸면 감정도 바뀔 수 있다. 생각을 바꾸기 위해서는 내가 처한 상황이 사실인지 아닌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125p) “상담 선생님은 내게 아침에 눈을 떴을 때부터 잠들 때까지 하루를 어떻게 구성하고 싶은지 생각해보고 실행할 것을 권했다. 루틴은 상황을 예측가능하게 만들어 불안감을 낮춘다.” (268p)
점차 나아지나 싶다가도 다시 나빠지는 모습에 자책의 마음이 올라오지만, 결국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질문하며 나아간다. 회복 그리고 지탱을 위해서는 약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의 지지도 필요하다. “약이 중요하지만 전부는 아니야.” (179p) 약의 처방을 넘어 공동체와 함께 감각하고 지지받는 연결감 즉 연대가 필요하다. 자조모임 등 자신의 상황과 유사한 이들 혹은 이를 공감할 수 있는 이들과 연대할 때 안전감이 생긴다. 그 안에서 가면을 조금은 벗고, 나다운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계속 말할 참이다. 내가 우울증이고 이로 인해 어떤 점은 불편하지만 어떤 점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괜찮다고.” (191-192p) <나의 F코드 이야기>는 이하늬 작가의 결단 그 자체다. 취약성을 계속 말하며 취약한 이들이 연결되기를 바라는 마음. 상처와 고통이 음지로 들어가지 않고 세상에 펼쳐져 새롭게 파생될 무언가를 기대하는 마음. 약자의 이야기가 정확히 응시되어 한 사람의 목소리로 읽혀지기 바라는 마음. 그것이 <나의 F코드 이야기>가 보여주는 작가의 마음이다.

인상 깊은 구절 TOP3

특정한 일이 없어도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 일본의 정신과 의사 오카다 다카시는 <선생님, 저 우울증인가요?>에서 원인이 분명하게 있는 ‘반응성 우울증‘은 다른 우울증에 비해 증상이 약하고 단기간에 끝난다고 설명한다. 이 책에 따르면 독일의 정신의학자 에밀 크레펠리은 정신 질환을 내인성(유전적, 체질적), 기질적(뇌 손상이나 신체 질환의 2차적 영향으로 인한 정신 질환), 심인성(스트레스와 심리적 충격)으로 나눈다. 105-106p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 질환을 치료하는 방식 중 하나인 인지행동치료는 바로 여기서 시작한다. 감정이 생각에 영향을 주듯 그 반대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인지행동치료에 따르면 생각을 바꾸면 감정도 바뀔 수 있다. 생각을 바꾸기 위해서는 내가 처한 상황이 사실인지 아닌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벌어진 상황이 사실인가, 아닌가? 내가 그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은 무엇인가? 그 감정이 상황에 적절한 감정인가? 아닌가? 적절하지 않은 감정이라면, 나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싶은가? 125-126p
내 입장에서는 내가 우울증이라고 해서 내 앞에서 불행한 이야기만 늘어놓는 사람이나 나를 너무도 염려해 우울증의 ‘우’자도 꺼내지 못하는 사람, 나의 모든 행동을 우울증과 연결시켜 과잉 해석하는 사람보다 훨씬 낫다. 오히려 그런 ‘배려'가 불편해 거리를 두게 된다. 우울증은 금기가 아니다. 나도 즐거운 이야기, 웃긴 이야기 좋아한다. …… 특히 자살 사고와 관련해서도 전문가들은 “죽고 싶다는 생각도 해?”라고 직접적으로 묻는 편을 권한다. 205-206p

인상 깊은 구절 (전체)

동생들은 내게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 지루하지 않느냐고 물었는데, 나는 지루하지 않았다. 순식간에 하루가 지나갔다. 이를 '정신운동 지연'이라고 부르는 걸 나중에 알았다. 생체 시계가 우울증으로 인해 느려지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24시간이 내 몸에서는 24시간보다 짧은 것이다. 25-26p
보건복지부는 우울감, 예민하거나 초조해짐, 항상 피곤한 느낌, 주의를 집중하기 어려움, 불면증, 폭식을 하거나 식욕을 잃는 등의 증상이 2주 이상 이어질 경우, 정신과에 갈 것을 권하고 있다. 28-29p
처음 간 정신과에는 의사가 둘이었다. 모두 남성이었고, 연령대만 달랐다. 나는 비교적 나이가 어린 의사를 선택했다. 쾌활한 인상의 의사였다. 그는 내 말을 잘 들어주었고 “그랬어요?”, “그랬구나“, “정말 힘들었겠어요“ 등의 말로 맞장구를 쳐줬다. 공감받는 느낌이었다. 초반에는 짧으면 3일, 길면 7일 간격으로 병원에 갔다. 내게 맞는 약을 찾기 위해서다. 상담 시간은 처음에는 20분 정도였고 이후에는 5분에서 10분 내외였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났다. 두 달이라고 해서 의사와 만난 횟수만 따지만 8번이 넘는다. 처음에는 의사에게 공감받는다고 느꼈는데, 점점 그가 날 아이 다루듯 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39-40p
특히 마지막 말은 최악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라는 말은 “나는 이제 너를 포기한다"라는 말로 들렸다. 45p
“2017년이 통째로 기억이 안 나. 이후에도 우울증이 심해졌을 때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어. 그래서인지 2017년 이후로는 시간이 너무 빠르게 가. 시간을 건너뛰는 느낌이야.“ 같은 경험을 했던 다른 친구는 ‘복습’을 제안했다. 쓰기만 할 것이 아니라 이전에 쓴 것을 매일 읽으라고 했다. …… 우울의 시기를 고스란히 기억하는 일이 유쾌할 리 없다. 하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 건 더 유쾌하지 않다. 시간이 통째로 사라진 듯한 느낌은 정말 억울하다. 혹시 우울증 때문에 무언가를 잊는다면 ‘쓰고 복습해 읽기'를 해보길 바란다. 구슬이 검게 변하지 않게. 66-67p
지금은 일단 나 자신에게 묻는다. 지금 그 약속에 가고 싶은 마음은 몇이야? 방구석에서 뒹굴고 싶은 마음은 몇이지? 그 약속에 안 가면 나중에 얼마나 후회하 것 같아? 거기 가면 우울할 것 같아? 이런 것들을 그냥 수치화해버린다. 우선순위를 알게 되면 결정이 쉬워진다. 그리고 결정을 내린 이후에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97p
특정한 일이 없어도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 일본의 정신과 의사 오카다 다카시는 <선생님, 저 우울증인가요?>에서 원인이 분명하게 있는 ‘반응성 우울증‘은 다른 우울증에 비해 증상이 약하고 단기간에 끝난다고 설명한다. 이 책에 따르면 독일의 정신의학자 에밀 크레펠리은 정신 질환을 내인성(유전적, 체질적), 기질적(뇌 손상이나 신체 질환의 2차적 영향으로 인한 정신 질환), 심인성(스트레스와 심리적 충격)으로 나눈다. 105-106p
우울증을 일으킨 다양한 원인 중 하나가 눈치력 만렙인 내 성격이고 이 성격을 만든 요소 중 하나가 엄마라는 사실을 발견했을 뿐이다. 정확히 말하면 엄마가 아니라 ‘다른 세계로의 이동'이다. 즉 외갓집의 세계에서 부모집의 세계로 넘어간 것이 내 성격 형성 요소다. (110p)
상담을 하며 걱정과 불안 보따리를 줄줄이 풀어놓자 선생님은 불안도 다룰 수 있다며 ‘잠시 멈추기'를 제안해했다. 불안한 생각이나 불안을 유발하는 행위를 ‘잠시’ 멈추는 것이다. (113p)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 질환을 치료하는 방식 중 하나인 인지행동치료는 바로 여기서 시작한다. 감정이 생각에 영향을 주듯 그 반대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인지행동치료에 따르면 생각을 바꾸면 감정도 바뀔 수 있다. 생각을 바꾸기 위해서는 내가 처한 상황이 사실인지 아닌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벌어진 상황이 사실인가, 아닌가? 내가 그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은 무엇인가? 그 감정이 상황에 적절한 감정인가? 아닌가? 적절하지 않은 감정이라면, 나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싶은가? 125-126p
조울증은 1형과 2형으로 구분되는데, 1형은 심한 조증과 심한 우울을 왔다 갔다 하는 반면, 2형은 비교적 가벼운 조증과 심한 우울을 오간다. 166p
왜 이렇게 지지가 중요한 걸까. "주변의 지지가 조금이라도 있는 경우와 제로인 경우의 차이는 엄청나. 지지해주는 사람이 없으면 고립감이 심해지고 극단적인 선택을 내리기가 쉬워져. '어차피 나를 신경 쓰는 사람도 없는데, 내가 어떤 선택을 하든지 상관없는 거 아닌가' 이런 마음이 들지. 나도 그랬거든. 약이 중요하지만 전부는 아니야." 179p
입원 방법에는 자의 입원, 보호 입원, 행정 입원, 응급 입원이 있다. 자의 입원은 말 그대로 당사자가 병원에 입원을 신청하는 것이다. …… 정신과 집단과 '입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의사 소견서가 있어야 한다.
…… 보호 입원은 보호자, 행정 입원은 시군구청장, 응급 입원은 경찰의 동의가 필요하다. …… 비자의 입원 요건은 자의 입원보다 까다롭다. 자해 또는 타해 위험이 분명해야 하고 각각 다른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 두 명의 소견서가 필요하다. 184p
그래서 공개적으로 알리는 것을 택했다. SNS에 내 상태를 비교적 구체적으로 쓴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처음 우울증 증상이 나타났을 때부터 최근의 상황까지.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그 글을 유심히 봐주었고 덕분에 웬만큼 친분이 있는 사람들과는 더 이상 서로 난감한 얼굴을 짓지 않아도 됐다.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되어서 편하기도 했다. (189p)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계속 말할 참이다. 내가 우울증이고 이로 인해 어떤 점은 불편하지만 어떤 점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괜찮다고. 191-192p
내 입장에서는 내가 우울증이라고 해서 내 앞에서 불행한 이야기만 늘어놓는 사람이나 나를 너무도 염려해 우울증의 ‘우’자도 꺼내지 못하는 사람, 나의 모든 행동을 우울증과 연결시켜 과잉 해석하는 사람보다 훨씬 낫다. 오히려 그런 ‘배려'가 불편해 거리를 두게 된다. 우울증은 금기가 아니다. 나도 즐거운 이야기, 웃긴 이야기 좋아한다. …… 특히 자살 사고와 관련해서도 전문가들은 “죽고 싶다는 생각도 해?”라고 직접적으로 묻는 편을 권한다. 205-206p
상담 선생님은 내게 아침에 눈을 떴을 때부터 잠들 때까지 하루를 어떻게 구성하고 싶은지 생각해보고 실행할 것을 권했다. 루틴은 상황을 예측가능하게 만들어 불안감을 낮춘다. 26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