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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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름 :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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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김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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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 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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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 : 한국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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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연도 : 2021-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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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 216쪽
리뷰
2023년을 정리하면서, 스스로 어떤 삶을 살았는지 돌아보기 위해 지난 기록들을 살펴봤어요. 저는 보통 개인용과 업무용 모두 구글 캘린더를 사용하는데, 몇 일, 몇 시간, 누구와 어디서 등 자세히 기록하는 편이죠. 일정이 마무리되면, 자기 전이나 다음 날 진행되었던 일정과 내용 그리고 인원 등을 나름 세세하게 기록해둡니다. 사람, 공간, 콘텐츠 등 나름 저만의 기록법입니다. 또한 네이버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 SNS 공간은 저마다의 목적으로 쓰이고 있습니다만, 뜨문뜨문 이어집니다. 타인의 계정을 살펴보는 편이지 내 일상을 수집해서 공유하는 편은 아니었죠.
그렇기에 김신지 작가의 <기록하기로 했습니다.>는 저에게 자극이 되었습니다. (1)일기 쓰기, (2)순간 수집, (3)영감 저장, (4)사랑 기록 등 굵직한 네 챕터를 보면서 저는 그의 삶과 행동패턴에 매력을 느꼈죠. 저자는 챕터마다 독자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살면서 두 번 반복되지 않을 오늘을 몇 줄의 기록으로 남겨보세요. 나는 오늘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요?” 등 질문을 던지고, 기록연습을 위한 페이지로 안내합니다. 동시에 ‘예를들면’ 부분으로 친절하게 제안합니다. 누구든 책의 제안을 따라갈 수 있고, 자기만에 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작가는 사진첩에 들어가 작년에 있었던 일을 살펴보라는 제안을 하더군요. 얼른 사진첩에 들어갔는데 2022년 12월 12일에 찍었던 사진을 살펴보니, 어머나! 최근에 새롭게 만난 분(도시와 장애, 상상모임)이 사실 작년에 만났던 적이 있던 겁니다. 마스크를 써서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던 거죠. 처음 봤을 때 ‘어디서 만났던 것 같은데’라는 인상이 있었는데, 참 신기하더군요. 기억은 온전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기록적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으로 이어지기도 하고요.
“기록의 시작은 ‘적을 것’과 ‘적을 곳’을 분명히 하는 데 있습니다,”(83p) 나에게 ‘적을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게 되더군요. 사업적 결과물, 사유의 단상, 고민의 흐름 등을 끄적여보고 싶고, 나중에 책을 쓰기 위한 문장도 수집해보고 싶더라고요. 2024년은 하나하나씩 해봐야겠어요. 물론 책 읽고 좋았던 문장은 계속 수집할 예정이고요. 이를 재분류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습니다. 더해서 2024년은 개인 인스타그램에 책 이야기를 써볼까 해요. 자꾸 잘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머뭇거렸는데, 좋았던 문장 세 개 정도만도 괜찮으니 차근차근하게 가보려고요. 못 해도 괜찮다는 용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가족의 삶을 인터뷰’하는 내용도 좋은 인사이트였어요. 우리는 얼마나 소중한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까. 내가 보고 경험했던 것을 넘어 그의 삶을 온전하게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그래, 한 번 가족을 인터뷰해보고 낯설게 바라보는 과정이 가져보자,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서 시도해야겠다, 라는 생각을 가집니다. 당장은 어려워도 꼭 해볼 것입니다.
계속 기록해야겠죠. 이야기를 수집하고, 새롭게 이야기를 창조하고, 창조된 이야기를 엮으면서 기록을 이어나가려고 합니다. 2024년 나만의 기록이 끊이지 않기를, 그 기록이 하나로 연결되어 2025년의 더 나은 나로 형성되기를 스스로 응원해봅니다.
책을 읽고 떠올린 To-do 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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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일기장 작성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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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 전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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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정산 노트 제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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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으로 월기 모임하기
(여행지, 소비, 음악, 공연/전시, 영화, 책, 문장, 인물, 새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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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표현 워크숍 기획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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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글 100일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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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서랍 만들기(주제 고민하기)
인상 깊은 문장
현재에 서서 ‘후일’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지금 이 순간을 미래로 부치고 싶어하는 사람일 겁니다. 그는 아는 거예요. 지금이 단 한 번뿐이라는 걸. 같은 순간은 절대 다시 오지 않는다는 걸. 그러니 기억하고 싶다면, 이 순간을 적어서 미래로 부쳐두어야 한다는 걸. 9p
기록한다는 것은 무엇을 기억할지 정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살면서 마주치는 모든 것을 기록할 순 없으니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더 중요해지고, 덜 중요한 것은 덜 중요해지겠죠. 10p
‘일희’를 챙기는 만큼 내가 느끼는 ‘일비’의 순간, 그 마음 또한 알아채야 나라는 사람을 데리고 잘 살 수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41-42p
나라는 사람을 곰곰이 관찰해보니 혼자 있는 시간이 충분치 않을 때, 내리막길을 구르는 돌처럼 바삐 살 때, 가만히 앉아 내 마음에 어떤 것들이 고여 있는지 들여다보지 못할 때 어김없이 우울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거든요. 그렇다면 저에게 있어 마음을 돌본다는 건 대단한 게 아니라 가끔 충분히 혼자인 시간을 보내는 것, 흙탕물이 가라앉듯 하루의 번잡함이 사라지고 난 뒤 마음에 남아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들여다보는 일이었어요. 43p
어떤 상황에서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 짧게 메모해두지 않았다면, 후에 그 가정을 다시 들여다보지 않았다면 그저 ‘알 수 없는’ 불쾌함만이 남아 있었을 거예요. 45p
그 친구는 조금 길다 싶은 여행을 떠날 때마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새 노트를 챙기곤 해요. 표지에 여행의 목적지인 도시명을 적고, 여행지에 머무는 동안 그 노트 한 권을 채우는 거지요. 50p
최근에 찍은 사진 중 ‘행복의 ㅎ’이라 부를 만한 순간을 골라 올리면 준비 끝. 인스타그램에 매일 기록하기가 어렵다면 주말마다 휴대폰에 담긴 일주일치 사진을 훑어보며 블로그에 ‘이주의’ ㅎ 일기를 써도 되고요. 어떤 방식이든 좋으니, 내일부터는 “하루에 한 순간만 줍는다!” 생각하고 집밖으로 나서보세요. 69p
우리는 항상 무얼 시작하기 전, 허튼 데 낭비할 시간 같은 건 없다는 듯 이유와 쓸모를 찾지만, 사실 기록의 쓸모란 기록 그 자체에 있는 걸요. 그러니 시작 전엔 알 수 없습니다. 오로지 기록을 시작한 사람만이, 그리하여 눈앞에 자신만의 기록을 쌓아가는 사람만이 기록의 쓸모는, 또 아름다움은 기록 자체에 있다고 말할 수 있으니까요. 82p
저만 해도 표현하는 데 서툰 편이어서, 마음속에 돋아난 말을 그냥 마음에만 두는 걸로 그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일부러 더 바깥으로 꺼내려고 해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요. 새로 자른 머리가 잘 어울리는 동료에게 “머리 잘 어울려요” 말하거나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난 뒤엔 카페 문을 나서기 전 용기를 내어 “커피가 정말 맛있었어요” 말하기도 합니다. 좋았던 글이나 그림이 있으면 작가의 SNS 계정을 찾아가 잘 보았다고 메시지를 남기기도 하고요. 좋은 줄을 모르고 이 세상에 자신이 만들어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모르고 혼자서 지쳐버리지 않기를 바라면서요. 108-109p
‘일으켜준 말들’에는 제가 살아내고 싶은 문장들을 모읍니다. 읽고 지나가버리는 문장이 아니라 꼭꼭 씹어 내 것으로 소화하고 싶은 문장들. 침대 맡의 전등처럼, 창가의 화분처럼, 가까운 자리에 두고 함께 살고 싶은 문장들을요. 실제로 그 문장들은 저를 몇 번이고 일으켜주었습니다. 124p
마음의 수면에 어떤 파동이 이는 순간을 캐치하고, 되도록 솔직하게 기록으로 남겨보세요. 나만의 ‘느낌 창고’ 같은 게 되겠죠. 131p
출근길에 인스타그램 돋보기 탭을 눌러 보다가, 유튜브 알고리즘에 끌려다니다가, 회사 점심시간에 식당에 들어갔다가, 카페에서 잡지를 들춰보다가 어라? 하는 순간을 만난 경험, 누구나 있지 않나요? 무엇을 보고 좋다, 이런 아이디어 재밌다 느낀 순간은 기록해두지 않으면 금세 잊게 되니까 그 자리에서 사진을 찍거나 메모해두면 좋습니다. 154p
정확히 이 포인트에서 좋았다, 다음에 이런 방식으로 응용해볼 수 있겠다, 하는 의견을 덧붙여두지 않으면 나중에 보았을 때 왜 저장해둔 것인지 잘 생각나지 않기도 하거든요. …… 중요한 것은 같은 종류의 기록을 ‘한군데’ 모아두는 것입니다. 156p
다 자란 우리가 혼자 있는 시간의 고독을 잘 견디는 사람이 되었다면, 그건 언젠가 내가 나여도 충분하며, 노력하거나 변하지 않아도 사랑받을 만한 존재라는 걸 가르쳐준 친구나 연인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준 마음은 그렇게 힘이 강합니다. 시간을 흘러도 마음은 남아 우리를 지켜주니까요. 179p
이해하고 싶은 세월고, 끝내 다 이해하지 못할 한 사람의 마음에 대해 생각합니다. 내가 묻지 않는다면, 그들이 답하지 않는다면 이런 이야기는 대체 어디에 남을 수 있을까요. 19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