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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질문이 답이 되는 순간

정보

책 이름 : 질문이 답이 되는 순간
저자 : 김제동, 김상욱, 유현준, 심채경, 이원재, 정재승, 이정모, 김창남
출판사 : 나무의마음
종 류 : 교양 인문학
출판연도 : 2021-03-25
쪽 수 : 652쪽

리뷰

독서모임을 할 때 중요한 건 대답보다 ‘질문’ 그 자체다. 만약 다섯 명이 참여했을 때 좋은 대답은 1인분의 역할을 하지만, 좋은 질문은 5명에게 닿아 5인분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날카로운, 알맞은 질문을 던지거나 주저되는 질문을 편하게 던질 때 모임은 살아난다. 모임 진행자뿐만 아니라 모임 참여자도 언제든 질문할 수 있다. 던졌던 질문을 다시 수정하면서 본질에 가까운 질문에 이른다. 그때 던지는 질문은 잭팟과 같다. 풍성한 대답, 고뇌스러운 눈빛, 끼어들고 싶어하는 눈치가 공존하면서 질문이 답이 되는 순간을 맞이한다.
김상욱, 유현준, 심채경, 이원재, 정재승, 이정모, 김창남 등 7명의 선생과 김제동 작가는 즐겁게 대화한다. 깊이와 유머가 뒤섞인 인터뷰 형식의 이야기는 유튜브 <김제동입니다>에서 영상으로도 업로드되어 있다. 7명의 인터뷰이는 자기 분야의 전문가이기 때문에 100페이지 남짓의 이야기는 짧지만, 강렬하다. <질문이 답이 되는 순간>으로 심채경 천문학자, 이원재 대표를 처음 알게 되어 바로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심채경), <안녕하세요, 기본소득입니다>(이원재)를 구매했다. 인터뷰 내용은 그들이 출간했던 책 내용과 겹치기 때문에 어떤 이들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일 수도 있겠다.
평소 과학 분야의 책을 읽지 않는 편인데, 김상욱, 심채경, 정재승, 이정모 등 과학계 작가들의 이야기에 흥미롭게 밑줄 쳤다. 김민형 작가의 <수학의 필요한 순간)처럼 과학적 태도가 무척 인상깊다. “하지만 과학은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아요. 과학이라는 학문이 역사적으로 다른 학문과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무지를 공개적으로 인정한다는 거예요!” (66p) 만약 내가 알고 있는 최선의 조건에서 틀렸다면, 그 오류는 영광스러운 틀림(51p)이라는 김상욱 작가의 말에 나의 무지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타인의 말을 경청하는 근거임을 깨닫는다. “너 나를 항상 의심해야 한다. 나도 널 의심할 거야. 네가 제시하는 모든 데이터를 의심할 테니까. 데이터를 정리하되 원데이터도 다 갖고 와. 너도 내가 하는 말을 다 의심해야 해. 그게 과학이야.” (516p) 끝없는 의심이 허용되는 학문. 우리의 일상은 과학적 사고가 필요하다.
김상욱 작가의 <떨림과 울림>, 심채경 작가의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를 읽을 예정이다. 뇌과학 분야도 영상으로 짤막하게 봤지, 제대로 본 적이 없어서 정재승 작가 책도 찾아봐야겠다. 2024년은 일반과학 서적을 10권 정도 볼 예정이다. 계속 질문을 던져야지. 끝없이 던져서, 질문이 일상이 된 사회. 더 나아가 질문이 답이 아니라 질문 그 자체로 의미있다는 것을 배워갈 예정이다.
진짜 영웅은 첫 번째 사람이 아니라 두 번째 사람이라고 말이죠. 만약 두 번째 사람이 나서지 않았다면 첫 번째 사람은 우리 주위의 수많은 또라이 중 하나가 되었겠죠. 또라이 짓이 운동이 되기 위해서는 첫 번째 사람보다 더 중요한 첫 번째 팔로워가 있어야 하는 거예요. 한 사람이 세상을 바꾸는 게 아니라 관계가 세상을 바꾸는 거죠. 40p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들이 맞닥뜨린 문제는 양자역학이라는 새로운 이론이 나와야지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였던 거예요. 십수 년 뒤에 독일의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가 그 이론을 연구해서 노벨상을 받았어요. 그래서 우리는 레일리와 진스의 이론을 ‘바보 이론’이라고 배워요. 잘못된 결과를 냈으니까요. 하지만 두 사람은 당대 최고의 물리학자였고 최선을 다했어요. 그들의 주장에는 오류가 있었지만, 그들은 그것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을 거예요. 그런 잘못은 ‘영광스러운 틀림’이거든요. 51p
그러다가 보통 13살 정도가 되면 공룡과 헤어지기 시작하죠. 왜냐하면 더 이상 질문을 못 찾아서 그래요. 어린아이들이 좀 커서 공룡에게 갖는 최후의 질문이 뭐냐면, “공룡은 왜 멸종했어요?”예요. 공룡이 멸종한 건 다 아는 사실이잖아요. 문제는 그 시상의 질문을 못 찾아낸다는 거예요. 질문거리가 없으니까 멀어지는 거예요. “공룡은 왜 없어졌어요?”라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공룡은 왜 생겼어요?”라고는 안 물어봐요. 493p
“너 나를 항상 의심해야 한다. 나도 널 의심할 거야. 네가 제시하는 모든 데이터를 의심할 테니까. 데이터를 정리하되 원데이터도 다 갖고 와. 너도 내가 하는 말을 다 의심해야 해. 그게 과학이야.” 그때 과학자는 ‘의심을 촉진하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516p
재미있는 게 과학논문에는 ‘나’로 쓰는 게 없어요. 다 ‘우리’예요. 혼자 하는 사람이 없거든요. 다 여럿이 함께하죠. 그래서 주어를 대명사로 쓸 때는 항상 ‘우리’라고 써요. 555p

인상 깊은 문장

다른 어떤 동물이 만든 체계보다 이 체계가 우월한 것은 우리 가운데 단 하나의 개체라도 똑똑하면 그 결과물을 모두가 누릴 수 있다는 점이에요. 31p
4부터는 본질은 모두 카오스 운동이죠. 그래서 1, 2, 3이 아주 특별한 숫자예요. 많은 문화권이 3까지는 비슷한 패턴으로 숫자가 커지고, 그다음부터는 확 바뀌죠. 한자에서 1은 작대기 하나(一), 2는 작대기 두 개(二), 3은 작대기 세 개(三)인데, 4가 되면 새로운 패턴(四)이 나와요. 로마숫자도 비슷해요. 1(Ⅰ), 2(Ⅱ), 3(Ⅲ)으로 가다가 4(Ⅳ)부터는 다른 패턴으로 바뀌어요. 물리에서도 마찬가지에요. 4부터는 100만이건 1,000만이건 같아요. 큰 차이를 보이는 운동의 패턴은 1, 2, 3이에요. 물론 이 둘 사이에 과학적 관련성이 있는 것은 아니고요. 38p
진짜 영웅은 첫 번째 사람이 아니라 두 번째 사람이라고 말이죠. 만약 두 번째 사람이 나서지 않았다면 첫 번째 사람은 우리 주위의 수많은 또라이 중 하나가 되었겠죠. 또라이 짓이 운동이 되기 위해서는 첫 번째 사람보다 더 중요한 첫 번째 팔로워가 있어야 하는 거예요. 한 사람이 세상을 바꾸는 게 아니라 관계가 세상을 바꾸는 거죠. 40p
양자역학에서는 하이젠베르크라는 위대한 과학자가 있어요. 그 사람의 자서전을 보면 양자역학 이론을 만든 후 학회에 참석했는데, 자기가 만든 이론이지만 너무 이상해서 눈물을 흘렸다고 해요. 눈물을 흘리면서, “이 세상은, 이 우주는 왜 이렇게 괴상한가?”라고 말했다는 거예요. 45p
“나는 무엇이고, 나라는 존재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그리고 “세상은 왜 이런 모습으로 존재하는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을 철학이라고 하는데, 이런 질문 가운데 일부에 답하는 방법을 찾은 거죠. 그 이전에도 생각은 했을 거예요. 그런데 17세기 서양 사람들은 생각만 한 게 아니라 물질적 증거와 수학을 결합해서 새로운 방식으로 시도를 해보니 어떤 것들은 답이 나온 거예요. 답이 나왔다는 얘기는 그 답을 얻는 방법으로 미래를 예측해보니 맞더라는 거죠. 미래에 대한 예측이 옳을 수 있는 이론을 만들어낸 거예요. 그게 물리학이죠. 그래서 과학은 철학의 일부예요. 19세기까지도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위대한 물리학자들은 철학자로 여겼어요. 자연철학이라고 부를 때도 있었지만요. 뉴턴의 <프린키피아>도 원제는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였거든요. 여기에 F=ma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그 당시 물리학이라는 게 자연을 다루는 철학이었던 거죠. 46p
틀리긴 했지만,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그 자체로 괜찮을 수 있어요. 최선을 다했다는 말은 현재 있는 이론체계 안에서 그 결과를 예측하지 못했다는 뜻이니까요. 50p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들이 맞닥뜨린 문제는 양자역학이라는 새로운 이론이 나와야지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였던 거예요. 십수 년 뒤에 독일의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가 그 이론을 연구해서 노벨상을 받았어요. 그래서 우리는 레일리와 진스의 이론을 바보 이론이라고 배워요. 잘못된 결과를 냈으니까요. 하지만 두 사람은 당대 최고의 물리학자였고 최선을 다했어요. 그들의 주장에는 오류가 있었지만, 그들은 그것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을 거예요. 그런 잘못은 영광스러운 틀림이거든요. 51p
과학자들은 하나의 증거만으로 믿지 않아요. 뭔가 새로운 결과가 나오면 수많은 검증이 이루어져야만 믿어요. 그래서 그 증거들이 쌓이면 ‘저 사람이 발견해낸 사실이 정말 새로운 것이고, 우리가 알던 것이 틀렸구나!’ 이렇게 가는 거죠. 한두 번의 검증으로는 되지 않고 커뮤니티가 있어야 해요. 52p
연구 부정이 밝혀지면 그 당사자는 과학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어요. 과학자 집단은 동료가 진행한 데이터를 믿고, 그 결과가 옳다는 것을 전제로 그 실험을 재현한 다음에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니까요. 동료의 어깨를 밟고 올라가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거짓말을 하면 그 한 사람 때문에 누군가는 소중한 시간과 자원을 허비하게 되잖아요. 53p
제가 어디 가더라도 별로 겁이 없는 것이, 질문을 받았을 때 모르면 모른다. 그러면 돼요. 모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거든요. 지금 과학이 모르는 게 많죠. 하지만 과학은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아요. 과학이라는 학문이 역사적으로 다른 학문과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무지를 공개적으로 인정한다는 거예요! 66p
미국에 리언 레더먼이란느 물리학자가 있어요. 노벨물리학자 수상자이기도 한데, 그분이 평소에 길을 걸으면서도 물리공식으로 계산을 하고 그랬는데, 어느 날 동네 정신병원 근처를 걷고 있었어요. 마침 정신병원 간호사가 환자들 가운데 증세가 약한 사람들을 데리고 그 근처를 산책하고 있었대요. 간호사와 환자들이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레더먼이 계산에 집중하느라 자기도 모르게 그 무리 안에 들어간 거죠. 그런데 그때 간호사가 환자 수를 세기 시작한 거예요. “하나, 둘, 셋, 넷..” 그러다 처음 보는 듯한 레더먼에게 “누구시죠? 지금 뭐하세요?”라고 물었더니 레더먼이 “저는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물리학자이고, 지금 중성미자 질량을 계산하는 중입니다”라고 답했대요. 그랬더니 간호사가 레더먼을 포함해 “다섯, 여섯, 일곱, 여덟...”했다는 일화가 있어요. 89p
“이것은 정말 뭐 하는 기계인가?” “이 기술은 우리를 어떻게 만들고 있는가?” “그것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이 기술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 이런 질문을 하지 않죠. 101p
두 번째는 1920년대 전기 문명 때에요. 냉장고와 세탁기 등이 보급되니까 하인과 하녀들이 일하던 집에서 나가야 했어요. 런던에 사는 젊은 여성의 3분의 1이 하녀였는데, 갑자기 직업이 사라진 거죠. 106p
더구나 원래 언어의 목적은 우주를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들 사이에 소통과 협력을 위한 거잖아요. 이걸 가지고 어떻게 우리가 우주를 다 이해하겠어요. 109p
마치 밀폐된 방 안에서 소리를 내면 그 소리가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처럼, 끼리끼리 모여 같은 정보를 주고받다보면 특정한 정보에 갇히게 돼요. 이걸 ‘에코체임버 효과’라고 하는데, 결국에는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모이게 되는 거예요. 비록 나와 생각이 다르더라도 익명성이 보장된 상태에서 공통의 추억이 생겨야 공동체가 만들어지는 거잖아요. 135-136p
강 건너편 사람과 이쪽 사람들이 모여서 얘기할 수 있는 중간지대, 조금 어려운 말로 하면 ‘커먼그라운드’가 필요해요. 138p
우리나라는 이미 지방자치단체를 하고 있으니 국토교통부의 건축 기본 법규도 하위법에서 바꿀 수 있게 지방정부에 더 많은 권한을 줘야죠. 그래야 특색 있는 도시 건축물이 나오죠. 법은 법대로 수십 가지가 있고, 주요 도시 개발은 한곳에서 거의 다 하고, 도로망도 똑같이 해놓고서 특색 있는 도시를 만들자고 하면 그게 가능할까요? 150p
그래서 선정된 다음에 이익금을 빼먹고 하청을 줘요. 하청받은 업체는 또 이익금을 빼먹고 2차 하청을 줘요. 그러다보니까 공동건축물의 평당 공사비가 1,000만 원짜리라고 하면, 중간에 차 떼고 포 떼고 실제 공사비는 600만 원도 안 되는 것 같아요. 심지어 설계한 사람이 감리도 못 하게 돼 있고, 심지어 설계가 바뀌는 경우도 있어요. 159p
제가 우리나라 공공건축에 바라는 점은 단순해요. “모든 공공건축물의 심사위원을 제대로 구성하자. 국내에서 안 될 것 같으면 해외에 있는 프리츠커상 수상자들, 로비로 매수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 정말 명망 있는 건축가들에게 익명으로 출품해서 채점하라고 하자.” 160p
어떤 교육학자가 말하기를, “지금의 학교는 19세기 건축물에서 20세기의 어른들이 21세기 아이를 가르치고 있다”고 했어요. 공간은 한 200년 되고, 선생님이 가르치는 교육은 100년 됐다는 얘기죠. 이제 이 시대에 맞는 교육 목표와 그에 맞는 학교 공간이 새롭게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169p
국토부에서 1,000세대 이상 되는 아파트는 반드시 마스터플랜을 하고, 구역을 나눠서 공모전을 통해 여러 설계사가 참여하게 하고, 공모전 심사위원은 실력 있는 사람으로 선정하는 거죠. 실제로 그러면 비용은 더 늘어날 수도 있어요. 과정도 복잡해지고요. 188-189p
사실 우리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면적이 어느 정도냐 하는 건 내가 가진 물건의 양과 연결돼요. 제가 대학원 다닐 때 친구가 어떤 논문을 보고 알려줬는데, 1950년대 미국의 주택 규모보다 2000년대의 미국 주택 규모가 딱 2배 늘었대요. 그런데 그 늘어난 면적이 거의 물건으로 채워진 거예요. 201p
영어로는 스페이스(Space), 유니버스(Universe), 코스모스(Cosmos)로 다양하게 번역되기 때문에 헷갈릴 수 있는데요. 스페이스는 인간이 장악할 수 있는 우주 공간을 뜻해요. 그래서 우주 탐험, 우주 전쟁 등을 나타낼 때는 스페이스라는 단어를 사용하죠. 유니버스는 천문학에서 연구 대상이 되는 우주를 의미해요. 이와 달리 코스모스는 유니버스에 종교와 철학 등이 덧붙은 조화로운 주관적 우주, 그러니까 카오스와 반대되는 질서정연한 우주를 뜻해요. 215-216p
그런데 명왕성은 자기 궤도를 독점하지 못했어요. 그 궤도를 공유하는 다른 천체들이 있었던 거죠. 이런 식으로 큰 천체, 작은 천체, 명왕성과 궤도를 공유하는 천체를 계속 발견하다보니까 그동안 ‘명왕성이 골목대장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보네.’ 이런 상황이 된 거죠. 그러다 ‘행성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ᄁᆞ지 하게 된 거예요. 만약 명왕성이 행성이라면 그 주변에서 새롭게 발견된, 크기도 비슷하고 궤도도 비슷한 천체들도 다 행성이라고 불러야 하잖아요. 230p
사실 지금의 달 탐사는 현실적인 이유에서 시작되었어요. 우리나라는 우주 탐사의 시작점으로 달을 목표로 하지만 우주 탐사 선진국들의 목표는 달을 중간 정거장으로 활용하는 것, 달을 산업에 활용하는 거예요. 중간 정거장으로 활용한다는 것은 일단 달에 간 다음 거기서 더 멀리, 화성까지도 목표로 둔다는 의미예요. 지구 밖으로 나가는 데는 굉장히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데 달은 중력이 작아서 탈출할 때 그렇게 많은 연료가 필요하지 않거든요. 그러니까 발사 로켓이나 부품을 달까지 가져간 다음에 거기서 조립해 발사한다면 지구에서보다 훨씬 더 적은 연료로 화성까지 갈 수 있는 거죠. 260p
노예제에서 노예 해방으로 바뀔 수밖에 없었던 것도 사실 미국에 제조업이 발달하기 시작하면서부터잖아요. 공장에 노동자들이 필요한데 노동력이 다 농장에 노예로 잡혀 있으니까 그 사람들을 해방시켜서 노동자로 편입하려고 한 거죠. 냉정하게 보면 자본이 기획한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336-337p
분배를 얘기한다고 해서 성장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자기 몫을 챙겨주고, 자기 몫이 있다고 믿게 해줌으로써 불안을 없애주면 사람들은 저마다 가치를 추구할 수 있고, 그러면 지금과 다른 성장이 가능하다고 보는 거죠. 368p
브레인웜이 돌아다녀서 계속 같은 노래가 떠오르는 거라고 얘기하죠. 특정 노래를 강박적으로 되풀이하는 경험을 전세계 인구의 90% 이상이 경험해본 적 있다고 하니, 뇌의 보편적인 현상인 건 맞는 것 같아요. 그 노래를 되풀이함으로써 안정감을 느끼려고 하는 것 같은데, 아직 원인은 몰라요. 388p
그런데 요즘 최근 수면 연구를 보면, 꿈이라는 건 논리적 개연성 없이 무작위적인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이 꼭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거나 그 사람의 무의식을 지배했다고 과도하게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어요. 다만 내적 불안을 시뮬레이션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요. 394p
그런데 아이들이 채소를 싫어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채소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가진 독이 아이들의 입에는 쓰거든요. 어린 시절에는 미각이 발달해서 어른들이 느끼지 못하는 쓴맛을 느끼기 때문에 채소를 거부하는 거죠. 398p
만약 “제가 봐도 첫째가 예브니 첫째만 주세요.” “먹이가 남거든 그때 주세요.” “전 안주셔도 돼요.” 이렇게 쿨하게 반응하면 굶어죽어요. 불공정함에 대한 분노 반응은 원하는 것을 최대한 얻으려는 전략이기도 한 거죠. 안 그러면 굶어죽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차별과 불공정한 대우를 받는 사람이 내가 되었든 내 주변 사람이 되었든 그것에 분노하는 뇌가 있는 거예요. 404-405p
붉은 여왕 가설이라고도 하는데, 열심히 뛰어야만 도태되지 않고 겨우 제자리를 지킬 수 있는 시대에 우리가 살다보니 조금 쉬거나 방황하는 순간 뒤로 확 처지는 거예요. 이런 상황에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뭐든 도전해보라는 건 안 먹히는 얘기죠. 실패를 두려워하며 조심스럽게 남들과 보폭을 같이했던 아이들만 지금 살아남았거든요. 414p
‘공룡’하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공룡은 왜 멸종했느냐는 거예요. 그런데 사실은 공룡이 멸종한 이유가 아니라, 공룡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궁금해하는 거잖아요. 마찬가지로 우리 인간도 혹시 멸종되는 거 아닐까를 걱정하는 대신, 어떻게 살아남을까를 같이 고민하고 방법을 찾으면 좋겠죠. 489p
우리가 발견한 공룡이 1,000종쯤 되는데, 그중에서 500종은 저나 제동 씨 무릎 높이보다 작았습니다. 작은 게 훨씬 더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큰 걸 좋아하니까 큰 것만 전시하는 거죠. 492p
그러다가 보통 13살 정도가 되면 공룡과 헤어지기 시작하죠. 왜냐하면 더 이상 질문을 못 찾아서 그래요. 어린아이들이 좀 커서 공룡에게 갖는 최후의 질문이 뭐냐면, “공룡은 왜 멸종했어요?”예요. 공룡이 멸종한 건 다 아는 사실이잖아요. 문제는 그 시상의 질문을 못 찾아낸다는 거예요. 질문거리가 없으니까 멀어지는 거예요. “공룡은 왜 없어졌어요?”라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공룡은 왜 생겼어요?”라고는 안 물어봐요. 493p
과학 논문에서는 ‘Race(인종)’라는 단어를 쓰면 안 돼요. 과학적인 단어가 아니에요. “인종은 없다. 인종주의만 있을 뿐이다.” 이런 말도 있죠. 503p
너 나를 항상 의심해야 한다. 나도 널 의심할 거야. 네가 제시하는 모든 데이터를 의심할 테니까. 데이터를 정리하되 원데이터도 다 갖고 와. 너도 내가 하는 말을 다 의심해야 해. 그게 과학이야.” 그때 과학자는 의심을 촉진하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516p
과학에서는 기본적으로 스승의 이론을 더 풍성하게 하는 많은 데이터를 만든 제자가 좋은 제자인데, 스승이 틀렸다는 사실을 밝혀내면 더 좋은 제자이고 더 좋은 과학자인 거죠. 523p
과학자들이 노벨상 수상자의 논물을 팔랑팔랑 흔들면서 “당신이 논문에 이렇게 주장했는데 맞습니까?” 하고 따져요. 그러면 노벨상 수상자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설명해요. “자네가 그렇게 생각한 건 이해하네. 그런데 자네가 못 본 부분이 있어. 이걸 봐야지.” 그러면 또다른 사람이 일어나서 “아닌 것 같은데요” 하면서 따져물어요. 처음에는 저도 ‘노벨상 수상자한테 어떻게 저럴 수 있지? 무례하다’ 싶었는데, 학회만 딱 끝나면 팔랑팔랑 흔들던 논문에 사인해달라고 줄을 쫙 서요. “선생님, 저랑 악수해주세요” “사진 한 번 찍어주세요” 하면서요. 노벨상의 권위를 인정하지만, 권위주의에 빠지지 않는 거죠. 524p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땐 주기율표에 103번까지 있었는데, 지금은 118번까지 있어요. 사실 원래 우주에는 94번까지밖에 없어요. 95번부터는 인간이 원소 만드는 원리를 깨닫고 하나씩 만든 거예요. 주기율표는 멘델레예프라는 사람이 발명했는데, 그 사람이 훌륭한 건 주기율표를 발명한 것보다 주기율표를 만들면서 빈자리를 뒀다는 점이에요. 우리가 아는 게 다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빈자리를 둔 거죠. 525p
좀더 과감하게 얘기하면 일상적인 정전 사태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해요. 정전이 없다는 건 항상 전기가 과잉생산되고 있다는 뜻이거든요. 그래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면 1인당 사용할 수 있는 전기량을 정하고, 그 양을 초과하면 정전되는 것을 일상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이 아파트 단지에서 하루에 쓸 수 있는 전기량이 정해져 있는데 집집마다 에어컨을 틀어서 그날 할당된 전기가 밤 9시에 소진되면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이 아파트에서는 전기를 못 쓰는 거죠. 537p
재미있는 게 과학논문에는 로 쓰는 게 없어요. 우리예요. 혼자 하는 사람이 없거든요. 다 여럿이 함께하죠. 그래서 주어를 대명사로 쓸 때는 항상 우리라고 써요. 555p
신영복 선생님은 우리에게 동양고전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고 시서화에 능한 인문주의자로 알려져 있지만 본래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규명하는 정치경제학자였어요. 신영복 선생님이 1989년 성공회대에서 강의를 시작한 이래 맡았던 과목들이 정치경제학과 한국사상사, 고전강독이었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인간에 대한 너른 이해 없이 메마른 사회과학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는 믿음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인간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구조를 인식한 이가 진정한 변화를 도모하기 위해 필요한 연장이 바로 인문정신에 있다고 보신 거죠. 582p
“친구가 되지 못하는 스승은 좋은 스승이 아니고, 스승이 되지 못하는 친구는 좋은 친구가 아니다.” …… 결국 가장 좋은 관계는 서로가 서로에게 친구이자 스승이 되는 관계인 거죠. 599-600p
우리나라 인구 규모에서 1,000만 영화, 그러니까 국민의 5분의 1 이상이 같은 영화를 본다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는 현상이죠. 그렇게 한 편의 영화가 1,000만 관객을 맞이하는 동안 수십 편의 영화가 극장에서 제대로 상영되지도 못한 채 사장되잖아요. 62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