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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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름 : 마을 만들기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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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기노시타 히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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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 더가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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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 류 :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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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연도 : 2022-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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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 수 : 200쪽
리뷰
2022년 마을 사업을 진행했던 적이 있다. 원주시의 마을 현황을 살펴보고 마을 활동가들을 만났다. 마을활동가들을 만나며, 역동적인 마을의 모습을 조금은 상상할 수 있었다. 마을축제를 진행한 이장님, 할머니의 이야기로 전시를 진행한 할매발전소, 역동적인 주민자치위원회를 기대하셨던 위원장님 등 자기 자리에서 더 나은 마을을 위해 무언가 하고 있었다.
원주시의 상황을 설명하자면, 강원도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는 매년 마을활동가 양성교육을 통해 각 마을 활동을 지원하며, 원주시는 지자체 차원에서 마을공동체 사업을 통해 마을공동체가 공통의 의제가 무엇인지 발굴하고 지원한다. 또한 국가(국토부) 단위의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낙후된 원도심을 되살리는 시도도 존재한다. 개발이 밀집된 도심과 다르게 원도심과 마을(면, 리)은 물적자원 및 인적자원이 소외되기 때문에 행정적 지원을 통해 도심에 쏠렸던 자원이 다시 고루 분배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와 판이하다. 연령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으며, 청년인구는 급속도로 빠져 나간다. 평균연령의 증가로 인해 50대가 가장 젊은 축에 속하는 마을도 있다. 낙후된 원도심의 인구도 개발된 도심으로 향한다. 더해 정권의 변화로 도시재생 사업은 기존에 했던 방식에서 뒤바뀌었으며, 마을을 지원하는 조직이 행정적 예산을 받지 못해 문을 닫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로컬 전성시대’는 지나간 것만 같다. “왜 50년 이상 걸쳐 쇠퇴한 지역을 1, 2년만에 대형사업으로 부활시키려고 할까.”(17p) 우리는 왜 한 번에, 한 정권에서 변화가 이뤄날 것으로 생각했던 것일까. 긴 호흡으로 지역을 바라보고 변화를 만들어내는 씨앗은 없을까?
“지역을 바꾸는 것은 우선 자신의 사고방식과 일상생활을 바꾸는 것에서 시작한다.”(18p) 강렬한 제목과 같이 우리들은 마을 만들기에 환상을 가진 듯하다. 예산이 투여되면 사람이 모여 마을이 금세 변화될 것 같지만, 저자는 “중장기에 결쳐 지역자본을 축적”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외부인, 전문가가 아닌 마을 구성원, 지자체 공무원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하는 일이다. “안이한 외자유치와 기업유치에 몰두하다가 대기업이 '이곳은 끝이다'라고 포기해버렸을 때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것처럼 급격히 전락해버리고 말 것이다.”(25p) “이렇게 본사가 이전하지 않는다면 법인 등기상 소재지는 도쿄이기 때문에 법인세는 그대로 도쿄에 내게 된다.”(23p) 원주시 호저면에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려는 원주시는 기업유치를 지역 살리기의 만능키로 생각하는 데에서 전환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야 한다. “‘무엇을 할까’보다 ‘누구와 할까’, ‘누구에게 맡길까’가 압도적으로 중요하다.”(55p) 마을을 되바꿀 그 한 사람이라는 가능성에 투자해야 한다. “지역에서 도망치는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소위 잘난 사람들로부터 태도와 사상을 바꿔야 한다.”(70p) 경청의 자세로 지역주민들에게 다가가야 할 것이다. 마을 만들기는 행정가, 마을활동가, 주민의 몫으로 자기 자리의 실천이 필요하며, 이는 일상에서 내면적, 태도적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그곳에서 실마리가 나올 것이다.
구체적으로 직무의 역량과 수행하는 것을 표기할 것(74p), 10명 중 2=3명이 찬성하면 바로 실행할 것(116p), 자본 유출을 신경 쓸 것(128p), 지나치게 외부로 외주를 주지 말 것(138p), 행정 리포트는 내부 직원에게 쓰게 할 것(141p) 등 저자의 제안에 귀 기울 필요가 있다. 지자체의 관행과 안일한 인식들이 차근차근 변화했으면 좋겠다. 더 나은 원주를 상상한다.
인상 깊은 문장
이렇게 본사가 이전하지 않는다면 법인 등기상 소재지는 도쿄이기 때문에 법인세는 그대로 도쿄에 내게 된다. 23p.
산업단지 도시는 핵심기업에 의존하는 도시경영 형태이다. 기업이 사업을 축소하거나 지역에서 철수하면 달리 방법이 없다. 도요타자동차의 도시인 도요타시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때에 도요타자동차의 법인세 등이 대폭 감소하여 지자체 예산편성까지 영향받았다. …… 지역산업에서 중요한 것은 일부 힘 있는 기업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중장기에 걸쳐 지역자본을 축적하는 것이다. 안이한 외자유치와 기업유치에만 몰두하다가는 대기업이 ‘이곳은 끝이다’라고 포기해버렸을 때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것처럼 급격히 전락해버리고 말 것이다. 24-25p
지역에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 새로이 생기지 않았고, 일시적으로 3년 정도 이주·정주 보조금 등 한시적 수입을 받고 지역부흥협력대로 지역에 간 인구가 수 명·수십 명 증가한들 구조적으로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38-39p.
지역 마을은 도시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에 의한 소비와 마을에 의한 생산으로 상호 연결되는 관계가 될 수 있다. …… 즉, 도시를 자극해 인구를 지역으로 이동시킨다는 대립적 사고방식은 '환상'이다. 도시와 지역 마을은 서로 적절한 역할을 갖고 적절한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41p.
‘무엇을 할까’보다 ‘누구와 할까’, ‘누구에게 맡길까’가 압도적으로 중요하다. 그런데도 쇠퇴 지역의 많은 리더들은 “우리 지역에서 뭘 하면 되나요?”, “예산이 얼마나 필요한가요?” 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즉 ‘괜찮은 사업에 적절한 예산만 확보하면 성공한다’는 환상에 얽매여 있다. 55p
외부에서 이주자를 부르기 전에 해결해야 할 것은 지역에서 도망치는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소위 잘난 사람들로부터 태도와 사상을 바꿔야 한다. 자신들이 변해야 한다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70p
이런 회사에서 새로운 누룩을 사용한 식품 소매사업 확충을 위해 브랜드 매니지먼트 서포트직을 모집한 것인데 원래 직무명만 표기했던 것을 바꿔서 상세하게 업무 내용까지 표기했더니 응모자가 늘었고, 그중에는 대도시에서 응모한 사람도 있었다. …… 이처럼 응모자들은 경영자가 채용 시 직무와 업무 내용을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이다. 74p
오키나와정 사례를 보아도 위기를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지역 의사결정권자가 20년, 30년 뒤에 살아 있지 않을 우리가 의사결정을 하면 안 된다며 다음 세대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그들을 지원하는 태도로 돌아서는 것은 마을 만들기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84-85p
내용보다 누구에게 어떻게 이야기할까가 중요하며, 마을 내부보다 외부 평가를 받는다. 111p
일을 시작할 때 10명 중에 두세 명이 찬성하면 바로 시작해야 한다. 한 명도 찬성하지 않는다면 너무 빠른 것이고 10명 중에 다섯 명이 찬성할 때는 너무 늦은 것이다. 7-8명이 찬성할 때는 그만두는 편이 낫다. 116p.
조사 결과, 1,342개 지자체 중 80%가 통합전략수립을 위해 컨설팅 업체에 외주를 주었다. 수주액과 건수를 보면 도쿄도에 본사를 둔 조직이 전체 외주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처럼 지역에 가야 할 돈의 40% 이상이 도쿄로 흘러 들어간 것이다. 애초에 '각 지역이 독자성을 발휘하여 예산을 활용하도록' 국가가 국고에서 돈을 내어 주었는데 말이다. 121p.
어떤 생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상품과 서비스가 판매되어 부가 분배되는 구조에서 지역 진흥의 기본은 결국 평균소득 증가라고 할 수 있다. 지역에 필요한 것을 역외에서 구매하는 것도 곤란한 일인 것이다. …… 지역 개발은 지역 밖 자본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최종적으로는 지역자본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124-126p
지역은 스스로 사업을 통해 버는 것보다 제도에 의한 분배산업 규모가 더 크다. 그래서 행정기관이 지역 최대 기업이 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연금과 교부금, 보조금으로 유지되는 지역경제를 활용하여 어떻게 지역에서 산업을 키우고 민간경제를 통해 외자 획득을 도모할 수 있을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지역에서 고령자가 사라지는 자연감소가 이어지는 한 내수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127-128p.
연간 사망 수는 현재 138만 명에서 2030년 전후에는 160만 명 정도로 늘어날 것이고, 미쓰이스미토모위탁은행 <조사 월보> 2014년 9월호 예측에 따르면 앞으로 20년간 상속되는 자산총액은 650조 엔을 넘는다고 한다. 즉, 지역에서 도쿄로 자금 유입이 많고 유출과 공제를 하더라도 30조 엔 정도 초과 유입될 것이라고 한다. 인구집중이 문제가 아니라 지금의 수도권 자금 집중이 더 큰 문제이다. …… 지역의 환상에 사로잡혀 인구론에만 집착하고 있으면 눈에 보이지 않는 지역 경제구조, 자본유출로 인한 시한 문제를 방치하는 것과 같다. 128p.
지역의 여러 업무의 문제점은 계획도 외주, 개발도 외주, 운영도 외주라는 외주 제일주의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지역재생정책을 시작했을 때 사실상 전략의 대부분이 외주로 진행되었다. 계획뿐만 아니라 개별 사업도 컨설팅 업체에 맡겨졌다. 사람에게 맡기는 계획과 사업을 아무리 PDCA 사이클로 관리해봐야 헛수고인 상태이다. 138p
리포트 작성에 거액의 예산을 들일 예정이라면 (외부에 맡길 것이 아니라) 행정에서는 내부 직원에게, 기업은 사내 직원에게 조사하게 하여 스스로 고민하는 과정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낫다. 즉 연수 예산을 통해 인재에게 투자하여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몸에 배게끔 해야 한다. 141p
우선 아침에 일어나 집을 나가는 시간을 바꾼다. 동시에 사무실까지 가는 경로도 바꾼다. 돌아올 때 어딘가 한 곳이라도 좋으니 들러서 온다. 모르는 거리에서 낯선 사람에게 아무 목적 없이 그저 인사해본다. 이런 생활을 1년 해보면 하지 않는 사람과 큰 차이가 나타난다. 171p
매년 인생에서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일에 세 가지 이상 도전해보며, 항상 자기의 인식 범위를 확장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모든 사람의 인식 범위는 세계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 미야자키 하요오는 “중요한 것은 대체로 귀찮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18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