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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정보

책 이름 :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저자 : 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
출판사 : 디플롯
종 류 : 기초 과학 / 교양 과학
출판연도 : 2023-03-13
쪽수 : 396쪽

리뷰

책 제목이 뭔가 낯설다. 다정한 것과 생존(살아남는다)이 인과관계로 연결되어 있다. 그동안 우리는 다윈의 적자생존을 윤리적 개념으로 인식했다. 강한 자, 경쟁에 승리한 자가 살아남는다고 배웠는데, 이 책은 어떻게 베스트셀러로 오랫동안 자리잡은 걸까. 결국 독서모임 도서로 이 책을 골랐고, 모임 진행도 맡겠다고 했다. 예전부터 지인의 강력한 추천도 한몫했다.
모임을 진행하게 되면 좋은 책을 찬찬히 들어다 볼 기회가 생긴다. 모임을 진행했던 책들은 잘 잊히지 않는데, 나누고 싶은 주제와 질문을 찾다보면 책을 끌어안고 책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난다. 읽기에서 사유로, 사유에서 질문으로 넘어가며 책의 의미가 발견된다. 단순한 정보 습득에서 의미 부여, 삶의 적용까지 폭넓게 확장되며 책은 본연의 소임을 다한다. 구성원들과 발제, 모임 진행을 참가하며 더 깊이 있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싶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다정함·친밀함·협력이 어떻게 공동체의 생존과 연결되는지 소개한다. 러시아 여우 실험부터 침팬자와 보노보의 비교 등 다양한 동물 실험이 소개된다. 흔히 동물의 세계는 양육강식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보노보 사회는 양육강식과 거리가 멀다. 그들의 친밀한 특성은 폭력적인 침팬지와 정반대다. 보노보 수컷이 엄마에게 암컷을 소개받는 마마보이와 같은 번식 전략은 자기네 엄마마저 복종시키는 침팬지보다 더 많은 후손을 얻는다. 이어 인간의 자기가축화, 특별한 개의 특성을 소개하며 눈맞춤의 특별함을 설명한다. ”눈맞춤은 옥시토신 분비를 더욱 촉진하여 감정적 유대를 강화한다.“(163p)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과학적 실험과 설명을 이어 인간 사회의 모습으로 깊숙이 논의를 전개한다. 이는 두 명의 공저자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친밀함이라는 거울의 반대편은 편견임을 제시하며, 이로 인한 사회적 문제들이 무엇인지 역사적으로 찬찬히 살핀다. 르완다 학살부터 흑인과 유인원의 동일시 등 인류는 지금까지도 외집단을 향해 ‘비인간화’를 이어나간다. 이를 위해 작가들은 타집단 간에 접촉의 면적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로 다른 집단 사람들과 자주 접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 사회적 유대감이 더 많이 형성되며 타인이 지닌 생각에 대한 감수성도 전반적으로 강화될 수 있다. 이데올로기, 문화, 인종이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와 소통은 우리 모두가 같은 집단에 속하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효과적이고 보편적인 방법이다.”(264p)
주위에서 이상형이 누구냐고 물어보거든 다정한 사람이라고 말해야겠다. 살아남으려고. 이상형을 묻는 인터뷰에도 ‘다정한 사람’이라고 말할 때 그것은 고도의 생존 전략임을 알아야 한다. 회사 혹은 일상에서 때론 섬뜩하게 협력적 의사소통을 잃은 사람을 발견한다. 너무나 바쁘게 업무를 처리하느라 인간성이 사라진 우리의 현실이겠지만, 기어코 다정함은 잃지 않겠노라 다짐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것이 우리의 관계성을 넘어 앞으로의 생산성과 연결된다는 것을 믿는다.

함께 나눌 질문

1.
17~18세기 계몽주의, 산업혁명으로부터 시작된 자본주의로 인해 인류는 그 이전과 비교도 안 되는 성장을 이룩했다. 그렇다면 인류 발전의 원동력은 경쟁인가.
2.
책에 따르면 적자생존이란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닌 살아남게 해주는 그 무엇이다. 당신의 적자생존은 무엇인가?
3.
다정함은 우리 집단 내에서만 작용하는 것으로, 필연적으로 다정함은 다른 집단에 대한 ‘잔악성’을 내포하고 있다. 책에서 저자는 이 문제의 해결법으로 ‘접촉’을 제시하고 있다. 다인종 초등학교에 다닌 아이가 커서도 다인종에 대해 보다 폭넓은 이해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접촉’은 집단 간 갈등의 충분한 문제 해결법이 될 수 있는가.
4.
보노보 vs 침팬지. 보노보는 잔악성 없이 번식에 성공했다. 그렇다고 과연 침팬지의 번식 방법(잔악성 有)이 열등하다고 할 수 있나.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볼 때, 보노보보다 침팬지가 전 세계적으로 월등히 많은 개체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는 건 침팬지 그리고 우리 인간에게 잔악성이 필요한 요소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럴까 아닐까. 그렇다고 하면 잔악성은 왜 필요할까.
5.
협력의 대전제는 ‘타인의 인지’다. 우리 인간은 타인 덕분에 행복하기도 하지만, 타인의 존재를 인지하고 ‘비교’함으로써 불행하기도 하다. 우리 인간은 비교를 왜 하는 걸까. 이 또한 진화론적 관점에서 볼 때 필요 불가결한 요소인가.
6.
반려견에 대한 사랑은 종을 넘어선 사랑일까, 단지 또 다른 ‘내 집단(내 꺼)’에 대한 사랑일까. 불난 집에 아기와 반려견이 있다면 누구를 구해야 하나. 반려견을 구하는 것이 잘못 된 걸까.
6-1. 같은 종을 구해야 하나 내가 더 사랑하는 존재를 구해야 하나.
7.
인간은 다른 종보다 우월한가. 즉 어떤 상황에서도 우선시 돼야 하는가. 지구가 멸망하고 한 종만 다른 행성으로 갈 수 있다면, 반드시 인간이 가야 하는가(이때 우주선은 절대자 혹은 외계인이 보낸 것을 전제로 한다).
8.
먼 옛날 수렵채집 사회 당시, 우리 조상들은 결코 자신의 권력과 부를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았다. 그것이 빈부격차를 발생시키고 집단 내 분열은 일으키기 때문이다. 당신은 집단을 위해 부모에게 재산 또는 권력을 물려받지 않을 용의가 있는가 또 내 재산과 권력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을 용의가 있는가.
9.
동물에 대한 다정한 태도, 친절한 태도가 타인에게까지 이어진다고 생각하는가? 요즘 입마개를 하지 않고 대형견 산책을 시키는 등 자신이 키우는 반려견의 자유를 최우선으로 하는 견주들도 있는데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10.
책에서 제시된 접촉(서로 접촉하고 교류함)이 정말 근원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이것을 좀 더 보완할 수는 없을까?
11.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이 혹은 내가 접촉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추가질문]
1.
책을 읽기 전 책의 제목에 공감했는가? 읽기 전, 읽은 후에 생각은 어떻게 변화했는가?
2.
우리의 사회적 관계망은 어떠할까? 나는 나와 다른 성향의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가? 접촉이 이뤄지고 있는 공간이 있나요?
3.
눈을 마추지는 행위는 상대의 옥시토신 호르몬을 분비시킨다. 넛지를 이용하여 적용할 지점이 있을까? 혹은 그럼 경험이 있는가?
4.
우리 사회에서 누가, 어떤 공간에서 만나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5.
자신의 정체성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그리고 그것을 어느 집단에서 형성되는가?
6.
실험 중에 가장 자신에게 인상 깊은 것은 무엇인가?
7.
사회적 편견을 줄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8.
자신이 타인을 비인간화로 응시했던 경험 혹은 주변에서 느꼈던 비인간화의 경험을 함께 이야기해보자.

인상 깊은 문장

에런슨이 개발한 이 학습법을 직소모형이라고 하는데, 한 모둠 내 각각의 구성원에게 정보 일부를 전달하고, 서로 협력하여 조각을 맞추는 방식으로 정보를 완성하는 상호의존적 수업 방법이다. 18p.
다윈은 자연에서 친절과 협력을 끊임없이 관찰하며 깊은 인상을 받았으며, “자상한 구성원들이 가장 많은 공동체가 가장 번성하여 가장 많은 수의 후손을 남겼다”고 썼다. 다윈을 위시하여 그의 뒤를 이은 많은 생물학자들도 진화라는 게임에서 승리하는 이상적 방법은 협력을 꽃피울 수 있게 친화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20p
개화식물은 대부분의 식물 종보다 늦게 발생했지만, 꽃가루를 옮겨주는 곤충과의 성공적 협력관계로 번성한 덕분에, 현재 우리의 정원을 지배하고 있다. 지구에 서식하는 모든 육상동물 개체의 5분의 1을 점하는 개미는 5천만 마리의 개체군이 하나의 사회로 기능하는 초개체 동물이다. 21p.
친화력은 타인의 마음과 연결될 수 있게 하며 지식을 세대에 세대를 이어 물려줄 수 있게 해준다. 또 복합적인 언어를 포함한 모든 형태의 문화와 학습의 기반이 되었으며, 친화력을 갖춘 사람들이 밀도높게 결집했을 때 뛰어난 기술을 발명해왔다. 다른 똑똑한 인류가 번성하지 못할 때 호모 사피엔스가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특정한 형태의 협력에 출중했기 때문이다. 30p
1990년대 말 하원의장 깅그리치의 전술은 노골적으로 공화당과 민주당의 우호적 관계를 어렵게 만들거나 심지어는 아예 불가능하게 만들 정책을 제도화하는 것이었다. 그가 맨 처음으로 한 일이, 의회 근무일을 주 5일에서 주 3일로 단축해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들로 하여금 대부분 시간을 지역구에서 보내고 선거구민들과 더 어울리면서 모금 활동에 집중하는 만드는 것이었다. 34p.
적자생존의 법칙이 공산당 정치 노선을 거스르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스탈린은 이 가설이 본질적으로 노동자들은 가난에 허덕이는데 권세나 지능이 우월한 자들이 부를 쓸어 담는 상황을 정당화하고 미국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생각이라고 보았다. 스탈린의 해결책은 유전학을 전적으로 금지하는 것이었다. 유전학을 중고등학교와 대학교 교과과정에서 삭제했고, 해당 내용은 교과서에서도 빼버렸다. 유전학자들은 국가의 적이라는 선고와 함께 강제수용소로 보내지거나 처형되었다. 59-60p
그러나 실제로 가축화의 가능성이 있는 전 세계의 덩치 큰 (45킬로그램 이상) 포류류 147종 가운데 14종만 가축화되었으며, 사람이 오랫동안 의지해온 포유류는 5종(양, 염소, 소, 돼지, 말) 밖에 되지 않는다. 63p
우리는 또한 개에게서 발견했던 이 협력적 의사소통 기술이 단순히 성견이 되기 전까지 수백 시간에서 많으면 수천 시간 동안 사람과 상호작용해 생긴 결과물이 아니었음을 발견했다. 각기 다른 양육 환경과 각기 다른 월령의 강아지들을 테스트하면서 우리는 심지어 가장 어린 강아지가 손짓을 이해하는 능력이 가장 탁월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아닌 게 아니라 생후 6주에서 생후 9주 사이의 강아지들은 무언가를 가리키는 기본 손짓은 물론, 전에는 본 적 없는 새로운 손짓과 몸짓 실험도 완벽하게 수행했다. 이 결과가 인상적인 이유는 생후 6주인 강아지는 아직 뇌가 완전히 발달되지 않았으며 여전히 걷기를 배우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강아지들은 시각적 손짓의 의미를 이해하는 범위를 넘어섰다. 강아지들은 사람의 목소리 방향을 이용해서 먹이를 찾을 줄 알았다. 사람의 목소리를 이용해 먹이를 찾는 능력은 심지어 성견보다 나았다. 즉, 개의 모든 협력적 의사소통 기술은 강아지 때부터 이미 존재하며, 사람과 상호작용을 통해서 더욱 향상된다. 충분한 상호작용이 없는 어린 시절부터 이렇게 인지능력이 유연하게 활성화되는 동물을 드물다. 사람의 손짓, 몸짓을 읽어내는 능력은 사람 아기만이 아니라 개에게서도 가장 어릴 때 나타나는 사회적 기술의 하나로 보인다. 76p
야생에서는 수컷 침팬지들이 정기적으로 자기네 영역 경계선으로 순찰을 나간다. 순찰을 나가기 전에는 둥글게 모여 어깨동무 의식을 갖는데, 신뢰의 신호로 서로의 입에 손가락을 넣고 서로의 고환을 만진다. 그러고는 조용히 일렬종대로 걷다가 경계선 부근에 이르면 이따금 귀를 기울이고 냄새를 맡아 적이 근처에 있는지, 그 수는 얼마나 되는지 살핀다. 3 대 1 정도로 수적으로 유리한 경웅에는 공격에 나설 확률이 높다. 보통은 붙잡은 적을 땅에 찍어 누르고 손가락을 물어뜯는데, 심지어는 사지의 관절을 뽑아버리기도 한다. 극단적인 경우, 목이 찢겨나가고 고환이 없어진 사체가 발견된 사례도 있다. 90p.
암컷 보노보는 배란기를 불분명하게 만들어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낸다. 그들은 엉덩이가 분홍빛으로 부풀어 있는 기간이 길어서 수컷으로서는 정확히 언제 배란을 하는지 알기 어렵다. 또 암컷들은 침팬지 같은 행동을 보이는 수컷에게는 적대적으로 군다. 암컷에게 강제로 짝짓기하려 드는 수컷은 반드시 맹렬한 저항에 부딪힌다. 성난 암컷들이 연대해서 공격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어떤 수컷이라도 아기 보노보를 좋지 않은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가는 곧바로 암컷들의 맹렬한 반격을 당하게 될 것이다. 암컷들은 함께 움직인다. 따라서 덩치는 수컷 개체들이 클지 몰라도 수컷들은 언제나 단결한 암컷들에게 수로 제압당한다. 96p
보노보 수컷은 침팬지 수컷처럼 암컷을 꺾어 누르기 위해서 뭉치는 대신 엄마에게 의지해서 암컷 친구를 소개받는다. 침팬지 수컷은 자기네 엄마마저 복종시키는 반면 보노보 수컷은 마마보이의 결정판이다. 암컷과 친하게 지내는 이 방식은 성공적 번식 전략이여서, 번식에 가장 성공한 수컷 보노보는 번식에 가장 성공한 침팬지의 수컷 우두머리보다도 더 많은 후손을 얻는다. 이는 암컷의 다정한 수컷 선호가 다정한 사회의 진화를 야기하는 선택압이라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사례다. 98p
마음이론에서 발생하는 아주 섬세한 능력 하나가 있는데, 누군가의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이해할 수 있다는 틀린 믿음 능력이다. 이 능력은 대개 4세가 될 때까지는 완전히 활성화되지 않는다. 웰먼은 감정반응이 격한 어린이보다 감정 반응의 강도가 더 낮은 수줍음 많은 어린이일수록 틀린 믿음 능력이 빨리 발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틀린 믿음 능력을 빠르게 갖출수록 언어 발달도 빨랐는데, 따라서 감정반응이 낮은 어린이들이 협력과 의사소통 측면 모두에서 이점이 있었다. 즉, 낮은 감정반응은 협력과 의사소통 능력이 발달하는 속도에 영향을 미친다. 111p.
사람 자기가축화 가설은 보노보와 개의 경우처럼 관용적일수록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얻은 보상이 커졌을 것으로 예측한다. 동시에 이 가설은 감정반응을 억제하고 관용을 베푼 뒤 돌아오는 보상을 계산할 줄 알았다는 점에서 우리가 그 어떤 종과도 확실하게 다르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으이라고 본다. 바로 이 자제력과 감정조절 능력이 결합되어 사람 고유의 사회적 인지능력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123p
실제로 사람에게는 외형의 변화와 행동 발달을 조절하는 호르몬이 있다. 성장기에는 테스토스테론이 얼굴 길이와 눈썹활 돌출 정도를 조절한다. 사춘기에 테스토스테론이 많이 분비될수록 눈썹활이 두드러지며 얼굴이 길어진다. 따라서 남자가 여자보다 눈썹활이 더 두드러지고 얼굴이 약간 더 긴 경향이 있어서 이런 얼굴을 ‘남성적’이라고 말한다. 124p
우리는 하얀 공막을 선호하거나 눈맞춤에 의존하는 유일한 종이다. 사람 아기는 누군가의 시선이 움직이는 방향을 따라갈 수 있는데, 눈동자만 움직여도 가능하다. 반면 침팬지와 보노보는 누군가가 머리 전체를 움직일 때만 그의 시선을 따라가며 그 사람이 눈을 막 감은 순간에도 계속 그 방향을 따라 옮긴다. 133p
가축화의 중심 특성은 두려움과 공격성 감소인데, 신경능선세포는 아드레날린을 분비하는 부신수질 발달에 관여한다. 가축화된 동물의 부신은 야생 친척 종들의 부신보다 작다. 부신이 더 작다는 것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호르몬이 적게 분비된다는 뜻이다. 148p
눈맞춤은 옥시토신 분비를 더욱 촉진하여 감정적 유대를 강화한다. 처음 누군가를 만났을 때 눈맞춤 시간을 길게 끌어 옥시토신이 효과를 발하게 하는 것이, 굳게 악수하는 것보다 십중팔구 탁월한 선택이 될 것이다. 163p.
벨기에인들은 르완다에 측정도구를 가지고 들어가 사람들의 이목구비를 측정한 뒤 투치족 사람들이 유럽인들과 더 유사하므로 더 우월하다고 평가했고, 그들 모두에게 신분 식별 카드를 발급했다. 174p
마음이론 신경망 활성화 여부를 가장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인자는 규칙 위반 여부가 아닌 집단 정체성으로, 이에 따라 용인 혹은 처벌이라는 행동이 나타난 것이다. 186p.
사람과 대형 유인원의 관계를 좀 더 받아들이기 쉽도록 19세기 인류학자들은 이 사다리에 또 하나의 가로장을 끼워 넣었다. 인류학자 제임스 헌트는 1864년 "대형 유인원과 흑인 비유가 유인원과 배인 비유보다 수적으로 훨씬 많다"고 썼다. 유인원이 사람과 동물의 중간 단계였다면, 흑인은 백인과 유인원의 중간 단계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으로 노예무역에 대한 반감과 상류층 지식인들의 도덕적 딜레마까지 한 번에 해소할 수 있었다. 삶과 자유, 행복을 누릴 권리가 만인에게 적용되는 천부인권이라고 주장하면서도 흑인으로부터는 이 권리를 박탈하려는, 도덕적으로 모순을 정당화하는 데 유인원 비유만 한 처방이 없ᄋᅠᆻ던 것이다. 205p
그러나 대규모의 잔학 행위는 나치 독일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일본의 난징 대학살, 헝가리 유대인의 죽음의 행진, 독일 내 소련군 점령지에서 자행된 대규모 강간, 루마니아의 유대인 대박해 등이 있었다. 심리학자들은 이 사건들에 대해 설명하지 못했다. 사이코패스였던 몇몇 지도자 탓으로 돌리는 방법도 있었겠지만, 만행의 규모를 보았을 때 과연 이 사건들이 예외적인 소수의 사람들에게서 나온 결뫄물일 수는 없었다. 이처럼 무엇이 평범한 사람들에게 끔찍한 행동을 하게 만드는지 이해하기 위해서 출범한 학문이 사회심리학이었다. 212p
고프가 지적하는 것은 비인간화, 구채적으로 말하면 유인원화다. 어떤 개인이나 집단을 유인원으로 부르거나 유인원에 비유하다 보면 사람들의 심리에 도덕적 배제가 발생하며, 이렇게 유인원화의 표적이 된 개인이나 집단은 기본 인권을 지켜줄 필요가 없는 존재가 된다. 218p.
흑인의 피부가 더 두껍다고 생각하는 의과 학생들은 흑인 환자의 통증에 충분히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들도 흑인 응급 환자의 고통을 더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팔이나 다리가 골절된 흑인에게는 진통제 처방을 덜 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흑인 암 환자, 흑인 편두통 환자, 흑인 요통 환자의 경우 모두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흑인 어린이 맹장염 환자조차 백인 어린이 환자보다 더 적은 양의 진통제를 투약받았다. 223p.
자디나는 백인보다 흑인을 유인원에 가깝다고 평가한 사람들이 사형제도에 더 찬성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결론 내렸다. 한 백인 표본 그룹 사람들은 “사형을 당한 사람 대부분 흑인”이라는 말을 듣고는 더 적극적으로 사형을 지지하기도 했다. 변호사 사비 고슈레이는 “피고인이 죽느냐 사느냐는 배심원들의 눈에 사람으로 보일 수 있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고 말한 바 있다. 224-225p
외부인을 비인간화하는 능력은 자신과 같은 집단 구성원으로 보이는 사람에게만 느끼는 친화력의 부산물이다. 226p
사회지배 성향이 높은 사람들과 우파 권위주의 상향이 높은 사람들, 둘 다 타인 혹은 타 집단을 절대로 용인하지 않는 극도의 편협함을 보이지만 두 집단의 이념은 상당히 다르다. 우파 권위주의 성향이 높은 사람들은 외부자를 위협으로 인식하지만, 사회지배 성향이 높은 사람들은 외부자를 열등한 존재로 인식한다. 우파 권위주의 성향이 높은 사람들은 권위에 순응하지만, 사회지배 성향이 높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집단이 주도권을 갖기를 원한다. 246p
하지만 관용이 없는 사람들을 '교육'하려 했다가는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애슐리 자디나가 설문조사에 참여한 백인들에게 흑인들이 수감과 사형 집행에서 부당하게 표적이 되고 있다고 말해주었을 때, 이미 흑인을 인간 이하로 보던 사람들은 흑인을 더 비인간화하게 되고 흑인에 대한 징벌 정책을 더 지지하게 되었음을 기억하자. 앎이 문제를 더 악화시킨 것이다. 250p.
대부분 정책은 태도의 변화가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리라는 가정을 전제로 설계된다. 하지만 집단 간 갈등의 경우에는 접촉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행동의 변화가 태도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교육으로 편협함을 없애는 일의 효과는 다소 제한적이지만, 그럼에도 교육은 사회화라는 중대한 역항르 담당한다.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는 사람들과의 우호적인 접촉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데 이상적인 공간이다. 서문에서 소개한 카를로스와 직소모형 수업을 생각해보라. 1960년대의 인종분리 학교폐지는 험난한 과정이었고, 완전히 성공한 것도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학교 안에서 이루어지는 인종 간 접촉이 인종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을 불식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1960년대에 흑인 어린이와 같은 학교에서 공부한 백인 어린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인종 간 결혼을 더 지지하고 흑인 친구들을 사귀고 흑인이 이사 오는 것을 더 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60-261p
노숙자들과의 긍정적인 접촉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공감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어떤 외부 집단에 대해서 인간적인 어휘를 사용하여 말하는 정도만으로도 그 사람들과 접하거나 사귀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다. 262p.
서로 접촉하고 교류하는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그 위협받는 느낌을, 아주 잠깐만이라도 없앨 수 있다면 다른 종류의 피드백 순환 고리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보답성 인간화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서로 다른 집단 사람들과 자주 접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 사회적 유대감이 더 많이 형성되며 타인이 지닌 생각에 대한 감수성도 전반적으로 강화될 수 있다. 이데올로기, 문화, 인종이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와 소통은 우리 모두가 같은 집단에 속하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효과적이고 보편적인 방법이다. 264p.
한 집단의 구성원들이 외집단을 비인간화할 때, 즉 외집단 구성원을 인간 이하의 무언가로 말하는 것이 이를 듣는 상대방에게 최악의 폭력 행위를 유발하게 된다는 것이다. …… 누군가가 다른 집단 사람들을 비인간화하는 말을 엿듣기만 해도 우리는 그에 동조해서 그 집단 구성원을 비인간화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277p.
정부는 큰 예산을 쏟아부어 교외로 직통하는 고속도로를 건설함으로써 백인들의 도심 탈출을 도모했다. 동시에 법으로 흑인이 교외 지역에서 백인 주거 건물을 구입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연방 주택청은 흑인이라는 이유로 주택융자를 거부했고 나아가 교외 전체 지역에 대한 대출을 거부했다. 이렇게 흑인 공동체와 백인 공동체 사이에 물리적 거리가 생기면서 접촉과 교류의 기회가 박탈되었고, 이로써 공동체 간에 서로를 비인간화하는 것이 용이해졌다. 특정 집단 사람들을 특정 공간에서 내쫓기 위해 설계하는 도시 건축도 있다. '적대적 건축'은 사람들이 앉아 쉴 수 없도록 만든 경사진 창턱이나 층계에 심어놓은 날카로운 쇠붙이, 스케이트보드 주자들을 방해하기 위한 경계석이나 울툴불퉁한 포장도로 따위를 가리치는 용어다. 적대적 건축은 비인간화에 가장 무력할 수밖에 없는 노숙자들을 표적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노숙자들은 다리 아래 촘촘히 박아놓는 철심이며 안식처로 삼곤 하던 공원 벤치 사이의 팔걸이, 아늑한 쉼터가 될 수도 있었을 잔디밭 곳곳에서 그들을 몰아내기 위해 설치된 살수기 따위로 큰 곤란을 겪고 있다. 281-282p.
심리학자 고든 호드슨과 크리스토트 돈트는 사람이 동물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사람 중에서도 우월한 집단과 열등한 집단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더 높게 나타나는지 조사했다. 조사 결과, "사람을 동물과 다르다고 여기는 태도나 동물보다 우월하다고 여기는 태도가 이민자나 흑인이나 소수 민족 등 사람 외집단을 동물로 비유하는 비인간화에 주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9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