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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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름 :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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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최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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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 한겨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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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 류 : 한국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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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연도 : 2022-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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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 수 : 328쪽
리뷰
진짜 엄마를 찾기 위해 나서는 소녀의 여행기. 가정에서 버려지고 이름도 존재하지 않는 소녀는 엄마를 찾아 나선다. 가정폭력의 흔적이 몸에 새겨진 그는 욕짓거리가 일상이 되었고, 성적 행동에 당황해하지 않는다. 적나라한 성적 묘사에 읽으면서 흠짓하는 지점이 있지만, 그것이 곧 현실이기에 담담하게 받아들여지게 한다. 안전한 울타리인 가정에서 벗어나는 순간, 그 밖은 모든 것들을 견뎌야 하는 정글과 같은 세상일 터이다.
그는 장미언니, 태백식당 할머니, 폐가의 남자, 각설이패, 유미와 나리를 만난다. 폭력적 사랑(장미언니), 무기력한 고립·은둔 청년 남성(폐가의 남자), 가난과 사랑의 실패(각설이패), 가출 청소년(유미와 나리)와 관계하며 “나를 정말 사랑해줄 진짜 엄마”를 찾아나서지만, 빈번히 실패한다. 결국 상호를 만나 사랑하는 관계로 재정립한다. 자신의 불행으로 자기 엄마는 “반드시 불행해야 한다”는 선언은 참으로 처연하다. 불행한 자만이 자신이 엄마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은 자신이 불행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현실에 가깝다.
처연한 태도로 살아가는 아이들이 이 세상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의 세계는 산산조각 났다. 언어가 존재하지 않기에 표현할 수 없을 뿐. 그들의 세계는 형이상학적으로 붕괴되어 있다. 또한 아이의 시선으로 비춰진 성적 묘사들을 보며, 스스로 성적 존재임을 아는 것이 인간의 본성인지 혹은 상처로 응시된 것인지 돌아본다. 비록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없지만, 고통이 몸에 새겨진 주위의 아이들을 바라볼 때 그 이름을 부를 수 있을 듯하다.
함께 나눌 질문
1.
장미 이모, 할머니, 폐가의 청년, 각설이패, 유미와 나리 등 소녀는 5번의 이별을 거치며 슬픔과 인생의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5번의 이별 중에서 여러분이 느끼시기에 가장 안타깝고 나에게 와닿는 이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2.
작가는 마치 소녀를 외면하지 말라는 듯 '당신 옆을 스쳐간 소녀의 이름은'이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소녀 역시 '괜찮아. 나는 당신 같은 사람 눈에만 보이니까'라고 말하며 독자가 지금껏 보지 않았던 곳을 보게끔 유도하는 듯합니다. 여러분은 책을 읽고 난 뒤 책 속 등장인물들과 비슷한 처지의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셨나요, 아니었나요? 그랬던 이유 역시 공유해 주세요.
3.
나에게 의미 있게 다가온(나를 잡아끄는) 단어나 문장, 혹은 문단은 무엇이었고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요?
4.
가출해 보신 경험이 있으십니까? 있었다면 한 가지씩 이야기해 보면 좋겠습니다. 가출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요? 부모로부터 독립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적이 있나요?
5.
이 책을 읽으면서 불행이란 단어가 제일 먼저 생각났습니다. 각자가 생각하는 불행이란 무엇인지 나눠봤으면 좋겠습니다. (붙잡혀 있는 과거가 있나요?)
6.
가정환경으로 인한 소녀의 결핍은 채워질 수 있을까? 소녀가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7.
소녀는 ‘기분이 좋은 것보다 나쁜 게 편하다.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으려면 못되게 굴어야 한다. 착하면 피곤하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착하게 살면 힘들다는 말에 동의하시나요?
8.
자신이 좋은 사람을 만난 경험은 무엇인가요?
인상 깊은 문장
나는 진짜를 찾기 위해 가짜를 하나하나 수집하는 중이다. 세상의 가짜를 다 모아서 태워버리면 결국 진짜만 남을 것이다. 58p
이미 상처를 입은 사람은 제 상처가 깊어지는 것 따윈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남에게 상처 주기가 더 쉽다. 더 이상 보호해야 할 자기가 없으니까. 다칠 걱정 따윈 하지 않고 맘껏 칼을 휘두를 수 있는 것이다. 199p
지금까지의 내 경험으로 미루어보건대, 불행에 대한 예감은 실현되고야 만다. 사람들이 불안해하면서 불행을 자꾸 떠올리면 불행이 옳거니, 여기가 내 자리구나 하면서 냉큼 달려드니까. 200p
나는 맞지 않기 위해 작아지고 싶었다. 아무리 눈을 크게 떠도 나를 찾지 못할 만큼 작아진다면, 가짜아빠가 나를 때릴 수도 없을 테니까. …… 나는 개미만큼 작아져서 가짜아빠의 몸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아주아주 강력한 폭탄을 들고. 그래서 가짜아빠의 몸을 산산조각 내고 싶었다. 살점 하나 남지 않을 만큼. 217p
왜냐면, 그것 외에 할 일이 없으니까. 진짜 엄마를 찾겠다는 목적마저 사라진다면 나는 더 살아있을 이유가 없다. 목적이 없으면, 가짜 아빠처럼 쥐의 먹이가 되고 말 것이다. 246p
나리에게서는 언제나 파괴본능이 느껴졌는데 나는 그게 무섭다기보다 좀 슬펐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나리가 무언가를 부수는 걸 보면 내 마음의 불행에도 싹이 텄다. 263p
괜찮아, 나는 당신 같은 사람 눈에만 보이니까. 288p
거리를 떠돌며 내가 정했던 진짜엄마의 존건은 모두 껍데기고 포장이며 환상이고 거짓말이다. 나의 진짜엄마는 어떤 얼굴이라도 가질 수 있으며 그래서 결국, 어떤 얼굴이라도 상관없는 그런 사람이다. 291p
소설은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 만한 이야기를 다고 있는 주머니가 아니라, 내용물을 꺼내려 하면 깨지고 마는 도자기여야 한다. 콘텐츠가 아니라 아트여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려면 적어도 서너 페이지에 한 번쯤은, 이야기를 실어 나르는 컨베이어벨트가, 그 자체가 목적인 아름다운 문장들 때문에 멈추는 일이 벌어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응모작 중에 이 작품뿐이었다(신형철). 32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