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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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름 : 마이너리티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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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사와다 도모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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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 다다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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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연도 : 2022-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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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 304쪽
리뷰
<마이너리티 디자인>은 2023년, 내게 가장 큰 영감을 준 책이다. ‘약점이 곧 강점이다’라는 명제를 당연하게 여겼던 탓일까. 이 책을 읽고 난 뒤 저는 그 명제를 깊이있게 해석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약점을 가진 자들은 세상과 전혀 다른 시선을 갖고 있다. 변두리에 있는 자들은 새로운 일을 찾고, 방법을 개발하고, 과정을 설계한다. “소수자란 ‘아직 사회의 주류에 올라타지 않은, 이어질 미래의 주역’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 다시 말해 소수자란 ‘사회적 약자’라는 좁은 해석에 갇히지 않는 ‘이 사회의 가능성’인 것입니다.”(35-36p) 이런 뻔한 말들이 묘하게 납득됐다.
사와다 도모히로 작가는 원래 홍보를 전문으로 하는 마케터였다. 마케터는 주어진 상품을 특정한 고객군에게 판매한다. 기업과 고객군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대안을 내놓는다. 정확히 말하면, 대안인 것처럼 여기게끔 만든다. 그러나 아들의 시각장애가 그를 전혀 다른 길로 인도한다. 시각장애와 광고가 시각성이라는 기준으로 반대 방향에 놓여 있음을 알게 되고, 결국 광고계를 물러나 약자, 취약성을 기반으로 한 광고/홍보 사업에 뛰어든다. 사랑의 한 존재가 한 사람의 미래를 뒤흔들었다.
그는 세계유루스포츠협회를 창립하여 스포츠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 장애와 비장애가 함께 하는 운동처럼 느껴지지만, 그가 만든 스포츠의 규칙은 비장애를 대상으로 운동하는 것과 전혀 다르다. 기존 규칙에서 비장애인들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고, 규칙 자체를 바꾼다. 즉, 재료만 같을 뿐, 같은 스포츠가 아니다. 모두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스포츠를 만들어 이를 시장에 내놓은 셈이다. 관객들은 열광하고, 참여자들은 새로운 경험을 얻는다. 스포츠가 문화라고 불리는 이유가 아니겠는가. 모두가 다른 시각과 배경에서 한 데 모여 같은 경험을 쌓는다는 것. 그것이 문화가 가진 힘일 테다. “못하는 일이 있는 건 당사자 잘못이 아니야. 사회를 바꾸면 되는 거야.”(29p) 그는 스포츠로 사회를 바꿨다.
그는 절단 비너스 쇼, 지팝, NIN NIN, 041 FASHION 등 약자의 세계로 사회를 재구성한 행사와 프로젝트를 기획하며 다양한 영역에서 시도를 이어나간다. 장애, 노화 등 취약성을 극복하지 않고, 오히려 거기서 아이디어를 착안한다. “무리해서 약점을 극복하지 않아도 됩니다. 당신의 약점에는 누군가의 강점을 이끌어내는 힘이 있으니까.”(44p) 우리의 약점은 다른 면에서 바라보면 강점과도 같다. 취약의 시선이 바로 ‘마이너리티 디자인’이지 않겠는가.
책 후반에는 그의 기획하는 방식, 방법론을 소개한다. 자신의 마이너리티성은 어떻게 정리될 수 있으며, 그 속에서 무엇을 도출해내야 하는지 단계별로 드러낸다. 자신의 연약함을 세상에 드러낼 때 취약한 자들은 한 데 모일 수 있을까. 꽁꽁 숨어서 자신을 자책하고 변하지 않는 현실에 절망한 자들이 집 밖으로 나올 수 있는가. 마이너리티 디자인은 그 단초를 제공한다. “사와다 도모히로는 이 사회에 존재하는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는 능력을 '사회적 시력'이라고 부른다. 그에 따르면 '사회적 시력'은 이른바 약점을 지닌 소수자가 압도적으로 뛰어나다.”(300p) 사회적 시력을 함께 길러내는 사회, 약점을 지닌 소수자가 자기 목소리를 되찾는 사회. 그것이 <마이너리티 디자인>이 지닌 철학이자 방법론이다.
인상 깊은 구절 TOP6
가령 어느 영화감독에게 "행복한 가족을 찍어주세요."라고 요청하면 웬만큼 비슷한 그림이 나올 것입니다. 식탁을 둘러싸고 앉아 있는 가족, 그 곁에 있는 큰 개, 실내를 따뜻하게 데워주는 난로 등. 그에 비해 "불행한 가족을 찍어주세요."라는 요청의 결과물은 천차만별이겠죠. 표현할 방법이 무수히 있을 것입니다. 즉, '약함'에야말로 다양성이 있는 것입니다. 43p
오래 살아남는 아이디어일수록 세계에 커다란 영향을 남길 수 있습니다. 139p
사실 '스포츠'의 어원에는 라틴어 '데포르타레'가 있습니다. 직역하면 '항구를 떠나다' 또는 '슬픔을 가져가다', 즉, 기분 전환과 휴식을 뜻하는 말이죠. 본래 스포츠에는 쓸모 있고 생산적인 것에 지친 인간에게 '기분 전환'을 제공하는 의미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유루스포츠는 스포츠를 본래 모습대로 되돌렸을 뿐입니다. 176p
세계는 한 번에 바뀌지 않아. 그러니 한 번씩 바꾸면 돼. 202p
이제 ‘Slow’, ‘Small’, ‘Sustainable’ 아이디어를 추구합니다. 204p
폐를 끼쳐주어서 고마워. 민폐는, 혹은 약점은 주위 사람들의 진심과 강점을 이끌어내는 소중한 것입니다. 296p
인상 깊은 구절 (전체)
라이터는 '성냥으로 불을 붙이려면 두 손이 필요하니까 한 손만 있는 사람도 쓸 수 있게 하자'는 아이디어로부터 지금과 같은 형태가 되었다고 합니다. 구부러지는 빨대는 '누워서 생활하는 사람이 손을 쓰지 않아도 스스로 음료를 마실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고 하고요. 그렇게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장애인이든 아니든 모두 사용하는 것입니다. 즉, 이른바 '사회적 약자'는 '발명의 어머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29p
그렇게 소수자가 구멍을 메우면 세계는 다수자들에게도 더욱 살기 좋게 바뀔지 모릅니다. …… 소수자란 ‘아직 사회의 주류에 올라타지 않은, 이어질 미래의 주역’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 다시 말해 소수자란 ‘사회적 약자’라는 좁은 해석에 갇히지 않는 ‘이 사회의 가능성’인 것입니다. 34-36p
가령 어느 영화감독에게 "행복한 가족을 찍어주세요."라고 요청하면 웬만큼 비슷한 그림이 나올 것입니다. 식탁을 둘러싸고 앉아 있는 가족, 그 곁에 있는 큰 개, 실내를 따뜻하게 데워주는 난로 등. 그에 비해 "불행한 가족을 찍어주세요."라는 요청의 결과물은 천차만별이겠죠. 표현할 방법이 무수히 있을 것입니다. 즉, '약함'에야말로 다양성이 있는 것입니다. 43p
어느 날, 한밤중에 자료를 뒤지다 마침내 일하는 데 있어 ‘금단의 질문’을 머릿속에 떠올렸습니다. ‘이 일은 누굴 위해서 하는 거더라?’ 나는 정말로 회사와 사회에 보탬이 되고 있을까? 차례차례 샘솟았습니다. …… 다수파라고 여겨지는 타깃을 ‘상정’하여 ‘그들’의 마음을 찌를 ‘듯한’ 광고를 만들었습니다. 물론 고객 설정이 유효한 때도 있었죠. 그렇지만 그건 ‘누구’일까요…. 정말 그런 사람이 있을까요? 68p
광고주에게 광고를 제안할 때는 항상 ‘콘셉트’를 내밉니다. 앞으로 기획이 길을 잃지 않게끔 높은 곳에서 조망하며 전체를 꿰뚫는 한 가지 개념을 언어화합니다. 93p
제약을 족쇄가 아니라 날개로 바꾸는 것이 광고 창작자의 일입니다. 103p
음성 안내가 설치된 신호등도 있지만, 그 수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밤에는 '인근 주민을 배려'하여 음성 안내를 멈추고요. 비가 내리면 빗소리 때문에 자동차가 달리는 소리를 듣기 어렵습니다. 눈이 내리는 날은 모든 소리를 눈이 흡수해버려서 손쓸 수가 없습니다. 114p
영화로 '작다'를 뜻하는 'small' 속에는 '모두'를 뜻하는 'all'이 있습니다. 친구를 위해, '한 사람'을 위해 시작한 작은 일에는 모두를 위한 것이 될 커다란 가능성이 숨어 있습니다. 118p
장애와 변 떄문에 누운 채로 생활하지만 눈이 보이고 말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습니다. 그ᅟᅥᆫ 사람들이 집이나 병실에서 모니터 너머에 있는 ‘닌닌’에 빙의해 시각장애인에게 자신의 눈을 공유해주는 구조를 고안했습니다. 반대로 시각장애인은 누워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다리를 공유해줄 수 있습니다. 집에 누워 있는 사람들은 모니터를 보며 시각장애인과 함께 외출한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이죠. 한쪽이 다른 쪽을 도와주는 상하관계가 아니라 서로 신체기능을 공유하는 것. 이것에 ‘보디 셰어링 시스템’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115-116p
"안경이 개발될 때까지 눈이 나쁜 사람은 장애인이었습니다. 오늘날 안경은 개성이지요. 단 한 사람의 필요가 새로운 디자인과 '미'를 낳았습니다. 이것은 이른바 사회 공헌이 아니라 새로운 사업을 향한 첫발입니다. 124p
오래 살아남는 아이디어일수록 세계에 커다란 영향을 남길 수 있습니다. 139p
광고업계에서 기른 창조성을 사회복지라는 소수자의 세계로 가져와서 소중한 사람의 '약점'을 출발점 삼아 오랫동안 이어질 '구조'가 될 아이디어를 제안하자. 139p
가령 뇌성마비로 휠체어 생활을 하는 사람에게 "일상생활이 곤란한 원인은 당신에게 있습니다. 그러니 재활을 해서 당신을 '건강 상태'로 만듭시다." 하는 것이 의료적 모델입니다. 반면 "일상생활이 곤란한 원인은 사회에 있습니다. 그러니 길의 높낮이차를 없애거나 엘리베이터를 설치합니다." 하는 것은 사회적 모델이죠. 148p
사실 '스포츠'의 어원에는 라틴어 '데포르타레'가 있습니다. 직역하면 '항구를 떠나다' 또는 '슬픔을 가져가다', 즉, 기분 전환과 휴식을 뜻하는 말이죠. 본래 스포츠에는 쓸모 있고 생산적인 것에 지친 인간에게 '기분 전환'을 제공하는 의미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유루스포츠는 스포츠를 본래 모습대로 되돌렸을 뿐입니다. 176p
사람은 어른이 될수록 상식을 알고, 규범을 배우고, 사회를 겪으면서 창조성을 잃어버립니다. 192p
"가끔 '고객을 포위한다'라든지 '시장을 점령한다.' 같은 말을 하는 사람이 있죠. 저는 그런 말투가 싫어요. 절대로 써서는 안 되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흔히 쓰는 '타깃'이라는 말도 본래 궁술이나 사격의 과녁을 뜻하죠. 어떤 사람은 수수하게 전화를 걸거나 길에서 전단지를 뿌리는 방식을 '지상전', 텔레비전이나 신문 등 대중매체를 사용하는 방식을 '궁중전'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저 역시 무례한 말투라고 생각합니다. 감정을 지니고 살아가는 인간을 상대하는데 말이죠. 195p
세계는 한 번에 바뀌지 않아. 그러니 한 번씩 바꾸면 돼. 202p
이제 ‘Slow’, ‘Small’, ‘Sustainable’ 아이디어를 추구합니다. 204p
일단 루틴이 만든 세계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혹은 자신과 하는 대화 시간을 늘려야 합니다. 강제적으로, 인공적으로 말이죠.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사람은 누구나 회유어처럼 정해진 경로를 끝없이 헤엄치게 됩니다. 210p
"이 세상에 사건, 사물, 사상 등으로 항상 존재하고 있지만, 누구도 언어화하지 않은 것. 그것을 잊기 어려운 말로 표현한 것이 개념입니다." (264p)
그 법칙이란 '누구나 아는 두 가지 단어를 누구도 몰랐던 조합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고치'와 '가', 각각의 단어는 누구나 알지만 '고치가'라는 단어는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유루'와 '스포츠'도 마찬가지였고요. 이 법칙대로 생각해낸 말에는 신선함과 공감이 동시에 있습니다. 즉, '새로운데 왠지 반가운 말'입니다. 사람들은 그런 말에 매력을 느낍니다. 265p
나는 의미 없이 회전문에서 빙글빙글 돌았던 게 아니야. 반복학습 같던 일은 사실 소중한 것이었어. 선배들이 쌓아올린 창조의 문화를 흉내 내어 어떻게든 내 것으로 만들겨고 발버둥 치던 날들은 쓸모없기는커녕 값진 시간이었어. …… 일을 하는 모든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수'의 단계, 즉, 흉내내는 단계에는 들어섭니다. 그다음 흉내 내던 것을 어떻게 자기 나름대로 바꾸고, 나아가 자기만의 일하는 방식을 만들어내느냐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84p
폐를 끼쳐주어서 고마워. 민폐는, 혹은 약점은 주위 사람들의 진심과 강점을 이끌어내는 소중한 것입니다. 296p
사와다 도모히로는 이 사회에 존재하는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는 능력을 '사회적 시력'이라고 부른다. 그에 따르면 '사회적 시력'은 이른바 약점을 지닌 소수자가 압도적으로 뛰어나다. 30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