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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수학이 필요한 순간

정보

책 이름 : 수학이 필요한 순간
저자 : 김민형
출판사 : 인플루엔셜(주)
종 류 : 수학
출판연도 : 2018-08-03
쪽 수 : 328쪽

리뷰

<차이나는 클라스>에서 보면서, 김민형 교수(옥스퍼드 대학교)가 인상 깊었다. 수학은 고등학교 때 풀었던 문제로 이미지화되어 있어서 수학이 무엇인지 질문을 제대로 던졌던 적이 없었다. 기원은 무엇이고, 무엇을 위해 만들어진 것인지 알지 못했다. 수학이 우주, 경제학, 인문학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 수학사에서 획기적인 3가지 전환(페르마의 원리, 아이작 뉴턴의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 유클리드의 <기하학원론>)을 살펴보며, 스쳐 지나간 개념들이 조금은 뭉쳐지는 느낌을 받았다.
수학사의 획기적인 전환이라 말했지만, 이는 과학사와 별반 다를 바 없다. 또한 ‘물리학은 자연을 다루는 철학’으로 불린다. “나는 무엇이고, 나라는 존재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그리고 “세상은 왜 이런 모습으로 존재하는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을 철학이라고 하는데, …… 그런데 17세기 서양 사람들은 생각만 한 게 아니라 물질적 증거와 수학을 결합해서 새로운 방식으로 시도를 해보니 어떤 것들은 답이 나온 거예요. 답이 나왔다는 얘기는 그 답을 얻는 방법으로 미래를 예측해보니 맞더라는 거죠. 미래에 대한 예측이 옳을 수 있는 이론을 만들어낸 거예요. 그게 물리학이죠. 그래서 과학은 철학의 일부예요. 19세기까지도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위대한 물리학자들은 철학자로 여겼어요. 자연철학이라고 부를 때도 있었지만요. 뉴턴의 <프린키피아>도 원제는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였거든요. 여기에 F=ma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그 당시 물리학이라는 게 자연을 다루는 철학이었던 거죠.” (질문이 답이 되는 순간, 46p)
수학 및 과학이 품고 있는 의미 또한 살펴보게 된다. “어떤 종류의 질문에 대한 명료한 답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면 굉장히 새로운 질문을 끄집어내고 난해한 문제를 점차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내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83p) “수학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은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 정확하게 질문을 던지고, 우리가 어떤 종류의 해결점을 원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그에 필요한 정확한 프레임워크와 개념적 도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107p) “과학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지만, 때로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 이상으로 문제를 제시하는 것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117p) 새로운 질문을 끄집어내고, 핵심적인 문제를 제시하는 것 또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론을 구축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김민형 작가는 (문과로서는) 알아들을 수 없는 기이한 예시로 설명을 시도하지만, 이해할 수 있는 건 이해하고, 나머지는 그냥 넘기면서 봤다. <인플루엔셜> 출판사도 이해하지 못했을 것 같은 내용이 부록에 수록되어 있다. 난해한 공식이 나열된 것을 보며, 피식 웃으며 읽을 페이지가 줄어들었다는 안도감을 경험했다. <다시, 수학이 필요한 순간>도 출간됐다고 들었는데, 도대체 누가 이 책을 사서 보는 거지 싶다. 물론, 틈새 모임 3회차에서 이 책이 매우 좋았다고 한 분이 있기에 역시 사람의 취향은 다양하다는 것을 느낀다.
과학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지만, 때로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 이상으로 문제를 제시하는 것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117p
제 생각에 건전한 과학적 시각이란 '근사'해가는 과정이라는 걸 처음부터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완벽하게 할 수 없다고 해서 포기하기 보다는, 제한적인 조건 속에서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겁니다. 179p
수학은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인간이 답을 찾아가는 데 필요한 명료한 과정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265p

인상 깊은 문장

제 느낌으로는 수학적 사고란 구체적인 예를 통해서 궁극적으로는 전체적인 틀이 형성되어가는 겁니다. 30p
제 생각에 이런 종류의 문제가 뉴턴의 이론이 전개되면서부터 대두되었던 것 같습니다. 즉 어떤 종류의 답을 원하는지는 알지만 답 자체를 모르는 상황과, 답을 표현할 만한 적절한 사상의 틀이 없는 상황. 두 종류의 난해함에 부딪힌 것입니다. 80p
과학에서는 답을 주는 것뿐 아니라 그 답의 부족한 부분도 굉장히 중요하죠. 어떤 종류의 질문에 대한 명료한 답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면 굉장히 새로운 질문을 끄집어내고 난해한 문제를 점차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내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즉 '부족한 부분'은 답을 찾기 전에 답을 찾는 데 필요한 틀을 만들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83p
수학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은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 정확하게 질문을 던지고, 우리가 어떤 종류의 해결점을 원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그에 필요한 정확한 프레임워크와 개념적 도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107p
과학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지만, 때로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 이상으로 문제를 제시하는 것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117p
이런 종류의 결정 문제는 철학에서 상당히 오래된 문제 중 하나로, '트롤리 문제'라고도 부릅니다. 망가진 전동차가 언덕길에서 내려올 때 진로를 바꾸지 않고 차 안의 5명이 죽게 내버려두는가, 아니면 진로를 바꿔서 4명의 보행자를 죽어야 하는가라는 문제를 철학적으로 다루고 있죠. 철학에서 중요한 문제로 다뤄졌던 이 틀로리 문제를 지금은 자율주행 자동차를 만드는 데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어요. 윤리라는 형이상학적 문제를 구조화, 모델화하여 알고리즘으로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죠. 138p
행동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사례가 떠오릅니다. 팔리지도 않을 고가의 와인이 메뉴판에 있는 이유를 설명할 때입니다. 만약 A와 B 두 와인만 있을 경우, 가성비를 생각해 합리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A를 선택합니다. 그런데 아무도 선택하지 않을 고가의 C 와인이 메뉴판에 있으면, 사람들은 가성비와 관계없이 중간쯤 가격인 B 와인을 선택하게 된다는 겁니다. 이럴 때 C의 존재 때문에 합리적인 선택이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177p
제 생각에 건전한 과학적 시각이란 '근사'해가는 과정이라는 걸 처음부터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완벽하게 할 수 없다고 해서 포기하기 보다는, 제한적인 조건 속에서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겁니다. 179p
오히려 가설을 세우고 이를 반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 검증을 하려면 안 맞는 걸 자꾸 만들어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 특히 창조적인 수학을 잘하려면 가설을 세웠을 때 그 가설이 틀릴 수 있는 가능성도 자꾸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겁니다. …… 수학은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인간이 답을 찾아가는 데 필요한 명료한 과정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264-26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