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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에이징 솔로

정보

책 이름 : 에이징 솔로
저자 : 김희경
출판사 : 동아시아
종 류 : 사회학 일반
출판연도 : 2023-03-22
쪽 수 : 332쪽

리뷰

비혼 담론도 사회에서 어느 정도 보편화되어 가는 듯하다. 떠들썩하게 대한민국의 미래 등을 이야기하며, 비혼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결혼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봇물 터지듯 넘쳤고, 출산율 0.7%은 예견되었다. 정부는 비혼을 문제로 정의했지만, 해결하기를 주저했고, 벌써 되돌릴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됐다. 우리는 비혼, 저출산의 시대에 돌입했다. 그러나 비혼의 문제는 청년 이슈로 국한되지 않는다. 중년의 20% 이상이 비혼임을 감안할 때 현재 중년의 비혼 문제는 소외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김희경 작가는 이에 의문을 제기하며 10여 명 이상의 비혼인 중년 여성들을 인터뷰하여 문제와 대안을 되짚는다.
숨겨져 있던 인터뷰이들의 목소리를 배치하여 김희경 작가는 주장과 성찰을 넘나든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상념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 누구나 무엇인가 채워져 있으면 무엇인가는 부족하기 마련이다. 내 삶의 한계를 인정해야 비로소 내 삶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것에 만족할 수 있게 된다.”(70p) 출산하지 않은 김희경 작가에게 던져진 말들을 곱씹어보면서 고찰한 그의 고백이 단단하게 느껴진다. 결여 그 자체가 정체성인 비혼에게 결여를 지적할 때 ‘가장 깊고 가치 있는 경험’의 부재를 “더 살아보면서 삶의 가치, 깊은 경험이 하나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절감했기 때문이다.”(69p)라는 성찰로 전환하며 ‘절대적인 경험’의 존재를 질문한다. 그리고 그 질문은 비혼 중년 여성들과 함께 이뤄졌다.
“‘홀로이면서 함께’하기. 단독자로서의 영역을 지키면서 연결의 감각을 잃지 않기.”(316p) “독립과 소속, 자율과 연결, 벗어나기와 잇기, 양립불가능한 것 같지만 모든 사람이 동시에 품고 있는 갈망”(139p)을 이해하는 것. 비혼은 다른 이들과 관계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아니다. 도리어 함께 살기를 꾸준히 실천해야 하는 다짐에 가깝다. 이는 법적·제도적인 한계로 관계적 연결과 질병의 아픔을 함께 감당하는 공동체로 향한다. 비비사회적협동조합의 봄봄은 “각자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집중하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비비는 서로 격려하고 지지해 주는 안전한 관계, 안전한 공간의 역할을 하는 것” (168p)을 지향하며 그들만의 연대를 쌓아간다.
<에이징 솔로>는 김희경 작가의 자전적 회고와 더불어 더 나은 사회를 상상한다. “서울시 서초구 어르신행복e음센터의 ‘친구 모임방’ 사업은 홀로 사는 노인들 사이에 관계를 만들어 고돇를 막는 지역사업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모임장이 주 1회 이상 자신의 집에 노인 회원들을 초대하고 서로의 안부를 챙기면 지자체가 모임방의 수도세, 전기세 등 공과금을 지원한다. 2015년 독거노인 5명으로 시작한 사업이 6년 만에 180명이 참여하는 40개 모임으로 확대되었다. 그 결과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서울시에서 고독사가 총 187건 발생했지만 서초구에서는 고독사가 1건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245p) 솔로인 노인들에겐 사회적 관계가 필요하다. 또한 “가족구성원연구소 대표 김순남의 책 <가족을 구성할 권리>에 따르면 호주의 경우 국세청이 세금공제의 대상으로 인정하는 경제적인 상호협조 관계의 범위가 넓어서 실질적 돌봄의 관계망도 포함된다고 한다.” (281p) 우리는 가족의 범위를 좁게 인식하고 있다. 혈육 외 가족이 될 수는 없는 것인지. 가족을 구성할 권리의 확장도 꿈꿔본다.
비혼 등과 같이 어떤 사회적 문제는 특정 세대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 세대가 그 문제에 특별히 놓여 있는 것 뿐이다. 그렇기에 폭넓게 문제를 인식하여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에이징 솔로>는 중년 비혼 여성의 이야기로 인식을 넓히고, 다양한 관점을 가질 것을 제안한다. 마냥 낭만적이지도 않다. 새로운 패러다임과 공동체가 필요하다. 한국의 유교적이고 닫혀 있는 관습 또한 허물어져야 한다. 가족 담론을 날카롭게 바라보고 문제는 수면 위로 드러내고, 소외된 목소리는 하나로 뭉쳐야 한다. <에이징 솔로>는 그러한 방향을 바라보는 출발선과 같다.
가장 사랑하는 한 사람보다 각기 다른 친밀한 관계를 여럿 갖는 것이 삶의 만족도를 더 높여준다는 심리학자들의 연구 결과도 있다. 슬퍼서 위로가 필요할 때, 행복한 일을 같이 나누고 싶을 때, 불안을 누그러뜨려야 할 때 등등 서로 다른 감정을 나눌 각각의 관계를 여러 개 가진 사람이 그 모든 감정을 아주 가까운 소수의 관계에서만 나누는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특정한 감정을 다룰 특정한 관계를 그냥 관계 대신 감정 관계라 불렀는데, 그런 감정 관계의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는 것이 삶의 질을 더 높여준다고 했다. 123p
특히 중년과 그 이후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는 ‘가까운 친구들 이름을 주저 없이 댈 수 있는가’다. 141p
각각의 친구는 우리 안의 서로 다른 부분을 끄집어낸다. 다양한 친구 그룹과 함께하면서 골프를 사랑하는 자신의 이런 면, 꽃을 사랑하는 저런 면 등 다양한 자신의 특성을 스스로 경험할 수 있게 된다. 만약 당신의 정체성이 위축되고, 당신 스스로 당신답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다른 유형의 친구가 필요하다는 신호다. 151p
한국 주택법상 1인 가구 최저 주거면적은 14제곱미터로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도 지나치게 작다. 일본의 최소면적 기준은 25제곱미터고 영국은 38제곱미터다. 국토부가 1인 가구 청년들이 사는 집의 실면적으로 조사한 결과 2006년 기준 26.2제곱미터에서 32.9제곱미터로 넓어졌다. 그런데도 공공주택은 법적 최소면적을 기준으로 지어지고 있다. 청년이건 아니건 1인 가구라고 해서 비좁고 열악한 주거를 감내해야 하는 건 아니다. 누구나 집에서 움직일 수 있는 동선이 필요하다. 기능에 따라 분리된 방이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202p

인상 깊은 문장

국내외 1인 가구 담론에는 중년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1인 가구를 다룬 정책과 담론은 주로 청년을 중심에 둔 ‘당당한 싱글’이거나, 노인을 중심에 둔 ‘돌봄이 필요한 싱글’ 위주다. 중년 1인 가구가 등장할 때는 이혼 또는 ‘기러기 아빠’로 혼자가 되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남성의 사례로 다루어지거나 새롭게 등장한 사회적 취약 계층으로 여겨진다. 아마 1인 가구 중 이미지가 가장 부정적인 세대는 중년이 아닐까 싶다. 9p
국내에서 ‘솔로’가 혼자 사는 사람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이는 관행, 미국에서도 혼자 살기를 선택한 사람을 불완전한 느낌을 주는 ‘싱글’ 대신 혼자로도 온전한 ‘솔로’로 부르자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감안했다. 15p
그는 2021년에 60세를 맞아 스스로 통과의례를 기획했다. ‘돌아온 말들’이라는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내가 당신에게 했던 말 중 기억에 남아 있는 말을 나에게 돌려주세요”라고 요청한 것이다. 어릴 때 친구나 가족을 제외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난 친구, 동료, 후배 30여 명에게 보냈는데 20명에게서 답이 왔다. 한두 문장의 문자메시지로부터 그에게 들은 말을 엑셀로 정리하고 그 말을 들었을 때 자기 느낌까지 써서 돌려준 후배도 있다고 했다. 31p
만나는 사람이 있으면서 혼자 사는 사람도 있고, 누군가를 만나면 좋지만 그렇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사람도 있고, 아예 관심이 없거나 파트너와의 관계에서 기대하는 것을 다른 관계에서 충족하는 사람도 있다. 43p
“사람이 서로에게 갖는 충성심과 헌신은 제도로 묶이는 것과 상관이 없다는 것도 알게 됐죠. 나만의 공간을 갖고 유지하는 게 제게는 가장 우선이에요. 좋은 사람이 생겨도 한 공간을 24시간 공유하고 싶지 않고 따로 살면서 주말에만 같이 보낸다든가 하는 방식으로 살고 싶어요.” 46p
뭔가를 하겠다고 하는 게 선택이죠. 저는 비혼을 선택한 게 아니라 어릴 때부터 결혼은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고 그냥 그 상태로 쭉 사는 거예요. 결혼 적령기라고 하는 나이에 저는 회사를 그만두고 수능을 다시 봐서 약대에 갔어요. 54p
지은숙 박사가 한국 비혼 담론의 흐름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비혼 1세대는 “1970년대 이후 출생하여 민주화운동 속에서 비판적 사회의식을 길러왔고, 가부장제와 소유 중심의 사회로부터 거리를 두고 공동체적 지향으로 살면서 주로 생활정치와 복지정치의 영역에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의제를 형성”해온 사람들이다. 59p
그 선택의 바탕에는 제도를 통해 다른 사람의 삶에 묶여 있지 않을 때 자신이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공통된 가치관이 있다. 60p
자식을 낳아봐야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라 부모에게서 독립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지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면서 관계 맺을 줄 알게 될 때 어른이 되는 것이다. 64p
40대 초반 무렵, 가까이 지냈던 한 선배가 내가 아이를 낳지 않은 일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 평생 해볼 수 있는 일 중 가장 깊고 가치 있는 경험을 네가 해보지 못했다는 게 마음이 아프다.” 선배와 연락이 끊긴 뒤에도 가끔 이 말이 생각났다. 사람이 살아가는 여러 방식의 삶을 얕게 이해한 데 비롯된 말이라는 반발성이 일면서도, 한편으로는 결핍에 대한 씁쓸한 자각과 스스로의 삶에 대한 의심이 뒤섞여 종종 마음이 복잡해졌다. 정말 내가 잘못 사는 건 아닐까. 삶의 중요한 경험을 놓치고 인생이 뭔지도 모른 채 죽게 되는 건 아닐까. 이런 불안이 마음속을 휘저었다. 65p
나는 마음에 묘한 파동을 불러일으켰던 “가장 깊고 가치 있는 경험”의 부재에 대한 선배의 애도를 꽤 시간이 지난 뒤 털어버릴 수 있게 되었는데, 더 살아보면서 삶의 가치, 깊은 경험이 하나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68-69p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상념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 누구나 무엇인가 채워져 있으면 무엇인가는 부족하기 마련이다. 내 삶의 한계를 인정해야 비로소 내 삶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것에 만족할 수 있게 된다. 70p
사람의 삶과 이 세상이 마땅히 이래야 한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 중에는 다른 사람이 그 믿음을 따르지 않고 거부했을 때 마치 자신이 모욕을 당하기라도 한 것처럼 분개하는 이들이 있다. 71p
저출생의 주요 원인을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은 채 혼자 사는 여성의 증가에서 찾는 것은 진단이 잘못되었다. 예컨대 프랑스는 1인 가구 비율이 37.8%, 스웨덴은 45.4%로 한국보다 훨씬 높다. 그러나 같은 기간 합계출산율도 프랑스의 경우 1.8명, 스웨덴은 1.66명으로 한국보다 훨씬 높다. 혼자 사는 사람이 늘어나기 때문에 저출생 현상이 가속화된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72p
국내에서 비혼 여성에 대한 인공수정 시술을 가로막는 것은 법이 아니라 대한산부인과학회의 지침에 불과하다. …… 국가인권위원회가 2022년 7월 비혼 여성도 인공수정 시술을 받을 수 있도록 지침을 개정하라고 대한산부인과학회에 권고했으나, 학회 측은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이유로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사회적 합의’라는 용어가 변화의 불편을 감수하지 않으려는 기득권의 핑곗거리가 되었다. 한국 사회는 저출생 현상을 한탄할 자격이 있기나 한 걸까. 75p
사회봉사단체 등 자발적 결사체에 참여하는 정도를 비교해 보면 남성은 기혼자의 참여가 높고, 비혼자는 그렇지 않지만, 여성은 거꾸로 비혼자의 사회 참여가 높고 기혼자의 참여는 낮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즉, 한국사회에서 가족을 꾸리지 않는 남성은 주관적 삶의 질뿐 아니라 공동체와 결속하는 정도도 낮아진다. 76p
기혼 여성은 주로 자녀와 관련됐을 때 자원봉사활동을 했지만, 비혼 여성은 5명 중 1명꼴로 다른 사람의 아이들을 가르치고 돌보거나 어려운 이웃에게 음식을 나눠주는 등의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했다. 이웃을 방문하고 청원에 참여하거나 집회에 가는 빈도도 비혼 여성이 기혼보다 높았다. …… 어떤 학자들은 전통적인 가족 단위가 가족 구성원에게만 지지와 관심을 쏟는 데 집중한 나머지 가족 외부 세상과 멀어지는 현상을 일컬어 ‘탐욕스러운 결혼’이라고 표현한다. 77-78p
만남과 회의 일정이 너무 빡빡해 숨 쉴 틈이 없다는 느낌이 들 때, 내가 은밀하게 써온 혼자가 되는 방법은 “선약이 있다”라고 양해를 구하고 모임에 불참하거나 약속을 조정하는 것이다. 선약은 나 자신과의 약속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사교’를 피해 혼자가 되는 시간을 하루 최소 2~3시간, 일주일에 최소 하루 이상 확보하지 못하면 일상을 견디기가 버겁다. 이게 내가 에너지를 충전하는 방법이다. 84p
<고립의 시대>를 쓴 영국의 정치경제학자 노리나 허츠는 외로움을 애정이나 동반자, 친밀감을 상실한 느낌으로만 정의하지 않는다. 그는 외로움을 “우리가 친밀하게 느껴야 하는 사람들과 단절된 기분이면서 우리 자신과 단절된 느낌, 사회와 가족이라는 맥락에서 제대로 지지받지 못하는 느낌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배제된 느낌”으로 정의했다. 87-88p
건강 두레는 돌봄이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하고 월차나 주말을 두레 구성원을 돌보는 데 사용하는 일종의 상호부조 모임이다. …… 돌봄은 신체활동 보조와 위생 관리에 국한된 게 아니니까 말이다. 아픈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밥을 지어 먹고 같이 산책하러 나가는 것, 입원한 친구의 남겨진 동식물을 보살피는 것 등이 모두 돌봄의 행위다. 104-105p
친밀감은 상대가 누가 됐든 느끼기만 하면 됩니다. 혼인 관계가 친밀감을 독점하진 않죠. 결혼은 낭만적 관계라기보다 정서적 친밀감과 성·자녀·경제가 모두 연루된, 삶이라고 하는 비즈니스의 파트너 관계에요. 121p
가장 사랑하는 한 사람보다 각기 다른 친밀한 관계를 여럿 갖는 것이 삶의 만족도를 더 높여준다는 심리학자들의 연구 결과도 있다. 슬퍼서 위로가 필요할 때, 행복한 일을 같이 나누고 싶을 때, 불안을 누그러뜨려야 할 때 등등 서로 다른 감정을 나눌 각각의 관계를 여러 개 가진 사람이 그 모든 감정을 아주 가까운 소수의 관계에서만 나누는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특정한 감정을 다룰 특정한 관계를 그냥 관계 대신 감정 관계라 불렀는데, 그런 감정 관계의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는 것이 삶의 질을 더 높여준다고 했다. 123p
다른 사람의 ‘추앙’에 의해 채워지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자신을 채웠다. 타인에게 조건부가 아닌 절대적 지지를 보낼 줄 알게 되면서, 만나는 사람이 누구든 환대할 줄 알게 되면서, 그렇게 설레는 시간을 모아 하루에 5분씩 채워가면서, 자신의 취약함과 결핍에서 스스로 해방되었다. 125p
그는 비혼 여성이 나이 들수록 부모와 더 밀착되는 현상을 “수렁”이라고까지 표현했는데, 이 밀착된 관계가 솔로의 부모 돌봄 독박을 합리화하는 도덕적 핑계로 쓰이기도 하니 수렁이라 할 만도 하다. 뒤에서 에이징 솔로의 부모 돌봄 독박을 따로 살펴보겠지만, 기혼인 형제자매가 부모 돌봄을 솔로에게 떠넘기는 일도 잦은 한편, 본인 스스로 부모 돌봄을 자신이 짊어져야 할 책임과 도리라고 여기는 에이징 솔로도 많다. 136p
독립과 소속, 자율과 연결, 벗어나기와 잇기, 양립불가능한 것 같지만 모든 사람이 동시에 품고 있는 갈망이다. 139p
특히 중년과 그 이후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는 가까운 친구들 이름을 주저 없이 댈 수 있는가. 141p
사회적 네트워크에 관한 연구에는 ‘30분 법칙’이라는 암묵적인 법칙이 있다. 영국의 진화인류학자 로빈 던바의 설명에 따르면 “어떤 사람이 당신이 사는 곳에서 30분 이내 거리에 산다면 당신은 그 사람을 중요한 사람으로 간주하고 그 사람을 만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143p
네덜란드의 사회학자 헤랄트 몰렌호르스트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7년마다 사회적 네트워크의 절반을 바꾼다. 친구의 반을 잃고, 다시 새로운 친구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147p
각각의 친구는 우리 안의 서로 다른 부분을 끄집어낸다. 다양한 친구 그룹과 함께하면서 골프를 사랑하는 자신의 이런 면, 꽃을 사랑하는 저런 면 등 다양한 자신의 특성을 스스로 경험할 수 있게 된다. 만약 당신의 정체성이 위축되고, 당신 스스로 당신답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다른 유형의 친구가 필요하다는 신호다. 151p
봄봄은 ”비비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모임으로서 우리가 무엇이 되어야 한다가 아니라 각자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집중하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비비는 서로 격려하고 지지해 주는 안전한 관계, 안전한 공간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를 ”서로의 꼴을 봐주고 사는 공동체“라는 한마디로 명쾌하게 요약했다. 168p
한국 주택법상 1인 가구 최저 주거면적은 14제곱미터로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도 지나치게 작다. 일본의 최소면적 기준은 25제곱미터고 영국은 38제곱미터다. 국토부가 1인 가구 청년들이 사는 집의 실면적으로 조사한 결과 2006년 기준 26.2제곱미터에서 32.9제곱미터로 넓어졌다. 그런데도 공공주택은 법적 최소면적을 기준으로 지어지고 있다. 청년이건 아니건 1인 가구라고 해서 비좁고 열악한 주거를 감내해야 하는 건 아니다. 누구나 집에서 움직일 수 있는 동선이 필요하다. 기능에 따라 분리된 방이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202p
이 책(마흔 이후, 누구와 살 것인가)의 저자들은 ”1.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2. 감정을 자제하면서 마음을 열고 솔직한 태도로 의논하고, 3. 자신과 다른 사람을 모두 고려하여 힘든 결정을 내릴 줄 알고, 4. 민주적으로 결정된 사안을 분노 없이 받아들이고 실천“할 수 있어야 공동 주거에 적합한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212p
고독사를 막는 것은 관계다. 서울시 서초구 어르신행복e음센터의 ‘친구 모임방’ 사업은 홀로 사는 노인들 사이에 관계를 만들어 고돇를 막는 지역사업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모임장이 주 1회 이상 자신의 집에 노인 회원들을 초대하고 서로의 안부를 챙기면 지자체가 모임방의 수도세, 전기세 등 공과금을 지원한다. 2015년 독거노인 5명으로 시작한 사업이 6년 만에 180명이 참여하는 40개 모임으로 확대되었다. 그 결과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서울시에서 고독사가 총 187건 발생했지만 서초구에서는 고독사가 1건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245p
가족구성원연구소 대표 김순남의 책 <가족을 구성할 권리>에 따르면 호주의 경우 국세청이 세금공제의 대상으로 인정하는 경제적인 상호협조 관계의 범위가 넓어서 실질적 돌봄의 관계망도 포함된다고 한다. 즉, ”배우자를 정의하는 데도 제도적 결혼 여부를 따지지 않고, 자녀의 경우에도 생물학적인 자녀, 입양한 자녀, 의붓자녀, 실직적으로 자녀 관계인 대상까지 폭넓게 포함“하며 ”실제 삶에서의 다양한 상호의존 관계망이 주거 비용이나 생활비 지출 증빙 등을 통해 제도적 관계망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281p
서면 신청으로 대리인 변경도 가능하다. 대리인은 환자의 의료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담당 의사와 의료에 관한 사항을 의논할 수 있으며, 검사·시술·치료 등에 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뉴욕주의 대리인 지정 서식에는 대리인에게 위임하고 싶지 않은 결정의 상세 내용, 결정을 위임하는 기간 또는 요건, 대리인이 결정할 때 따라주기를 원하는 사항을 명시할 수 있다고 한다. 294p
생활동반자법을 소개한 책 <외롭지 않을 권리>의 저자 황두영은 보수적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가족 해체’ 운운하면서 반대하는데 생활동반자법은 ”보수적인 법“이라고 썼다. ”기존의 경직된 가족제도를 떠난 사람들을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는 법“이고 ”가족을 이루라고 장려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306p
‘홀로이면서 함께’하기. 단독자로서의 영역을 지키면서 연결의 감각을 잃지 않기. 316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