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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숙면의 모든 것

정보

책 이름 : 숙면의 모든 것
저자 : 니시노 세이지
출판사 : 브론스테인
종 류 : 건강 에세이
출판연도 : 2020-03-18
쪽수 : 264쪽

리뷰

“나는 잘, 충분히 자고 있을까?” 나는 이 질문에 항상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불안감이 높거나 수면장애를 겪는 이들을 만날 때도 잘 자지 못하는 것을 듣곤 한다. 하지만 여러 모임에 참석해 계획/목표를 세우는 시간을 가질 때 잠을 잘 자고 싶다는, 즉 숙면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 매우 어렵다. 우리는 잘 자는 것(숙면)이 우리의 삶을 이롭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우리의 대화와 일상은 그만한 노력을 기울이진 않는다.
일상에서 반복되는 것을 질문해야 한다. 자는 것, 먹는 것, 소화되는 것(싸는 것)을 더욱 이해해야 한다. 나의 몸을 배우는 시간이 필요하다. 마음과 몸의 반응은 연결되어 있기에 이는 마음을 살피는 것과 같다. 2024년은 ‘잘’ 자는 것을 목표로 하고 싶다. “잠을 안 잔 것을 자랑스러워하면 '수면에 대한 의식이 낮은 사람=무능한 사람'으로 여겨지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시간에 대한 의식, 수면에 대한 의식이 바뀌어서 중요할 때일수록 충분히 수면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 되기를 바란다.”(133p) 잠을 적게 잤다고 자랑하는 문화는 위험하다. 나는 물리적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잠을 포기하곤 하는데, 잠을 자지 않을 때마다 신경질적이 되고, 예민해진다. 리스크가 분명 존재할 수밖에 없다.
“철새 중에는 날면서 자는 종이 있고, 물고기 중에는 헤엄치면서 자는 종이 있을 정도다. 수면이 생명의 존속에 커다란 위험을 동반하는 행위인데도 동물은 '어떻게 하면 잠을 안 잘 수 있는가? 하는 방향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잠을 자는' 쪽을 선택하고 진화해왔다.”(10p) 어떻게 하면 잠을 잘 잘 수 있을까? 이는 자신이 계속 던저야 하는 질문일 터이다. “다른 사람과의 비교가 자신의 수면에 대한 해답이 되지는 않는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그러기 위해서는 어떠한 수면이 바람직한가?' 하는 자신만의 기준을 갖고 주체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42p)
<숙면의 모든 것>은 숙면의 필요성부터 방법까지 상세히 설명한다. 일상을 바꾸고 싶다면, 이 책에 자극을 받아봐도 좋겠다. 주말에 잠을 몰아서 자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성장호르몬이 10-2시에 분비되지 않으며, 깊게 숙면하고 90분 내에 나온다는 것. 수면이 충분하지 않으면 우울증의 발병 위험이 3배나 증가한다(140p). 겨울에는 심부체온이 낮아 아침 일찍 일어나기 힘들다는 것. <숙면의 모든 것>은 충실히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지만,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며 내가 그렇게 행동했던 이유를 던져준다. 그리고 잘못된 오해를 정정해준다. 2024년 잘 자고 싶다면, 꼭 읽어보길 권한다.

인상 깊은 문장

애초에 생물은 왜 잠을 자야 할까? 수면은 매우 무방비한 상태다. 그만큼 커다란 위험을 동반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잠을 안 자는 동물은 없다. 철새 중에는 날면서 자는 종이 있고, 물고기 중에는 헤엄치면서 자는 종이 있을 정도다. 수면이 생명의 존속에 커다란 위험을 동반하는 행위인데도 동물은 '어떻게 하면 잠을 안 잘 수 있는가? 하는 방향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잠을 자는' 쪽을 선택하고 진화해왔다. 10p
정상적인 수면의 경우, 잠이 들면 먼저 비렘수면에 들어가고 그 후에 렘수면으로 이행한다. 수면 중에는 기본적으로 비렘수면과 렘수면이 교대로 반복된다. 비렘수면에는 4단계가 있으며, 뒤로 갈수록 깊은 수면이 되고, 비교적 길게 비렘수면이 지속된다. 그리고 이윽고 렘수면으로 넘어간다. 비렘수면이 시작될 때부터 렘수면이 끝나기 전까지를 '수면 주기'라고 아며, 이 주기가 4~5회 반복된 뒤 잠에서 깨어난다. 수면 주기가 약 90분이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수면 주기는 개인마다 차이가 굉장히 크다는 것이다. …… 다시 말해 90분 주기가 아니라 '정상적인 수면 패턴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21-23p
수면 주기나 리듬을 알고 싶다면 의료 기관에서 '수면 폴리그래프 검사'(수면다원검사)를 받으면 된다. 하룻밤에 걸쳐 뇌파, 안구 운동, 심전도, 근전도, 호흡, 동맥혈의 산소 포화도 같은 생체 활동과 신호를 측정해 수면 주기와 패턴, 깊이 등을 판정한다. 그러나 그날 밤의 수면 상태만 알 수 있기 때문에 수면 전문의는 평소의 생활을 파악하기 위해 환자에게 '액티그래프'를 착용하게 하거나 수면 일지를 기록하게 한다. 25p
먼저 알아둬야 할 점은, 수면 시간은 유전적인 자질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 특히 흥미로운 것이 쌍둥이 연구인데, 일란성 쌍둥이 중에 한 명이 잠이 없을 경우 성장한 후 다른 환경에서 생활하더라도 다른 한 명 또한 수면 시간이 짧은 경우가 많다. …… 훈련하면 누구나 잠을 짧게 자도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애초에 그런 수면 인자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사람이 수면 시간을 줄이려 하면 수면 부채(인간에게는 일정한 시간의 잠이 필요하며, 그보다 짧으면 부족한 분량이 쌓인다)가 쌓일 뿐이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 평균적인 수면 시간의 통계는 어떤 식으로 데이터를 추출하더라도 정규 분포를 그리게 되며, 평균값은 6~8시간이다. 인자를 지니지 않은 사람이 억지로 수면 시간을 줄이며 수면 부채가 쌓여서 업무 처리 능력이 떨어지고 각종 질환이 일어날 위험도 높아져서 건강에 피해가 발행하며, 정신적으로도 짜증과 초조함이 심해지는 등 좋을 게 하나도 없다. "무슨 소리야? 나는 노력해서 잠을 줄였다고!"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은 운 좋게도 그런 수면 인자가 잠재되어 있었을 것이다. 28-30p
최근에는 잠을 자고 있을 때 기억이 정리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렘수면 중에는 학습할 때 증가한 시냅스의 수상돌기가 형성되는 동시에 '가지치기'도 되어서 그 수가 줄어든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즉, 세포 사이의 연결이 정리되면서 강화되는 것이다. …… 자고 있을 때는 감각이 차단되므로 집중적으로 노폐물을 제거할 수 있다. 효율적으로 청소할 기회인 셈이다. 즉, 수면이 부족하면 뇌의 쓰레기가 충분히 처리되지 못한다. 그 결과 아밀로이드 베타 등의 노폐물이 쌓이면 알츠하이머 등의 인지증이나 신경 질환이 일어날 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32-34p
"주말에 미리 몰아서 자둬야겠어"라고 하는 사람이 많은데, 안타깝지만 잠은 저축되지 않는다. 다음 주에 일이 바빠서 잘 시간이 별로 없을 것 같으니 미리 자두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 휴일이 되면 평일보다 오래 자는 사람이 많을 텐데, 이는 수면을 미리 저축해놓는 것이 아니라 부족했던 잠을 보충하는 것이다. 35-36p
긴 세월 동안 수면은 '단순한 휴식'일 뿐 매력적인 연구 분야가 아니었다. 그런데 1953년 수면을 연구 대상으로 여기게끔 한 사건이 일어났다. 잠을 자면서 격렬한 안구 운동을 할 때 뇌파를 측정해보니 깨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뇌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상태를 급속 안구 운동(Rapid Eye Movement, REM)이 일어나는 수면이라는 의미에서 '렘수면'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 수면에는 대뇌가 쉬고 있는, 말 그대로 수면 상태에 들어간 잠(비렘수면)과 대뇌가 활동 중인 잠(렘수면)이 있다. …… 그때까지 사람들은 수면이 수동적인 의식 소실 상태로, 방을 어둡게 만들고 조용히 하면 뇌가 이에 반응해 자연스럽게 잠이 든다고 생각했다. 37-38p
그러나 수면의 깊이도, 질도 잠정적으로 판단하고 있을 뿐, 그 본질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적정한 수면 시간도, 수면 부족이 어느 정도인지도,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 수면 중에 어떤 현상이 일어난다는 사실은 알지만 그 메커니즘은 알지 못하기도 하다. 수면장애의 매커니즘을 알지 못한다면 대중 요법은 가능해도 근본적인 치료는 불가능하다. 최근 들어 새로 발견하거나 알게 된 지식도 많지만, 수면에 관해 확실히 알려진 것은 10%도 되지 않는 듯하다. 그만큼 아직 수수께끼가 많은 분야인 것이다. 39p
수면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으므로 하나뿐인 정답은 없으며, 그런 만큼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다. …… 다른 사람과의 비교가 자신의 수면에 대한 해답이 되지는 않는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그러기 위해서는 어떠한 수면이 바람직한가?' 하는 자신만의 기준을 갖고 주체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수면에 관한 지식을 쌓는 목적은 자신에게 필요한 수면이 무엇인지 탐색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41-42p
펜실베이니아 대학 등의 연구팀이 실시한 실험에서는 "6시간 수면을 2주 동안 계속하면 집중력이나 주의력이 이틀 동안 밤을 새운 상태와 같은 수준으로 떨어진다"라는 결과가 나왔다. …… 이틀간 밤을 새우면 피로나 졸음으로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 느낌을 자각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실험에서 6시간 수면을 2주 동안 계속한 그룹은 피로나 능력의 둔화를 자각하지 못했다. 51p
2002년, 캘리포니아 대학 샌디에이고 캠퍼스의 연구팀은 보험 회사와 미국암협회와 함께 110만 명을 대상으로 역학 조사를 실시했다. …… 이 연구팀은 6년에 걸친 추적 조사를 통해 수면 시간과 사망률의 관계도 조사했다. 이에 따르면 가장 사망률이 낮았던 것은 수면 시간이 약 7시간인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수면 시간이 짧은 사람, 즉 3시간만 자는 사람들의 경우는 사망률이 1.3배 높았다. 한편 수면시간이 7시간보다 긴 사람들 또한 사망률이 높았다고 한다. 52-53p
어느 정도 자지 않으면, 수면 부채는 개선되지 않는다. '양'과 '질'이 모두 확보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이다. 이상적인 수면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양(시간)이 충분할 것
양질의 수면일 것
개운하게 깨어날 것
이라는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54p
그중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막 잠이 들었을 때 최초의 비렘수면을 깊고도 확실하게 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 성장 호르몬은 세포의 증식, 정상적인 대사의 촉진 등을 담당한다. 말하자면 노화 방지에 매우 중요하다. 많이 자는 아이가 쑥쑥 클뿐더러, 많이 자는 어른이 덜 늙는 것이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미용 정보를 보면 성장호르몬이 오후 10시경부터 새벽 2시경에 활발하게 분비된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시간대는 그다지 상관이 없으며 잠이 든 직후 깊게 잠이 들었을 때 70-80%가 분비된다. 그러므로 이 시간대에 자더라도 잠이 든 직후에 깊은 비렘수면이 나타나지 않으면 성장호르몬이 효율적으로 분비되지 않는다. …… 수면의 첫 90분에 깊은 수면이 확실하게 나타나는 정상적인 패턴의 경우, 성장호르몬이 분비될 뿐만 아니라 부교감신경이 원활해져서 자율신경의 균형이 잡히고 뇌의 노폐물 청소와 면역 기능의 활성화도 활발해진다. 또한 최근의 연구에서는 최초의 깊은 비렘수면 중에 해마에서 대뇌피질로 기억 정보가 이동해 보존된다는 보고도 있다. 깊은 비렘수면 중에 해마에서 대뇌피질로 기억 정보가 이동해 보존된다는 보고가 있다. 깊은 비렘수면은 싫은 기억을 소거하는 역할을 한다는 결과도 있다. 즉, 갓 잠이 들었을 때가 중요한 것이다. 55-57p
정상적인 수면 패턴에서는 전반부에 깊은 수면이 나타나기 쉬우며 후반부, 즉 새벽녘에는 깊은 수면이 나타나지 않는다. 새벽녘이 되면 뇌는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부신피질에서 방출시키고 체온을 높이기 시작하며 각성하고 재기동할 준비에 들어간다. 57p
잠이 오지 않는다고 느끼면 일단 일어나서 카페인이 없는 음료수를 마시거나 기분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졸립게 할 것 같은 음악을 듣는 것이 좋다. 이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거나 등을 환하게 켜지 않도록 주의하자. 그렇다면 몇 분 정도에 잠이 드는 것이 적당할까? 10~15분 정도가 적당하지 않나 생각한다. 젊은 세대, 특히 10대와 20대는 상당히 일찍 잠이 든다. 1~2분 만에 잠에 빠져드는 사람도 있다. 나이를 먹으면 잠들기까지의 시간이 조금씩 길어진다. 젊고 건강하며 수면에 특별히 곤란을 겪은 적도 없고, 개운하게 깨어난다면 상관이 없지만, 30대 후반이 넘었는데도 눈을 감는 순간 잠드는 사람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나는 잠을 잘 자', '어디에서나 머리만 대면 바로 자는 게 나의 장점이야'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는 사실 수면 부채가 지나치게 쌓여서 뇌가 피로한 상태인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60-61p
(2주 정도 수면 측정) 이렇게 기록한 후, 자명종을 맞추고 잘 필요가 없는 휴일에 자연스럽게 잠이 깰 때까지 원하는 만큼 잠을 잔다. 과연 자신의 몸은 잠을 어느 정도 원하고 있을까? 하룻밤의 결과로는 알기 어려우므로 몇 번쯤 원하는 만큼 자는 편이 좋다. 평소보다 2시간 이상 잔다면 수면 부채가 상당히 쌓여 있다는 뜻이므로 평소의 수면 시간을 의식적으로 30분 늘린다. 그리고 3개월 동안 늘린 수면 시간을 유지한 뒤 다시 휴일에 원하는 만큼 잔다. 40분의 수면 부족 상태를 적정한 수면으로 되돌리기까지 3주가 걸린 실험 결과가 있었듯이 그리 쉽게는 적정 수면으로 되돌아가지는 않겠지만, 시간 차이를 조금씩 줄여간다는 생각으로 평일의 수면 시간을 조정한다. 62-63p
일본에서 일부 학교나 기업에서 단시간의 낮잠을 도입한 결과 오후의 수업이나 업무에 임하는 자세가 긍정적이 되거나 성적이 올랐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건강을 만들기 위한 수면 지침 2014'에도 "오후 3시 이전에 30분 이내 짧은 낮잠이 바람직하다"라는 언급이 있다. 낮잠은 30분 미만이 좋다고 말하는 이유는 수면 시간이 그 이상 길어지면 깊은 잠에 들어서 일어났을 때 수면 관성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저녁까지 오래 자면 수면압이 낮아져 밤에 졸리지 않아 취침 시각이 늦어지기 쉬우며, 밤에 잘 때 처음에 깊은 수면 사이클이 나타나지 않게 된다. 64-65p
잠에서 깨어났을 때 기분이 개운하면 수면의 만족도는 높아진다. 즉, 처음 눈을 떴을 때 기분이 개운하지 않다면 수면 사이클에서 좋은 기상 타이밍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그럴 때는 개운하게 깨어날 수 있는 타이밍까지 조금 더 잔다. …… 쉽게 깨어날 수 있는 타이밍은 렘수면일 때, 특히 렘수면이 시작될 무렵과 끝날 무렵이다. …… 수면 모드가 바뀌는 타이밍을 가정하고 20분 정도 간격을 두면 개운하게 깰 수 있는 상태로 넘어갈 확률이 높다. 나는 이 방법을 타임 윈도 알람이라고 부른다. 주의할 점은 첫 번째 자명종을 일어나려는 시각보다 20분이나 30분 전으로 앞당겨서 설정하는 것이다. 67p
과거의 유럽에서는 어두워지면 일단 자고, 한밤중에 일어나서 잠시 활동하다 다시 자는 습관이 있었다. '다상성 수면' 또는 '분할 수면'이라고 하는, 말 그대로 잠을 나눠서 자는 방법이다. 특히 위도가 높은 북유럽 등지는 겨울철이 되면 밤이 매우 길어지므로 수면 시간을 나누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7~8시간을 몰아서 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인공적인 조명이 보급된 이후로, 인류 역사에서 그렇게 오래된 일은 아니다. …… 그래서 밤 10시에 일단 잠들었다가 새벽 2시경에 일어나 공부를 하거나 연글에서 맡은 배역의 대사를 외우거나 목욕을 한 뒤 새벽 5시경에 다시 한번 잠자리에 들어서 오전 10시경에 일어나는 생활 패턴으로 바꿨더니 컨디션이 매우 좋아졌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분할 수면이다. …… 나는 분할 수면이 고령자에게 매우 적합한 수면법이라고 생각한다. 고령이 되면 좀처럼 긴 시간 동안 자지 못하게 되는데, 애초에 두 번으로 나눠서 잔다고 생각하면 중도 각성에 대해 고민할 필요도 없다. 69-70p
그렇다면, 신체에는 어떤 리듬이 있을까? 인간의 생활이나 건강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은 '하루 주기 리듬'이다. 1일, 대략 24시간 주기의 리듬으로, 생물이 지구의 자전에 따른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획득한 생리 시스템이다. 수면 및 각성 리듬, 혈압, 체온, 호르몬의 생성 및 방출 등은 전부 하루 주기 리듬에 따른 것이다. '하루 이내 리듬'은 하루 주기 리듬보다 짧은 것이다. 주기가 1분 이하인 심박, 호흡, 장의 연동 운동 말고도 주기가 수십 분에서 수 시간인 것, 비렘수면과 렘수면의 조합으로 구성되는 90분 전후의 수면 주기도 하루 이내 리듬에 따른 것이다. '한 달 주기 리듬'은 달이 차고 지는 것에 따른 1개월 주기의 리듬이다. 일례로 여성의 생리 주기가 있다. 또한 산호는 보름달이 뜬 밤에 산란한다는 말이 있듯이, 생식 시스템은 한 달 주기 리듬과 관련될 때가 많다. '1년 주기 리듬'이라는 것도 있다. 철새의 이동, 식물의 개화, 동물의 겨울잠 같은 계절 변화는 1년이라는 단위의 리듬에 따른 것이다. 인간의 경우도 겨울이 되면 우울 상태가 되는 '계절성 정동 장애'와 같은 증상이 있는데, 이것은 1년 주기 리듬과 관계가 있다. 75-76p
체내 시계에서는 수시로 오차를 조정하는 기능이 있는데, 가장 강력한 요소가 바로 빛, 그중에서도 햇빛이다. 아침에 깨어나서 망막이 태양빛을 감지하면 아침이 되었다는 정보가 시교차상핵에 전달되어 주된 체내 시계가 수정되는 것이다. …… 질 높은 수면을 위한 지침이 적힌 글을 보면, "눈을 뜨면 햇빛을 쐰다", "일어나면 커튼을 젖히고 아침 햇살을 받자"와 같은 항목을 발견할 수 있는데, 태양빛을 인식하면 체내 리듬이 초기화되기 때문이다. …… 빛에 대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호르몬 중 하나로 멜라토닌이 있다. 필수 아미노산인 트립토판이 신경 전달 물질인 세로토닌으로 합성되고, 세로토닌이 솔방울샘에서 멜라토닌으로 합성된다. 멜라토닌은 보통 밤에 합성되며, 생성되면 즉시 방출된다. 그리고 멜라토닌 혈중 농도가 높아지면 체온이 내려가면서 졸리기 시작한다. 즉, 멜라토닌이 분비되면 수면에 들어갈 준비가 된다는 말이다. …… 멜라토닌은 빛의 자극으로 분비가 억제된다는 특성이 있다. 78-80p
눈에 보이는 빛인 가시광선은 파장에 따라 다른 색으로 보인다. 블루라이트는 가시광선 중에서 가장 파장이 짧은 푸른 계열의 빛이다. …… 야간에 블루라이트를 대량으로 받으면 멜라놉신을 자극해서 멜라토닌의 합성과 분비를 저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분명하다. 밤 늦게까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 잠이 안 온다고 말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이것이 단순히 블루라이트의 영향만이라고는 단언할 수 없다. 밤늦게까지 디지털 기기를 조작함으로써 시각과 뇌가 계속 활동하여 뇌의 과긴장 상태가 풀리지 않는다는 이유도 있다. …… 빛을 쐬는 시간, 파장, 타이밍 등이 생체 리듬에 영향을 주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빛을 쐬는 시간과 타이밍이다. 빛을 쐬는 시간에 따라 하루 지 리듬이 늦춰지기도 하고 앞당겨지기도 한다. 이것을 '위상 반응 곡선'이러고 한다. …… 이는 시차에 적응할 때 이용할 수도 있다. 블루라이트를 받는 타이밍을 고려하면 흐트러진 리듬을 조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한편 블루라이트는 망막에 좋지 않다는 설을 둘러싸고는 의견이 나뉘는데, 눈에 나쁘다고 결론지을 수 있는 근거는 현재까지 없는 듯하다. 81-84p
심부 체온(몸 내부의 체온)은 낮에 높으며 잠을 자는 동안 낮아져서 새벽 3시경에 최저가 된다. 밤을 새울 때 졸음을 참기가 가장 힘든 시간대가 새벽 3시경인데, 이 고비를 넘기면 그다지 졸립지 않은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아침이 되면 체온이 상승하기 시작하고 활동 호르몬인 코르티솔도 분비됨에 따라 몸속의 활동 리듬이 졸음에 저항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졸음에 대한 자각이 오히려 약해지는데, 이것은 하루 주기 리듬에 따른 현상이다. …… 또한 심부 체온은 생산성과 상관성이 높아서, 낮에 체온이 높을 때 최고의 생산성을 발휘한다. …… 아무리 밤을 새워서 열심히 일해도 최적의 생산성을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89-90p
섭식 행동은 수동적이면서도 시동이 늦게 걸리는 체내 시계를 활성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입에 넣고 씹고 삼키는 운동 자체가 몸을 각성시켜서 아침이 됐으니 활동을 시작하자는 신호가 되는 것이다. 음식을 씹는 행위는 뇌를 자극시킨다. …… 낮에 몸을 적당히 움직여서 활동량을 높이는 것은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도, 리듬을 바로잡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운동을 하면 에너지를 방출시켜서 피곤해지므로 졸음일 오기 쉬워진다. 현대인의 업무는 뇌를 혹사시키기는 반면, 몸은 그다지 사용하지 않는다. 뇌는 피로를 느끼지만 몸은 그다지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대사 균형이 무너진다. 낮에 활발하게 활동하지 않으면 몸은 수면을 포함해서 휴식 모드에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 …… 아침에 신체 내부의 체내 시계를 확실히 깨우고, 낮에는 활동량을 높이는 생활 패턴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98-99p
체내 시계를 바로잡기 위한 7가지 습관 99-103p
일정한 시간에 일어난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침 햇살을 받는다
아침 식사를 한다
낮에는 충분히 활동한다
체온 변화를 의식한다
밤에는 가급적 강한 빛을 쐬지 않는다
규칙적인 생활을 의식화한다
1~2주간 연속 2교대 근무는 건강이나 노동 생산성을 저하시켜 경제성의 측면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앞으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신체의 리듬에 맞지 않는 시간대에 근무하면서도 각성도를 높여서 생산성을 향상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교대 근무를 하는 현장 중에 그 대책으로 광요법을 활용하는 곳이 있다. 예를 들어 야간에 근무하는 직장에서 높은 조도의 조명, 특히 블루라이트를 사용하면 멜라토닌의 분비가 억제되어 졸리지 않게 된다. 야구장의 야간 조명을 떠올리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야구장의 야간 조명은 매우 밝게 느껴진다. 어두우면 플레이를 하는 선수는 물론이고 관중도 기분이 고양되지 않는다. 그 휘황찬란한 조명에는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 아침에 일을 마친 뒤 아침 햇살을 받으면 체내 시계가 혼란을 일으켜 잠을 잘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어느 사무실에서는 야간 근무를 마친 사람들에게 낮 동안 실내를 의식적으로 어둡게 해서 지내도록 했더니 수면이 개선되었다고 한다. 생체 리듬을 서르르는 일이기는 하지만 체내 시계의 낮밤을 완전히 역전시키는 것이다. 몸에는 순응성이 있어서, 밤낮이 뒤바뀐 생활도 규칙적으로 해서 새로운 리듬을 확립하면 잠도 제대로 잘 수 있으며 깨어 있을 때 업무 효율이 떨어지는 일도 없다. 116-117p
점심시간이 끝나고 오후 2시경이 되면 자신도 모르게 의욕이 떨어지고 졸음이 쏟아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것이 오후 슬럼프다. 점식 식사로 인해 뇌로 향하는 혈액의 흐름이 감소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사실 그보다는 체내 리듬의 문제다. 점심 식사를 하든 안 하든, 각성 수준이 떨어지기 쉬운 시간대인 것이다. …… 오후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각성 계열의 신경전달물질을 활발히 분비시키면 된다. 예를 들어 '씹는' 행위는 뇌를 활성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 카페인은 동물의 체내에서는 구성되지 않는 식물성 각성 촉진 물질이다. DNA 등의 핵산 성분이기도 하며, 졸음을 촉진하는 아데노신이라는 물질의 작용에 대항한다. 찬 음료를 마시면 정신이 번쩍 드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도 모르지만, 몸의 심부 체온을 높이는 편이 활동량을 높일 수 있으므로 따뜻한 상태로 마시는 편이 더 나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125-126p
잠을 안 잔 것을 자랑스러워하면 '수면에 대한 의식이 낮은 사람=무능한 사람'으로 여겨지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시간에 대한 의식, 수면에 대한 의식이 바뀌어서 중요할 때일수록 충분히 수면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 되기를 바란다. 133-134p
수면의 5가지 역할 137p
뇌와 신체에 휴식을 준다
호르몬 균형과 자율신경을 바로잡는다
기억을 정리하고 정착시킨다
면역력을 높여서 병을 물리친다
뇌의 노폐물을 제거한다
최근 들어 밝혀진 것이 수면 중에 뇌가 활발하게 노폐물을 제거한다는 '글림프 시스템'인데, 이에 관해서는 1장에서도 설명한 바 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뇌 속의 노폐물과 쓰레기는 뇌 바깥쪽, 측뇌실에 잇는 뇌척수액으로 배출되며 그곳에서 정맥으로 흡수되는데, 뇌척수액이 배출되는 작업이 수면 중에 활성화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수면이 부족하면 이 작업이 잘 진행되지 않으며, 그 결과 기능을 다한 단백질의 노폐물인 아밀로이드 베타 등이 침착되어 쌓이면 알츠하이머병 등의 인지증으로 발전할 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139p
수면이 충분하지 않으면 우울증의 발병 위험이 3배나 증가한다(140p). 수면이 부족하면 렙틴이 잘 분비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또한 위에서 분비되는 그렐린은 식욕을 증진하는 호르몬인데, 수면이 부족하면 그렐린의 분비가 활성화된다. …… 수면 시간이 표준보다 길어도 비만이 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즉, 잠을 덜 자도 좋지 않지만 너무 많이 자도 좋지 않은 셈이다(142-143p). 30분 미만으로 낮잠을 자는 사람의 인지증 발병률은 낮잠을 자는 습관이 없는 사람의 7분의 1 수준이었다고 한다. 그러니 밤에 오래 자지 못할 때는 가볍게 낮잠을 자서 뇌를 쉬게 해주면 된다 157p
참고로 40도의 목욕물에 15분 동안 몸을 담근 결과 신체의 내부 온도는 섭씨 0.5~0.6도 상승했다. 그리고 입욕 전의 심부 체온으로 돌아가기까지는 90분 정도가 걸렸다. 요컨대 잠자기 좋은 시점은 목요을 마치고 나온 직후가 아니라 90분 정도가 지난 후다. 그러므로 자고 싶은 시각에서 90분 전에는 목욕을 마치는 것이 좋다. 샤워만 한다면 체온의 변화가 그다지 없으므로 수면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수면의 질을 높이고 싶다면 샤워를 하기보다 족욕을 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피부 온도를 높이고 열 방출이 잘되게 하므로 몸 전체를 뜨거운 물에 담그지 않아도 심부 체온이 낮아진다. …… 병증에 있는 경우 발이 차서 잠이 안 온다며 양말을 신고 자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도 주의해야 한다. 사실은 역효과를 부르기 때문이다. …… 이런 사람은 족욕으로 발을 데워서 혈관을 열어 열이 잘 방출되는 상태로 만든 다음 양말을 신지 않고 자는 편이 좋다. 자기 전에 이불 속을 데워놓아도 좋을 것이다. 애초에 냉증은 체질을 개선해서 평소 손발의 혈류량을 증가시키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마사지를 해서 혈액 순환을 좋게 하고 운동 부족인 사람은 몸을 움직여서 신진대사를 활성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169-170p
한편 추운 겨울에는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다고 느낀다. 낮은 실내 온도가 심부 체온의 상승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는 일어나기 1시간 전에 난방이 들어오도록 타이머를 설정해서 방을 데우는 방법으로 간단하게 개선할 수 있다. 실내 온도가 심부 체온이 오르는 것을 도와주므로 일어나기가 수월해진다. 171p
고밀도의 우레탄 소재를 사용한 저반발성 베개는 감촉이 부드럽고 그 사람의 머리 모양에 딱 맞게 변한다는 점에서 편하게 잠을 잘 수 있다며 인기가 높지만, 열이 갇혀서 잘 빠져나가지 않느다는 결점이 있다. 뇌의 운동은 신체의 심부 체온과 같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뇌의 온도가 내려가니까 졸음이 오는 것이다. 수면은 뇌를 진정시키는 작용을 하므로 물리적으로도 뇌를 식혀주는 편이 좋으며, 뇌를 식히면 수면이 촉진된다. 따라서 통기성이 나빠 열이 빠져나가지 않는 베개는 수면의 질을 그다지 높여주지 못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175p
거실의 조명은 밤에 오렌지색 계열의 색감으로 바꾸고, 아니면 간접 조명으로 교체한다(178p). …… 자다가 도중에 일어났을 때 밝은 조명이 눈에 들어오면 각성 스위치가 켜질 가능성도 있다. 그럴 경우 화장실에 갈 때 빛이 직접 눈에 들어오지 않도록 발밑을 비추는 조명으로 바꾼다(179p). …… 수면시간이 짧으면 식욕 증진 자작용을 하는 호르몬인 그렐린이 증가하거나 포만 중추에 작용하는 호르몬인 렙틴이 감소하기 때문에 살찌기 쉽다고 하는데, 수면 각성의 리듬과 섭식 생활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깨어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섭식 행위도 증가한다. 오후 11시 이후에 취침하는 습고나을 바꿀 수 없다면 저녁 식사 시간을 늦추는 편이 좋다(180-181p).
뇌의 스위치를 꺼서 잠의 세계로 들어가기 쉽게 만드는 키워드는 '단조로움'과 '지루함'이다. 단조롭고 지루하다는 느낌이 수면을 유도하는 것이다. 잠에 들기 전에는 음악이든 책이든 단조롭고 지루해지게 하는 것이 좋다. 몸이 리듬을 타고 싶어지는 음악, 재미있어서 계속 읽고 싶어지는 책은 낮에 즐기고 취침 전에는 피하자(182p).