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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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름 : 내가 말하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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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정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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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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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 류 : 한국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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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연도 : 2020-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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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 172쪽
리뷰
“언어의 한계는 세계의 한계이다.” 만약 언어는 존재하지만 언어 소통의 한계가 있다면, 그것은 무어라 불러야 할까. 표현되지 못한 아이의 감춰진 내면세계는 독백으로 치열하게 전달하지만, 실어증으로 인한 언어의 소실은 세계와 단절된다. 주인공은 트라우마를 이해하지 못한 선생의 강압적 태도로 ‘읽기’를 강요당하고, 우정공동체의 경계에 놓인다. ‘무연’중학교. 학교는 어떠한 이들과 ‘연’을 맺지 못하는 공간이 되어버린다.
그는 언어재활센터에 들어가 새로운 공동체를 만난다. 자세한 증상은 다르지만, 실어증으로 모인 질병공동체는 그에게 성장의 공간이 된다. 즉, 학교공동체가 된다. 그들은 매번 이름을 바꾸어 정체화하며 언어장애를 마주한다. 매번 타인의 이름을 새롭게 부르면서 낯선 단어를 말하는 연습을 하는 것일 테지만, 언어장애를 가진 이들의 자기 고유의 세계, 이름, 정체성을 잃어버린 현실을 드러낸다.
엄마, 엄마의 남자친구 등 갈등을 치솟고 가정의 폭력은 결국 한 아이에게도 미친다. 폭력성은 남녀간의 사랑을 뭉개뜨리지만, 동시에 한 아이의 자기표현, 전달사항, 감정 등 미래를 망가뜨린다. 무너진 가족관계로 언어장애가 유발된 것은 아닐까. 그리고 사라진 원가족은 센터의 수강생들과 새로운 가족이 될 기회가 된다. 유사가족이 되어 한 아이의 든든한 편이 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처럼 기존 가족에게 버림받은 이들이 함께 모여 가난 공동체를 이뤘던 것처럼, <내가 말하고 있잖아>도 질병 공동체를 만나 서로의 경계가 되어준다. 가족이 붕괴된 아이들에게 어떤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까. 그것이 어른들의 몫일 테다. 물론 그 어른은 훌륭하고 뛰어난 사람들이 아니라, 취약하고 자신을 타인에게 맡기는 이들이다.
그들의 이름은 계속 바뀐다. 어느 누구도 어떤 사물도 될 수 있다. 자신의 이름을 잃어버린 자들이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찾는 자들’이다. 서로의 길을 응원하며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이들. 내가 말하고 있잖아. 탈락한 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자는 작가의 제안에 마음이 뭉클해진다.
나누고 싶은 질문
1.
복수하고 싶으면서 용서하고 싶은 마음을 가진적이 있는지? 어떤 선택이 더 나은 선택일지?
1-1. 동시에 그러한 생각이 드는 사건/인물이 있나요?
1-2. 복수와 용서를 그린 다른 소설, 영화 중에 생각나는 게 있나요?
2.
평소에 대화가 잘 안되는 특정인이 있는가? 만약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 왜 대화가 잘 안되는지 스스로 분석하고 생각한 결과를 이야기해보자.
2-1. 대화가 막혔던 경험, 소통이 되지 않았던 경험이 있나요?
2-2. 나 스스로 말하고 싶은 말들을 꾹꾹 삼켰던 적이 있나요?
3.
잘 방어했던 적이 있는가? 또는 오히려 공격하는 것이 나았던 적이 있는가? 현재 내 상황 중에 위 문장을 적용할 수 있는 문제가 있을까?
3-1. 상대가 나를 침입하지 않도록 바운더리를 지키는 자기만의 방법이 있나요?
"잘 방어하는 것, 공격하지 않더라도 일단 부드럽게 넘기는 것, 그게 중요한 거야. 계속 잘 방어하는 건 공격보다 훨씬 강한 공격이거든." (80쪽)
4.
여러분들이 힘들때 '힘 내'란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 책의 주인공과 같이 느껴졌다면 어떤 다른말이나 행동으로 위로할 수 있을지 나눠봤으면 합니다.
4-1. 상대를 위로하고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방법이 있나요?
4-2. 힘이 나지 않을 때 나는 어떻게 하는 편인가요? 타인이 나를 어떻게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나요? 관계의 친밀함에 따라 차이가 있나요?
"사람들은 이상하다. 말을 못 하는 사람은 할 말도 없는 줄 안다. 표현을 안 하거나 어리숙하게 느껴지는 사람은 생각도 아이큐도 낮다." p71
5.
오해나 잘못된 판단을 했던 경험과 경험을 통해 느꼈던 감정을 이야기 해봅시다.
5-1. 소설은 그러한 충분히 표현되지 않는 것들을 끄집어내 이야기로, 감정/내면 상태를 충분히 묘사한다. 내가 소설가라면, 끄집어내고 싶은 대상이 있는가?
6.
모든 사람은 자기 만의 아킬레스건이 있고 그 아킬레스건이 건드려질 때 마음의 힘듦을 경험한다. 또 정리도 못 할 정도의 생각과 이미지들, 내가 제어할 수 없는 과거의 기억들이 올라올 때 마음의 힘듦을 경험하기도 한다. 자신만의 마음돌봄, 마음 챙기는 방법이 있다면 나누어 봤으면 합니다.
6-1. 나중에 주인공은 선행상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해야 할까요? 자신으로 인해서 선행상에 상처를 받았다는 것을.
"밉다. 싫다. 그건 사람이면 그냥 다 하는 말 아닙니까? 우리가 하루에도 수십번, 수백번 넘게 생각하고 중얼거리는 말이잖아요. 마음에 있으면 괜찮고 마음에 있는 걸 쓰면 나쁜 겁니까?"
7.
불편한 감정과 생각을 글로 털어냈을 때, 그 이후 어떤 느낌이 드나요? 자신에게 쓴다는 것을 무엇을 뜻하나요?
7-1. 자신은 불편한 감정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나요? 대화를 하는 편이가요? 글을 써보는 편인가요? 무엇이 자신에게 편한 상태인가요?
7-2. 최근 자신의 마음에 있는 부정적인 단어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그것은 어떤 이미지인가요? 그 생김새를 묘사해봅시다.
인상 깊은 문장
얼음의 나라처럼 지금 이 말을 그대로 얼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필요할 때마다 더듬지 않은 말을 따뜻한 말에 녹여 사람들에게 들려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118p
경험상 누군가의 이야기를 오래 들어 주면 좋지 않다. 누구든 어떤 이야기든 오래 들으면 결국 다 힘들고 어려운 사정을 듣게 된다. 알게 되면 아는 만큼 마음이 생기고 그 마음 만큼 괴로워진다. 그 사람을 걱정하게 되고 그 사람을 생각하게 되고 경우에 따라선 사랑하게 되고 반대로 미워하게 된다. 126p
문장을 바꾸면 사실이 달라진다. 표현을 수정하면 감정이 나아진다. 문단을 옮기면 과거와 현재가 바뀐다. 다음을 쓰면 미래는 생겨난다. 162p
언어를 통해 소통하는 일의 지난함에 대해 언어 장애를 불러일으키게 된 정서적 방임 혹은 정신적 신체적 폭력에 대해. 어리고 유약한 존재들에게 가해지는 부모를 비롯한 어른들의 부주의함에 대해서도 새삼 숙고하게 해주는 이 소설은 가까이에서 혹은 멀리에서 소년과 같은 힘겨움을 안고 매일매일 아프고도 충만한 기록을 이어 나가고 있을 어떤 고독하고도 단단한 마음들을 떠올려 보게 한다(이제니-추천의 말). 166-16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